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2016 예산안]고령화, 저성장 이어 '국가채무'마저 20년전 일본 닮아가나

등록 2015-09-08 16:03:44   최종수정 2016-12-28 15:34:4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내년 불어난 국가채무 사상 첫 40%대 진입, 3년 연속 확장재정으로 적자구조 고착화 우려  일본, 20년전 재정확장을 통한 경기부양에 초점을 뒀다가 경기도 못살리고 재정도 악화  한국, 아직 선진국도 안된 상태에서 일본 닮아가 비관적, 구조개혁 없인 장기침체 불가피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최근 한국경제 인구구조 관련 모든 지표는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의 골자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20년 전 일본과 유사한 3만 달러 내외까지 증가했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은 급속히 하락하는 추세다.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 역시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정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은 장기침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실시된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급등한 바 있다.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말 국가채무는 645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1%에 달할 전망이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가 깨진 셈이다.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으려면단기적인 확장정책보다 노동개혁과 산업구조개혁을 비롯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늙어가는 한국, 저성장 사회 진입 가속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게 된 가장 큰 요인 역시 인구구조 고령화가 꼽힌다. 불행한 점은 우리 역시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과 비슷한 경로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총인구 증가율은 1990년대 0.5% 이하로 하락한 이후 2010년께부터 절대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우리 역시 2010년부터 총인구 증가율이 0.5% 이하로 하락하고 2030~2040년에는 절대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출생 통계(확정)'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43만5400명으로 43만5000명이었던 2005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인구구조 고령화는 인구증가율 외에도 연령별 인구 구성을 급격히 변화시켜 투자, 소비, 경상수지, 이자율 및 부동산 가격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청년층 비중 감소는 창의적이고 투자지향적인 인구의 감소를 의미해 투자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라며 "인구구조 고령화는 저축에 비해 투자를 보다 빠르게 둔화시켜 경제 전반의 균형 이자율을 하락시키는 한편 잉여 저축이 해외로 수출되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발한다"고 짚었다.

 인구고령화는 재정에도 악영향을 준다. 사회보장성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일본의 사회보장성 지출은 1990년 GDP 대비 8% 수준(34조엔)이었는데 이 중 13조엔 가량을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했다. 지출은 지속 증가해 2014년에는 23%(111조엔)를 기록했는데 이 중 30조엔이 국채발행으로 채워졌다. GDP 대비 약 5%에 해당하는 규모의 재정적자가 사회보장성 지출과 관련된 것이다.

 ◇반복되는 단기부양책, 재정수지 적자 구조 고착화 우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는데도 이를 단기적인 경기침체로 판단했던 것이 일본의 큰 실수였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일본은 구조개혁보다 재정확장을 통한 경기부양에 정책의 초점을 뒀다가 재정적자 구조가 고착화된 이후에야 재정개혁을 시도했지만 성장잠재력 확충, 부실기업 정리 등 거시경제 전반의 개혁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재정개혁도 번번히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3년째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보다 높은 확장 정책을 쓰고 있지만 경기는 풀리지 않고 세수결손만 반복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내년 말 GDP 대비 국가채무는 40.1%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2012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분석보다 훨씬 앞질러 40%를 돌파한 것이다. 예정처는 '2012~2060년 장기 재정전망 및 분석'에서 2021년이 돼서야 국가채무가 GDP의 4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노동개혁·산업구조조정·부실기업 퇴출 시급

 우리 경제가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현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이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동 부문을 비롯해 공공·금융·교육 분야에 대한 개혁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특히 노동개혁 필요성의 가장 큰 이유를 '청년실업해소'에 두고 있다. 대학 졸업자 수는 사상 최대인데 반해 정년 연장으로 기업들의 고용 여건은 나빠졌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를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이유다.

 노동 시장이 산업 구조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주력 산업은 바뀌는 추세인데 노동력은 여전히 구 시대의 산업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부실기업 퇴출도 미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기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퇴출되는 기업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좀비기업이 금융권의 지원을 계속 받는다면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게 돌아가는 양이 적어져 금융시장의 효율성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일본 역시 이러한 과정을 겪은 바 있다. 정대희 KDI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버블 붕괴 이전 4~6% 내외에 머물렀지만 1990년대 후반에는 14%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며 "금융지원 확대가 시장의 자연스런 진입 및 퇴출 과정을 저해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하락시키고 장기적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좀비 기업에 대한 이자보조 및 만기연장 등의 금융지원 관행을 개선한다면 은행 부문의 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이들 기업에 대한 자연스러운 퇴출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늦출 시간 없다, 개혁 서둘러야

 우리보다 앞서 구조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한 일본의 경우에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정진성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부분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시장지향적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목표에서는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시스템 개혁을 통해 고용시장의 유동화 정책을 시행해 고용조정속도가 상승했지만 이는 주로 비정규직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대기업 정규직에서는 여전히 장기고용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이미 선진국이 된 뒤 침체를 겪었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우리의 상황이 더 비관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일본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뒤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했고 비교적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반해 우리 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