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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다른' 미용실…"좋은 약 썼으니 돈 더 내세요"

등록 2015-11-10 09:54:07   최종수정 2016-12-28 15: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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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고객 20%…"합의 안 된 추가금 요구받아"  옥외가격표시제 '무용지물'…단속 공무원 1명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A씨는 올해 9월 세종시 조치원의 한 미용실에서 '볼륨 파마 6만원'이라는 옥외가격 표시를 보고 미용 서비스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를 받고 나니 미용실 측에선 10만원을 요구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좋은 파마 약을 썼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비스를 받기 전 원장과 상담을 했을 때만 해도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결국 A씨는 미용실에서 요구한 전액을 지급하고 나왔다.

 #2. B씨는 올해 10월 동네 미용실에서 '매직 파마 2만5000원'이라는 옥외가격 표시를 확인하고 미용 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서비스 후 미용실 측이 요구한 금액은 5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B씨가 항의하자 미용실 측은 "매직 파마가 아닌 스트레이트 가격"이라며 말을 바꿨다. B씨는 할 수 없이 미용실에서 요구하는 전액을 내고 말았다.  

 #3. C씨는 최근 소셜커머스를 통해 파마 요금을 결제한 뒤 해당 미용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미용실 측으로부터 단백질 영양 케어를 추가하지 않으면 파마도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머릿결이 좋았던 C씨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시술을 거부했다. 그러자 미용실 측에선 파마 결과에 대해 어떠한 불만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미용실, '은근슬쩍' 추가 요금 제시…소비자, '할 수 없이' 지불

 3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2명은 이 같은 경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지난 8월 24~28일까지 전국 14개 지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미용업 서비스 실태 및 만족도'에 대한 일대일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1000명) 중 204명(20.4%)은 이·미용업 서비스 이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추가 요금을 요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럴 때 소비자 대부분은 추가 요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액을 낸 경우가 69.6%, 합의 후 일정 금액을 할인받은 경우가 19.6%였다.

 반면 이의를 제기해 추가 요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9.3%에 불과했다. 관련 기관, 소비자 상담센터 등에 민원을 접수한 경우도 0.5%에 그쳤다.

 이·미용업소가 시술 후 추가 요금을 요구한 이유는 '특수 케어'(38.2%), '기장(길이) 추가'(23.5%), '원장 또는 특정 디자이너의 서비스'(20.1%), '다른 약품 사용'(15.2%)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염색약·파마약 등 제품별 원가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사실상 미용업 서비스 요금은 대부분 인건비(미용 숙련도 등)와 건물 임대료가 차지한다.

 한 미용실 관계자는 "원가도 얼마 되지 않는 약품을 좋은 것으로 썼다고 고객에게 몇만원씩 올려받는 건 옳지 않다"면서도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비롯한 업소 대부분이 추가금을 받는 상황이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옥외가격표시제 3년, 실제 가격은 더 비싸

 정부는 지난 2013년 1월 31일부터 가격비교를 통한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 중이다.

 영업장 면적 66㎡ 이상(약 20평)의 이·미용업소 등은 주 출입구 및 주 출입문 주변의 외벽, 창문 등에 최종지급요금을 게시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 행위의 정도나 횟수 등을 고려해 50만∼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런데도 위반하는 이·미용업소는 적지 않다. 옥외가격표시제에 관해 알고 있는 소비자 559명 중 281명(50.3%)이 "옥외가격표시 상점을 본 적 없다"고 대답했다.

 특히 미용실 이용 전 옥외가격을 확인하는 292명의 소비자 중 159명(54.5%)은 '실제 가격과 차이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159명 중 143명(89.9)은 '실제 가격이 옥외가격 표시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전국 211개 미용실을 직접 방문 조사한 결과에도 드러난다. 옥외가격 표시를 하는 194곳 중 112곳(57.7%)은 가격 인상 여부(추가 요금 등)를 고지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여러 여건상 옥외가격표시제를 위반하는 이·미용업소를 단속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2068개 업소(미용업소 1963개·이용업소 105개)가 영업 중이지만, 이를 단속할 구청 직원은 1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상시 단속은 불가능하다"며 "담당 공무원 1명과 시민으로 구성된 감시위원들이 하루 날 잡아 단속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업소는 옥외가격표시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며 "서비스 제공자나 모발의 길이, 상태, 케어 방법, 약품 등에 따라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가격 고지와 충분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업소에 대한 서비스 가격 등 불만이 나오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도 계도 중"이라며 "사전에 알리지 않은 추가 요금을 받거나 옥외가격표시제를 위반하는 업소를 소비자부터 외면해 자연적으로 도태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옥외가격표시제가 소비자 분쟁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면 정부가 재검토해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파마, 커트 등 시술별로 다양한 가격대를 고지한 책자를 업소에 배치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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