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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겡끼 데스까" …日 정부, 국민 '마음의 병' 챙긴다

등록 2015-11-10 09:49:32   최종수정 2016-12-28 15: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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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일본 정부가 오는 12월1일부터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한 '스트레스 체크 제도'를 실시한다.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소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체크가 의무사항이다. 사진은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 2015.11.05.
12월부터 '직장인 스트레스 검사 제도' 의무화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1. 일본 도쿄(東京) 치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프랑스계 기업인 CDG의 도쿄 본사. 이 회사의 회의실에는 안마 의자가 배치돼 있다. 다른 동료들은 일 하고 있지만 한 사원은 안마 의자에 앉아 마사지를 받고 있다. 마사지를 받고 있던 직원은 FNN 방송 기자에게 "회사도 쓰라는 방침이다. 점심시간이나 비어 있는 타이밍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원들도 "회의 중에 한번 사용했다", "일과 휴식의 강약이 조절된다"며 만족감을 나타낸다.

 #2. 도쿄 시부야(渋谷)에 있는 IT관련 기업인 'CIN GROUP'의 사무실. 이 곳에 있는 스피커에서 재즈가 흘러나온다. 직원들은 음악이 흘러나와 "일에 집중이 잘 된다", "분위기가 좋다"는 반응이다. 옆 휴게실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무실 환경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 전문가의 감수 하에 4개 주제의 음악을 방송한다. 사측은 2년 전부터 이러한 제도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고용 불안' 젊은층 자살 급증

 일본 기업들이 최근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배려에는 12월부터 일본에서 시행되는 법률이 있다.

 일본 FNN방송 보도에 따르면, 12월1일부터 일본에서는 '스트레스 검사 제도'가 시작된다. 이것은 근로자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지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사측이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스트레스 정도 여부를 묻는 설문에 응답하면, 전문 의사가 이를 분석한다. 만일 사원이 스트레스 상태가 높다고 판단되면, 의사가 그 사원을 직접 지도하거나 사측에 직장 환경을 개선할 것을 조언한다.

 '스트레스 검사 제도'가 시행의 배경에는 일본의 높은 자살율이 있다. 지난해 일본의 자살자는 2만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0명이 자살한 것이다. 이 중 회사원 등의 비율이 3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일본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우울증 등 직장인의 정신질환의 증가도 '스트레스 검사 제도' 시행의 배경이 됐다. 이 제도에 따르면 50명 이상의 종업원이 있는 사업장은 '스트레스 체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 종업원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인지를 조사해 '마음의 병'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목적이다.

 지난 7월 BBC는 일본의 자살률이 높은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20~44세에 이르는 젊은 남성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점이라고 밝혔다. 1998년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 때부터 일본 젊은층의 자살률은 증가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한층 급증했다고 BBC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자살 원인 급증의 원인 중 하나를 비정규직 등의 '불안정한 고용'으로 꼽았다. 일본은 과거 한 때 평생 고용의 나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40%에 가까운 일본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젋은 층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자 일본 정부가 '스트레스 체크'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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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OECE 국가 자살률 비교 [email protected]
 ◇기업들은 부담 늘어나 불만

 그러나 사측의 입장은 비판적이다. 스트레스 체크 제도를 따라야 하는 기업 측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노동자 측도 환영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경우 개인 정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고베 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효고(兵庫)노동청이 고베(神戸) 시내에서 이 제도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스트레스 체크 제도는 50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한 기업은 '위생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것을 의무화 했다. 또한 기업 스스로 스트레스 체크의 검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위생 위원회가 있는 사업소는 많지 않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서는 사업장에 전문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신질환에 정통한 의사를 확보하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곤란하다. 효고 현 내의 한 사업소는 "후생 노동성은 중소기업 실정을 모른다. 스트레스 체크로 인한 비용을 대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역부족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정신질환 등으로 휴직자가 나오면 1명당 약 400만엔의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마음의 병'을 우려하는 정부 방침을 반기는 기업도 있다.100명 이상의 종업원을 둔 고베 시내의  한 부동산 회사 임원은 "정신 질환 발병을 막고 회사로서도 위험을 줄이고 싶다"과 새 제도를 환영했다.

 한편 직원측 검사는 거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가 의뢰하는 의사와 보건사들이 실시한다. 종업원은 스트레스 요인이나 직장의 지원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응답하고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다. 후생 노동성은 57개 항목의 질문표를 권장한다. 결과는 종업원의 동의가 없는 한 회사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노동자 측에서는 개인 정보의 누설이나 검사에서 정신적 문제가 드러나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스트레스 체크 제도에 대해 일본 정신신경학회는 "도입 후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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