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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는 5060①]내 나이가 어때서~ 다시 취업전선으로

등록 2015-11-18 08:34:13   최종수정 2016-12-28 15: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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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65세 이상 고령자 추이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지난 2012년 출반된 뒤 중장년층 사이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오승근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 중 한 소절이다.

 최근 이 노래 속 주인공처럼 격변의 시대를 스스로 헤쳐나가려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급속히 전개되는 고령화로 인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 문제가 대두한 지 오래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국내 인구는 10년 전인 2005년보다 약 200만명 증가한 662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3.1%에 해당한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까지 속속 은퇴하면서 매년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시대 최고의 복지는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14조2589억 원에 달하는 돈 보따리를 풀었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실제 느끼는 체감은 낮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녀 봐도 이들에게 허락되는 일자리는 경비, 택배, 청소 등 단순 노무직뿐이다. 게다가 이 같은 일자리는 고학력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시대에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수십 년간 다진 경험과 지식, 인맥 등을 동원해 새로운 전문분야에 뛰어드는 이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라이프 코치, 노년 플래너, 도시농업 전문가, 문화 해설가 등이 그것들이다.  

 그뿐만 아니다. 기존 청년층의 직업군까지도 영역을 뻗어 나가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활동 중인 실버 제빵사, 실버 바리스타 등이다.  

 이들은 아직 몸도 마음도 청춘이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중장년층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기존 직업에서 세분된 영역을 찾거나 새로운 시대 요구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100세 시대'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1. 중견기업 대표이사를 지낸 A(62)씨는 퇴직 후 4년째 택배 일을 하고 있다. 한때 인 운전기사까지 둘 정도로 잘 나가던 그였으나 퇴직 후 벌인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에 시달렸다. 물품을 배송하다 종종 아파트 관리인과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아내와 두 자녀를 생각하며 꾹 참는다.

 #2. B(58)씨는 2년 전 모 증권회사 상무로 퇴직했다. 처음에는 여유로운 생활에 만족했으나 잠시 뿐이었다. 무료한 일상에 지친 그는 일반 회사 관리직으로 재취업했다. 아직 50대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10년 이상은 더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느끼고 있다.

 ◇한국 중·고령자 10명 중 7명 일한다…비정규직·저임금 심각  

 이처럼 우리나라 중·고령자는 은퇴하고도 가족들의 생계 등을 위해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올 2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55~64세 고용률은 65.5%로 나타났다. 남성 고용률만 따지면 78.8%로 OECD 평균 66.8%를 넘어 34개 회원국 중 6위다.  

 다만, 고용여건은 열악하다. 통계청의 지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 42.5%가 50대 이상이다. 비중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50대 15.6%→21.5%, 60대 12.2%→21.0%로 증가 추세다.

 더욱이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중·고령자 일자리 구조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마지못해 일자리를 선택한 중·고령자(50~64세) 비율이 높다.

 전체 중·고령 임금근로자 중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선택한 비율은 57.7%에 그쳤다. 이들이 마지못해 일자리를 선택한 동기는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86.7%)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8.4%)였다.

 중·고령 비정규직자 중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선택한 비율은 38.7%로 더욱 낮았다. 역시나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85.7%)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8.7%) 등이 주된 이유였다.  

 특히 우리나라 중·고령 일자리의 양적·질적 개선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일자리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자리 수준에 따른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중·고령 비정규직자는 저임금 업종인 '단순노무직과 서비스 및 판매직'에 종사하고 있는 비율이 64.9%(전체 비정규직 평균 54.8%)에 달한다. 전체 중·고령 임금노동자(44.2%)보다도 높다.

 반면 중·고령 비정규직자가 '전문가·관리자·사무직'에 종사하는 비중은 11.2%(전체 비정규직 평균 29.1%)에 불과했다. 전체 중·고령 임금노동자(27.3%)보다 아주 낮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희정 연구위원은 "노동공급 측면에서 노동자 숙련도 향상을 위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중간수준 일자리의 확대를 통해 일자리, 학력 및 임금 등 수준별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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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뉴시스】이성기 기자 = 지난 2월25일 충북 충주시 호암체육관에서 열린 충주 노인일자리 대축제 행사장을 찾은 노인들이 안내 요원의 설명에 맞춰 이력서를 쓰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어 "기업 내 교육 및 퇴직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직업소개 및 일자리 매칭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중·고령자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은 산업 및 기업에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부진한 업종의 성장 활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취업 형태로 보면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의 규모가 여전히 크고, 100인 미만 기업 근무와 단순노무 비중이 높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 실효성 없다"…제정안 발의

 최근 국회에 '노인일자리 창출 및 지원 법률' 제정안(천정배 무소속의원 대표발의)이 제출됐다.

 정부 차원의 노인일자리 사업은 보건복지부·한국노인인력개발원·지방자치단체·시니어클럽 등 관련 조직 간 역할 및 기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체계적인 사업지원이 안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따라서다.

 천정배 의원은 제정안을 통해 "노인의 경험과 전문성이 사장되지 않고, 사회·경제 전반에 적극적으로 활용돼 국가의 품격향상 및 경제성장의 원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개발·보급하고, 노인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마련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관련 부처장과 협의해 5년마다 '노인일자리 개발 및 지원 등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관련 부처장들에게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노인을 소득이 낮은 노인으로 선발하게 했다.

 정부나 지자체에는 별도의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에 구인·구직 정보 제공, 직업상담·교육·훈련 등 취업지원을 위한 관련 사업을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을 희망할 경우에는 관련 상담 및 교육, 재정지원, 정보제공 등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노인일자리선도기업 설립 및 운영, 퇴직노인에 대한 경륜 활용, 노인생산품 인증 및 판매촉진·우선구매, 노인친화기업 인증,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설립 등 관련 내용을 제정안에 포함했다.

 ◇'제2의 인생' 자신에게 맞는 조건 따져보고 시작하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인능력개발 및 노인일자리창출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는 단순히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의 문제가 됐다. 

 정부는 지난 2005년 7월 노인복지법 개정(제23조 제2항 노인일자리전담기관 설치근거 마련)을 통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설립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진행하는 '시니어 직능클럽' '고령화 친화사업' '시니어 인턴십' 등을 통해 실제로 노인들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시니어 직능클럽은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 중 경력유지활동에 속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기술 능력과 경험 지식을 보유한 퇴직자에게 일자리 제공 및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조직을 구축 지원하고 있다.

 신청자격은 퇴직예정자 및 퇴직자가 있는 민간기업, 공공기관(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또는 동일 직업능력을 보유한 퇴직예정자 및 퇴직자가 있는 직능협회다.

 지원 내용은 설립단계에서 시설비 등 8000만원 이내 지원 및 복지부 지정, 운영단계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경영·교육·홍보지원 등이다.  

 고령자 친화기업은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 중 창업활동에 속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령자 적합직종을 개발해 기업설립을 지원함으로써 시장경쟁력과 지속성을 갖춘 노인일자리 창출을 추구한다.

 신청자격은 공고일 기준 이전 설립된 민간법인 또는 노인일자리 시장형, 창업모델형 및 인력파견형 사업을 2년 이상 운영하는 사업단이다.

 설립단계에서 시설비 등 3억원 이내 지원 및 복지부 지정, 운영단계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경영·교육·홍보지원 등을 지원한다.

 시니어 인턴십은 노인 사회활동 중 취업활동에 속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요처 요구 때문에 일정 교육을 수료하거나 관련된 업무능력이 있는 자를 해당 수요처로 파견해 근무 기간에 대한 일정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지원한다.

 만 60세 이상으로 신체만 건강하면 지원할 수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예산 등 모든 면에서 확장되는 추세다"며 "임금도 다른 일자리보다 많아 어르신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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