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1000만][초점]1년 관객 2억명… '2000만 영화'도 나올까
2003~2008년 : 4편 2009~2015년 : 12편(8월16일까지) 2003년 '실미도'(1108만명)가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1000만'은 한국영화계에서 초대박 영화의 기준이 됐다. 대한민국 인구가 5144만명(2015년 7월 기준·행정자치부), 5명 중 1명이 빠르면 12일('명량')에서 늦어도 60일('태극기 휘날리며') 안에 같은 영화를 본 셈이다. 더욱이 2003년에는 우리 인구가 4400만명 수준이었으니 1000만명이라는 숫자는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1000만 영화'는 모두 16편이 됐다. 첫 1000만 영화 이후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1000만이 16번 반복되는 동안 이제 관객은 1000만에 익숙해졌다. '실미도'가 나온 2003년 이후 6년 동안 1000만 영화는 단 4편이었지만, 그 후 6년 동안에는 무려 12편이 탄생했다. 이런 반복학습 효과로 어느정도 무덤덤해지긴 했지만 '1000만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현상'이다. 겨울왕국 : 1029만명(1월) 명량 : 17611만명(7월) 인터스텔라 : 1027만명(11월) 국제시장 : 14257163(12월)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개봉일 기준)는 무려 4편이었다. 2009년('해운대' '아바타')과 2012년('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2013년('7번 방의 선물' '변호인') 한 해에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나올 때만 해도 1000만 영화는 한 해에 두 편이 한계라는 인식이 있었다. 한 해 4편의 1000만 영화는 또 다른 이야기다. '인터스텔라'는 극장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넘겼다. 올해 이미 2편의 1000만 영화('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암살')가 탄생했고, '베테랑'이 1000만 관객이 가능한 흥행 속도로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올해도 3~4편 정도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1000만 영화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건 12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쉬워졌을까. 태극기 휘날리며(2004) : 1174만명, 총관객의 16.9% 인터스텔라(2014) : 1027만명, 총관객의 4.7% 2004년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6925만명이었다. 2014년 총 관객수는 2억1506만명이었다. 10년 사이에 영화 관객은 약 3배 늘었다.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가 끌어모은 관객은 1174만명, 그해 총 관객의 무려 16.9%였다. 2004년의 1000만 영화는 최소한 그해 관객의 14.4%가 필요했다. 지난해 '인터스텔라'의 총 관객은 1027만명, 이 숫자는 그 해 총 관객의 단 4.7%였다. 2014년 1000만 영화는 총 관객의 4.6%만 동원하면 가능했다. 10년 사이에 1000만 관객의 가치는 폭락했다. 1000만 관객이 더이상 그렇게 대단한 숫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1000만 관객은 2억 관객을 기준으로 5%의 관객만 동원하면 가능하다. 단순 비교하면 '인터스텔라'는 2004년 관객기준으로 보면 325만명이 본 영화다. 왕의 남자(2005) : 1203만명 9.9% 괴물(2006) : 1301만명 9.0% 해운대(2009) 1145만명 7.3% 아바타(2009) 1362만명 8.7% 한국 영화 시장은 2005년 영화 관객이 1억명을 넘고(1억2335만명·영화진흥위원회), 2013년 2억 관객을 넘기면서(2억1334만명) 덩치를 점점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대중은 '명량'의 흥행세를 보면서(12일 만에 1000만 관객 돌파) 경악했다. 이 영화는 무려 1761만명이 봤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명량'의 관객은 지난해 총 관객(2억1506만명)의 8.1%였다. 놀랍긴하지만 불가능한 숫자나 다시는 달성할 수 없는 관객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암살'은 '흥행 불패' 최동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1000만 관객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큰 작품이었다. 다만 한 가지 불안 요소가 있다면, 제작비도 그만큼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180억원, 최소 600만명은 봐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600만명은 총 관객수 2억명을 기준으로 3% 관객만 끌어모으면 넘길 수 있다. 쉽지 않지만 어렵다고도 할 수 없는 숫자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총 관객수는 계속 늘고 있다. 숫자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는 것처럼 1000만 관객은 더이상 '신의 영역'이 아니다. 1000만 관객을 한국영화의 한계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어졌다. 총 관객 1억명의 포문을 연 것은 '실미도'(1108만명)와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의 1000만 돌파였다. 2억 관객 또한 이후 6편의 1000만 영화가 나오면서 가능했다. 과거 누구도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총 관객수가 2억명이 될 거라고 상상 못했다. 한국영화계의 목표는 이제 2000만 관객 돌파로 상향조정 된 셈이다.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