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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지금 보고 있는 연기가 믿어지는가②

등록 2015-11-10 09:56:00   최종수정 2016-12-28 15: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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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필자는 요즘 방송하는 SBS 사극 ‘육룡이 나르샤’를 보다 ‘땅새’ 역의 변요한을 지켜보며 에서 보석을 발견한 느낌을 얻었다.

 변요한은 단편과 저예산 영화에서 내공을 쌓은 연기자로 시청자들에겐 tvN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 역을 연기하면서 크게 알려졌다. 그가 무사로 등장해 연기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두 말 필요 없을 정도다. 대사와 움직임의 강도, 속도, 무게가 잘 어우러졌고, 샷 크기에 맞춰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카메라를 너무도 잘 아는 듯 노련하게 연기했다.

 그의 무심한 눈빛에서는 완벽한 복수를 위한 감정의 절제를 느낄 수 있고,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는 거칠고 뜨거운 분노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배우가 연기하면서 두 가지 이상의 느낌을 한 장면에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감정을 절제하려다 보면 표현이 딱딱하게 굳기도 하고, 감정을 강조하려다 보면 배우의 한풀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등 위험과 어려움이 있다.

 변요한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복수심을 품고 있는 무사로서의 모든 말과 행동이 그대로 진실처럼 믿어진다. 특별히 무엇 하나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다. 무사로서의 모든 표현이 의심과 불편함 없이 믿어진다는 것이 그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이유다.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분이’ 역의 신세경은 어떠한가. 몇 년 전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는 교육생들이 신세경의 연기에 관해 왈가왈부하다 “원장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평가를 부탁했다. 그래서 “너희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연기에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아 자연스럽다” “연기가 재미가 없고 뭔가 심심하다” “우울한 느낌이 드는 역할을 자주 맡는다” 등 자신들의 생각을 편하게 늘어놓았다.

 연기를 배우는 중이고, 연기를 보는 눈의 높이와 깊이가 제각기 다르나 보는 방향에 따라 모두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필자는 교육생들에게 “너희가 본 신세경의 연기는 마치 아직 꿰어지지 않은 한 알 한 알의 구슬의 상태를 본 것이다. 곧 그 낱알 상태의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 진정성을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발견했다.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지라도 그녀의 연기에 거짓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신세경은 눈에 열망이 담겨있는 저평가된 좋은 배우다”고 답해줬다.

 요즘 시청자들은 좀 더 자극적인 연기를 요구한다. 소리 지르고, 노려보고, 발악하고, 거칠고 불규칙한 호흡소리를 내며 “나 연기하고 있어요. 어때요? 멋지죠?”라고 설명하고 강요하는듯한 연기를 하는 젊은 배우들이 늘어난다.

 이런 자극적인 감정연기는 확실히 강한 끌림을 만들어내고, 이에 환호하는 시청자들도 많아진다. 물론 자극적인 감정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배우의 연기력이 좋아야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우 스스로 표현 패턴을 만들고 그 맛에 길들면 마치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장난감 기차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에 재미를 못 느끼는 시청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믿지 못하는, 감동 없는 습관적인 표현을 할 때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말한다. 창의적인 예술가에게 매너리즘은 ‘마약’과 같이 무섭다고 한다. 알면서도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같은 작품 안에서도 그 캐릭터가 느끼는 정서가 연기로 표현돼 관객이나 시청자와 자연스럽게 교감 되고 믿어지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연기술을 내세워 캐릭터가 아닌 배우가 돋보이게 하는 배우가 존재한다. 작품 전체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아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충실한 배우’와 작품에서 자신의 연기를 확실하게 과시하려는 ‘욕심꾸러기 배우’로 나눈다면 우스운 판별법이 될까.

 물론 정답은 없다. 세상이 변하듯 연기도 연기를 바라보는 취향도 변한다. 그러나 변요한, 신세경처럼 연기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들은 오래오래 사랑받는다. 그들의 연기는 최소한 믿어진다.

 안혁모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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