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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엄마'의 학교 안 고군분투…'만혼'에 출산연령 높아져

등록 2015-07-21 08:54:41   최종수정 2016-12-28 15: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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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정선 기자 = 36살에 결혼해 2년 뒤 아들을 낳은  A(46·여)씨. 그는 지난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서부터 ‘나이 든 엄마’로서 젊은 엄마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그는 젊은 엄마들과 대면하고 가장 먼저 이질감을 느낀 점으로 ‘인터넷 드립’을 꼽았다.

 A씨는 “교실에 가보면 30대 후반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예닐곱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나는 그들과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그 세대가 함께 학교에 다니며 형성한 그들만의 문화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며 “나는 주로 신문과 문학서적을 읽으며 성장한 세대이지만, 젊은 엄마들은 인터넷 세대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엄마들과 어울리기 위해 인터넷을 ‘공부’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나이 든 엄마는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학교에서 형성된 학부모 모임은 따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정보를 나누기 때문에 중요하다. 나보다 한 살 어린 45세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탓에 알게 모르게 ‘따’를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젊은 엄마 문화에 익숙해지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나잇값’도 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면 한 번 실수를 해도 괜찮겠으나 나이가 있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고 느낀다. 뿐만 아니라 모임에서 내가 한 번은 밥을 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품위유지비가 절실하다.” A씨는 “젊은 엄마들에 비해 아이를 키우는 데 체력적으로도 힘들다”며 “피곤하면 나도 모르게 아이한테 짜증을 낸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자양강장제나 비타민 음료를 하루에 한 병씩 꼭 마신다”고 고백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35~39세 산모가 낳은 아기는 전년 동기 대비 1.7%, 40세 이상 산모는 0.1%포인트가 각각 증가했다.  이와 달리 34세 이하 산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24세 미만 산모가 낳은 아기는 0.1%, 25~29세는 0.6%, 30~34세는 1.2%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산모 중 고령 산모가 증가하는 현상은 2013년부터 지속돼 왔다. 35~39세 산모의 구성비는 2013년 17.7%, 2014년에는 18.9% 2015년 1분기에는 19.9%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40세 이상 산모도 2013년 2.5%, 2014년 2.7%, 2015년 1분기에 2.7%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학부모 모임에서도 나이 든 엄마가 늘고 있다.

 50세에 8세 딸을 둔 B씨는 “또래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아 아이를 입학시키기 전 스스로 위축됐다”고 털어놓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몸살을 앓았고,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시달릴 정도였단다. 하지만 입학식에 가서 주변을 둘러본 뒤 안심할 수 있었다. B씨는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어지면서 엄마들의 나이도 그다지 젊지 않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며 “같이 입학식에 와 준 친구도 ‘그리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새파랗게 젊은 엄마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산모 증가 원인을 ‘만혼’으로 꼽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4세, 여성 29.8세로 전년대비 각각 0.2세 상승했다. 초혼 연령 상승세는 2004년 이후 꾸준히 지속됐다. 2004년 남성 30.5세, 여성 27.5세이던 초혼 연령은 지난해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이 상승세를 이어왔다.

 만혼과 노산이 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젊은 엄마들이 학부모의 주류라고 나이 든 엄마들은 입을 모은다. 때문에 젊은 엄마들과 융화되기 위해 나이 든 엄마들의 고군분투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40살에 4살 아이를 둔 나이든 엄마 C씨는 “어린이집 엄마들과 어울릴 때 젊은 엄마들에게서 ‘언니’라고 불리면 자칫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돼 내가 미리 ‘서로 상대가 원하는 별명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이와 같은 반 친구들 엄마는 대부분 33~37살이라 그가 왕언니 격이긴 하나 나이는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부분이다. 그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티내지 않으려고 조심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 하는 것이 있으면 리더로 치켜세워 주는 등 노력을 하다 보니 나이와 상관 없이 잘 어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A씨도 “대학생 자녀를 둔 또래 친구들과 만나는 것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 아이와 같은 또래의 엄마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내 나이에 비해 아이가 어리다 보니 힘든 점도 있지만, 그 대신 내 생각이 젊어지더라”며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젊은 엄마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젊은 엄마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인생의 활력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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