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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지금 보고 있는 연기가 믿어지는가?

등록 2015-10-27 08:53:23   최종수정 2016-12-28 15: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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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필자는 배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면서 ‘믿어진다’ ‘안 믿어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연기를 배우는 과정에 있는 지망생이나 수 십 년간 연기를 해온 베테랑도 "연기에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정답'이라는 것은 '맞는 답이 단 하나'라는 것이고, 마치 3+2의 답이 5인 것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인데 연기를 맞다 틀리다 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노래와 비교해 보자면 노래에는 음정과 박자가 정해져 있어서 그 기준에 맞고 틀리는 것이 연기에 비해 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이와 달리 연기는 ‘맞다’ ‘틀리다’를 말하기가 참 애매모호하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왕성하게 쏟아져 나오는 데 반해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이 뜸한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니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심사기준이 너무 주관적이어서다.

 2011년 S방송사가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연기자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그 취지나 규모를 볼 때 누구나 이 프로그램이 한 케이블 방송사가 만든 가수 오디션 '슈퍼스타K'에 못잖게 참가자나 시청자 모두에게 희망과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방송이 되면서 점점 시청자의 기대와 공감을 잃었고, 재미도 없어졌다. 결국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실망스런 결과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 이후 J방송사에서 방송한 '메이드 인 유'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가수와 연기자 모두를 선발하는 형태로 시작했으나 결국 연기 부문 지원자들은 중도 탈락하고, 가수 부문 지원자 위주로 마무리됐다.

 이렇듯 연기를 평가하는 것은 제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기준이나 정서가 서로 다르고 주관적이라서 똑 떨어지는 답을 내기가 어렵다. 연기를 보는 시청자 눈높이가 예전에 비해 높아진 이유도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대장'이라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시청자들이 SNS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연기자 관련기사에 댓글을 다는 회수가 많아지고, 그 댓글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객관성을 잃어가는 것도 연기를 올바르게 보고 느끼는 관점에 선입견을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상당수 방송 연예 담당 기자들도 연기의 깊이나 자연스러움보다 초·중학생이 좋아할 만한,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우는 등의 자극적이고 요란한 연기를 호평하는 기사를 쓰거나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하는 수준으로 기사를 올린다는 사실이다. 물론 시청자가 좋아하고 궁금해 하는 연기자의 기사를 쓰면 조회 수가 높아지는 것을 알지만, 조금은 더 객관적인 견해와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보고 있는 연기가 충분히 믿어지고 감동과 재미까지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약 믿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재미로 삼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누구나 준전문가 시대 아닌가?

 연기자 제자들은 필자가 “일반 관객으로서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할 때 가장 큰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는 연기선생으로서 갖게 된 직업병의 일종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맘 놓고 몰입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꼭 연기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해내고 그에 대한 해결방법까지 생각하곤 하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다른 생각 할 새 없이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연기가 믿어진다는 것은 어색함과 불편함이 없이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니 믿어지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야말로 믿고 볼 수 있는 연기자라 할 것이다.

 안혁모 C.A.S.T. by iHQ연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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