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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슬픈 노래를 통한 기쁨…그 역설의 '빛과 그림자'

등록 2015-11-12 07:16:00   최종수정 2016-12-28 15: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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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아(29·심규선)의 정규 2집 '라이트 & 셰이드(Light & Shade) 챕터2'는 그녀의 드라마틱한 서정 발라드의 완성형이다.

 이통치통(以痛治痛)의 미학이라고 할까.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변형으로, 아픔(痛)을 아픔으로 다스리는 '음악 위로'의 절정을 선사한다. 더구나 강요하는 슬픔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그 절절함이 배가된다.

 루시아는 "슬픈 것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직면했을 때 그것을 흘려보낼 수 있다"며 눈을 빛냈다. "내 노래가 그런 부분에서 매개체로 작용했으면 한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슬픔은 영속성을 가지고 있어 영원히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런 인생관이나 철학이 노래와도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는 것 같다."

 팬들이 위로를 받았다는 피드백을 다시 받을 때 "정말 내 직업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처음 노래를 쓸 때는 내 괴로운 것, 내 슬픈 것,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노래로 만들었다. 그런데 나를 위한 그런 노래들,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만든 노래들이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똑같은 작용을 한다는 걸 깨닫고 놀라웠다.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들었을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은 '뭔가 열심히 전하려는 것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계속 귀를 기울여서 듣게 된다'였다. "눈물이 핑 돌면서, 진심은 통한다 걸 느꼈다. 뮤지션으로서 '멋지다' '대단하다'라는 생각보다 인간적으로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노래를 만들 때 상상할 상대가 생긴 거다."

 루시아의 노래를 듣는 내내 공감한 이유다. 낭만적인 연서 '그대가 웃는데'는 김광진의 '편지'를 떠올리게 하는 하오체로 무게감과 진실성을 조금 더 얹었다.

 '아플래'는 수많은 짝사랑의 노래로 '모든 실연녀의 여신'으로 거듭난 루시아의 장기인 웅장하면서 서정적인 선율이 일품이다. 하지만, 적당히 밝은 선율로 '중도의 미학'도 뽐낸다. 그래서 더 아프기도 하다.

 타이틀곡 '너의 존재 위에'는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행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찾아나서야 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 다소 거창하지만 멜로디의 진실함으로 절실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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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5년 걸려서 완성한 곡이다. "테마 부분만 작사, 작곡을 하고 나머지 부분은 정리가 안 돼 몇년 동안 뒀던 곡이다. 이후 낸 음반에 이 곡을 넣으려고 시도해보지 않은 적이 없다. 근데 안 되더라. 하지만 확신이 있었다. 좋은 노래라는 확신. 그런데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 갑자기 슬슬 풀렸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을 맞은 루시아는 "20대 때는 정리가 안 된 부분이, 갑자기 어느날 정리가 됐다"며 활기가 돌았다. 그래서 '너의 존재 위에'는 "스스로 완성된 노래"라고 생각했다. 소속사인 파스텔뮤직의 이응민 대표와 처음으로 타이틀곡을 선정하는데 이견이 없게끔 만든 곡이기도 하다. "한번의 말다툼도 없었다"는데 루시아의 작가적인 입장과 이 대표의 대중적인 입장이 절묘하게 맞물린 셈이다.  

 서른살이라는 나이는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기대가 있었다. "항상 서른이라는 나이는 완성의 때"라고 생각해서 동경했다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서른의 언니를 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내가 못하는 걸 할 수 있는 나이라서. 내가 서른이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거든. 30대가 20대보다 고생이 덜해서 작가나 뮤지션이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자기 슬픔과 직면해 그걸 이기는 법을 노래하는 '배워', 다른 노래는 어려워 따라부르지 못하는 루시아의 아빠도 부를 수 있는 '그 노래', 문학 좋아하기로 유명한 루시아가 서머싯 몸의 동명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으로 그녀의 관능을 느낄 수 있는 '달과 6펜스'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다.  

 '이제 슬픔은 우리를 어쩌지 못하리'는 그간 루시아가 선보여 왔던 철학적인 노랫말의 방점으로 멜로디뿐 아니라 문맥으로도 마음을 촉촉히 적신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5월 정규 2집 '라이트 & 셰이드 챕터1'의 연장선상으로 1년7개월 만에 빛과 어둠, 양면의 완결체를 보게 됐다.

 "사실 나는 우리 회사 기준으로는 자주 내는 편이다. 근데 전작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부담이 크긴 했다. 앨범 내고 리뷰를 봤는데 12개 트랙을 담은 것에 대해 '부지런한 아티스트구나'라고 써줬더라. 눈물이 날 정도로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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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한류그룹 'JYJ' 멤버 시아(XIA) 김준수(28)의 새 솔로 미니앨범 '꼭 어제'의 발라드 동명 타이틀곡을 작사·작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아 준수가 70~80곡 중 누구의 곡인 줄 모르고 선택한 노래가 '꼭 어제'였다. 루시아가 다른 사람에게 곡을 준 건 이번이 처음인만큼 작곡가 데뷔이기도 하다.

 예전에 그룹 '인피니트' 멤버 우현과 듀엣으로 부른 '선인장'으로 중학생 팬들이 생겨나 기뻤다는 루시아는 "이번에 준수씨랑 작업한 뒤 국내 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 팬들도 생겼다"며 놀라워했다. "노랫말을 영어로 번역을 해서 공유를 하더라. 아시아 아이튠스에서 1위도 차지해 행복하다. 앞으로 더 다양한 뮤지션과 작업해보고 싶다. 까르르."

 내년 1월 단독 콘서트를 예정하고 있다. 3~4월에는 장기 소극장도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3일 연속 콘서트를 열었다. 원래 2일만 예정했다 매진돼 한 차례 더 열었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2시간30분 동안 열심히 노래했다. 내 노래가 어려워 '생명을 소진하듯' 노래를 불렀다. 호호. 콘서트에서 마음을 나눠 행복했다.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해 만났을 때 루시아는 "내가 표현이 넘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으로만 생각하고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아티스트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노래하고 표현하는 것들이 복잡하더라도 언제가는 단순하게 정리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간 공중에 붕 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이제 발을 땅에 딛고 있는 듯하다"며 미소지었다. "혼란스런 부분들이 닥쳤을 때 해결보다는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음반에도 이해에 대한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그동안 내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처음에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데 직면하면 이해가 되더라. 이번 앨범은 그렇게 혼란과 두려움이 포함된, 고민의 결과다. 질문이 필요한 사람에게 쓸모가 있는 음반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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