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朴대통령, 中 전승절 참석할 듯…美방문 조기발표로 부담 덜어

등록 2015-08-13 11:55:40   최종수정 2016-12-28 15:27:1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4.04.25.  [email protected]
오바마와 네번째 회담…美中 '양강' 외교역량 강화 효과도 기대  다음주께 전승철 참석여부 최종 발표예정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청와대가 13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두 달 이상 남기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는 9월3일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연기된 방미 일정을 이례적으로 앞당겨 발표함으로써 포괄적 전략동맹인 미국을 배려함으로써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국의 손짓에 호응하는데 따른 부담을 상당히 해소하게 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케 됨으로써 양 강대국과의 관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되는 등  우리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도 마련케 됐다.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

 청와대는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방미해 10월16일 워싱턴 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안보, 경제 등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한국(2014년 4월)과 미국(2013년 5월)에서 한 차례씩 열린 회담과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회담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당초 박 대통령은 6월14~18일 미국 워싱턴과 휴스턴 등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전염병 확산을 서둘러 종식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국을 나흘 앞두고 방미 일정을 전격 연기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동맹 발전 ▲북핵 문제 등 대북 공조 ▲동북아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협력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실질 협력 증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남북관계가 최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과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로 긴장상태에 놓여 있는 맘큼 견고한 한미동맹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북핵 대응을 위한 안보협력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일은 '신밀월관계'가 구축된 반면 한·일 관계는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동북아 정세와 관련된 논의도 주목된다.

 ◇오바마 휴가중 방미 조기발표, 中 전승절 참석 포석인 듯

 10월 중순께로 예정된 미국 방문에서 현재 확정된 일정은 정상회담 뿐이지만 순방을 두 달 이상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은 보름에서 한 달 가량을 앞두고 발표되는 게 일반적이다. 정상회담 당사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중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의 조기발표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이해되고 있다.

 중국은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겠다며 각국 정상들의 참석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통해 초청 의사를 밝히는 등 박 대통령에게도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제반 사항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에서 부쩍 높아진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삼을 태세다. 이런 가운데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놓고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는 박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행사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은 한·중 간 반일(反日) 공동전선의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고, 이는 곧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공조의 복원을 추진하던 미국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미국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불참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미 양국이 일제히 관련 보도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 정부의 고민을 상징하는 한 단면으로 비쳤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이자 대북(對北) 문제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해온 중국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이번 행사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박 대통령의 초청을 공들여 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행사 참석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이 참석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메르스로 취소한 미국 방문 일정을 조기에 확정함으로써 대미(對美) 외교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리도 챙기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은 양국 간 협의를 거쳐 일정을 확정하는 만큼 한·미 양국이 외교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의 미국 재방문 일정 및 공표 시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다음주 후반께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