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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뒷모습이 아름다운 용퇴

등록 2015-07-28 11:45:10   최종수정 2016-12-28 15: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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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2013년 5월 한국가스공사 사장 공모에는 무려 8명이 지원했다.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유력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사장 선임 관련 주주총회가 두 차례나 연기되는 등 막판까지 안갯속이었다.

 그해 7월 마침내 새 사장이 선임됐다. 공채 1기인 장석효 전 자원사업본부 본부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1983년 창립한 가스공사에서 내부 인사로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인사가 최고 경영자(CEO)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스공사는 축제 분위기였고, 다른 공기업의 부러움은 컸다.

 장 사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4년 신년사를 통해 “재무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유상증자, 유휴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재무 구조 건전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의 재무적, 기술적 역량이 충분한지 다시 한 번 자세히 검토해 해외사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욕적인 운영 방침을 대내외에 밝히며 적극적인 경영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장 사장의 성공 신화는 2년도 채 가지 못했다. 2011~2013년 한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재직하면서 이사 보수 한도를 초과해 연봉을 지급하거나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쓰는 등 회사에 30억3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고,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에도 이 업체 법인카드로 1억5000만 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올 1월 사장직에서도 해임됐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멘붕’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장 사장이 예인선 업체 대표 시절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국내외 선사의 운임 차이를 이용해 자금을 횡령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곧 그가 막대한 자금을 유용 또는 횡령할 수 있는 조건을 가스공사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만들어 줬기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모든 책임이 장 사장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모를 거쳐 지난 7월2일 서울대 이승훈 명예교수가 가스공사 새 사장으로 취임했다.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썼던 가스공사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장 사장과 함께 호흡한 가스공사 고위 간부들은 그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국가 기강과 가스공사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은 사람이 어디 장 사장 뿐이겠는가.

 물론 예인선 대표 시절 그의 비위를 조직적으로 도운 가스공사 내 일부 인사들도 기소 또는 중징계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장 사장과 손발을 맞췄던 고위직 인사들이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줘야한다. 이는 보편적인 국민 정서의 문제다.

 새로운 사장이 취임 한 달을 맞았지만, 조직 개편 후 아직 이렇다 할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신임 사장은 무너진 조직에 일으켜 세워야 하고, 의욕을 잃은 직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 빠른 인사 개편으로 동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새롭게 선임된 CEO가 일필휘지할 수 있도록 깨끗한 종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평생 몸담았던 회사와 국가에 대한 마지막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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