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오려면 오지마?” 유모차 엄마들 롯데월드몰에 불만 폭발
지난 8월28일 오후 4시께 롯데월드몰 지하 2층과 서울 지하철 8호선 잠실역(잠실환승주차장 쪽)이 연결되는 통로.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온 20대 엄마가 계단 위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몰로 들어가기 위해선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던 것.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못한 시민들이 달려와 유모차를 들어줘 아기와 엄마는 간신히 몰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엄마뿐만 아니다. 기자가 20여 분 동안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 엄마 대여섯 명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다소 불안해 보이는 포즈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간신히 유모차를 위아래로 옮겼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몰과 역 사이 연결통로에 엘리베이터는커녕 경사로도 없는 탓이다.
장애인의 경우 환승주차장 쪽과 2호선 역쪽에 설치된 수직 리프트를 이용하면 되나 이는 장애인 전용이어서 유모차는 이용할 수 없다. 아기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안전하게 몰에 진입하는 방법은 결국 혈세로 운영되는 잠실역 엘리베이터 신세를 져 지상으로 올라간 뒤 20여 미터를 걸어 몰 1층으로 들어가는 방법뿐이다.
몰 주차장이 바로 몰과 연결돼 차를 이 주차장에 세운 아기 엄마들이 쉽게 몰에 진입할 수 있는 것과 180도 다른 처지다.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저층 부속건물인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 3개 건물로 이뤄진 이 몰은 쇼핑시설로서는 국내 최대(연면적 약 42만8934㎡)이고, 영업면적이 축구장 47개 규모(약 33만9749㎡)에 달한다. 그 안에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극장, 대형 수족관 등이 들어섰다.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내려갈 때 얼마나 불안하고 힘든지 아는지 모르겠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힘은 덜 들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하철 타고 유모차 끌고 온 손님은 손님도 아니냐”(최민선씨·서울 천호동), “2호선 타고 와서 유모차를 끌고 롯데월드몰로 들어갈 길이 없어 계속 헤매다 여기(환승역)까지 왔는데 여기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꾸밀 생각만 하지 말고 고객을 배려했어야 한다”(이지은씨·서울 역삼동), “오픈하는 데 오래 걸린 것으로 아는데 경사로 하나 만들 시간이 없었나. 저번에는 지상으로 나갔다 소나기 와서 혼났다. 나야 비를 맞아도 되지만 우리 아기가 무슨 고생인가?”(박하나씨·서울 가락동) 등 아기 엄마들은 앞다퉈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몰링족의 주류는 유모차 부대다. 쇼핑·문화·외식·레저 등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데다 실내 공간이 넓고 동선이 편리해 유모차를 끌고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트렌드 지식사전’(김환표 지음, 2013년)에 수록된 내용을 굳이 들 필요 없이 이 몰에서도 유모차 엄마가 고객의 주류다. 하지만 전혀 배려를 못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유모차 엄마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롯데마트 카트 반납대가 있는 것을 지적하며 “고객이 카트를 끌고 가버릴까봐 경사로를 만들지 않은 것 같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롯데물산 관계자는 “해당 연결통로는 구조상 문제로 경사로를 설치할 수 없었던 것이지 카트를 끌고 가버릴까봐 경사로를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 “유모차 고객은 차를 타고 와 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불편을 항의하는 고객은 없었다. 앞으로 고객 불만이 많아지면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해명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