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베테랑'의 유아인 "악역을 매뉴얼대로 하는 건 나태"
배우 유아인(29)의 필모그래피는 흥미롭다. 많은 이들이 '또래 배우 중' 가장 특별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배우로 유아인을 꼽지만, 그를 특정 세대에 가둬두는 건 조금 부당해 보인다. 모든 배우를 통틀어 현재의 유아인만큼 특별한 이력을 쌓고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 하나의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 그것이 '유아인의 특별함'의 정체다. '베테랑'에서 그가 연기한 재벌 3세 '조태오'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이전의 유아인에게서 '못된 인간, 못난 인간' 조태오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베테랑'이 공개된 후 유아인에게 쏟아진 '미친 연기' '역대급 악역' 같은 노골적인 수식어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베테랑'을 보는 재미 중 일정 부분이 관객이 미처 알지 못했던 유아인을 발견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배우에겐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난 연기를 할 뿐이야'라고 쿨하게 말할 수도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는 관객의 선택으로 먹고 살죠. 그들을 대변하는 얼굴이 될 수 있어야 해요. 건방지게 보이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동시대의 얼굴이 되고 싶어요." '완득이'와 '깡철이', 유사하게는 '밀회'에서 유아인이 말하는 "사명감"이 적극적으로 나타난 거라면, '베테랑'에서 그가 맡은 조태오는 그가 말하는 배우의 임무가 옅게 드러난 경우다. 장르물의 전형적인 악인으로도 볼 수 있는 조태오는 유아인을 만나 어떤 의미가 된다. "이 아이(조태오)도 우리 사회가 만들어낼 수 있는 괴물이죠."
유아인의 "사명감"이 조태오를 현실 사회로 끄집어낼 때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가 말하는 "책임감"은 조태오라는 극 중 인물을 "폭을 넓혀 연기하는 것"이다. 유아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태오는 "클리셰 투성이가 될 수 있는 악역"이다. 그는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부분적인 신선함을 더한다. "시대별, 국가별로 악인을 연기하는 매뉴얼이 존재하잖아요. 그런 나태함을 경계하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정형화'라는 말에는 지루한 느낌이 있지만, 안정감도 있어요. 그 안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톤(tone·어조)을 찾아 나갔어요." 나의 톤을 찾는 것, 그것은 내로라하는 선배 연기자들과 연기하면서도 그들 못지않은 주목을 받아온 유아인의 생존 방식이다. 이전의 작품에서 김윤석, 김해숙, 김희애 등이 유아인의 파트너였고, '베테랑'에서는 황정민과 유해진이 함께했다. '사도'에서 그는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다. 유아인은 "제가 선배들에게 배움을 드릴 수는 없겠죠. 하지만 재미는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유아인은 '상대역을 맡은 황정민에게 경쟁심을 느끼지는 않았느냐'는 우문(愚問)에 "배우들은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숙제를 함께 푸는 것뿐"이라는 현답(賢答)을 내놨다.
유아인은 한국나이로 올해 서른이 됐다. 그는 "나이와 숫자에 매우 연연하고 있다"며 웃었다. "'베테랑'은 제가 29살 때 찍은 작품이에요. 아마도 이 작품은 이십대 유아인의 마지막 새로운 얼굴이 담긴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거겠죠."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