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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300만 ‘검은사제들’ 소재·장르부터 상영까지 '혁명'

등록 2015-11-15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5: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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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의 미스터리 호러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의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11일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5일 개봉했으니 불과 7일 만이다. 극장가 비수기인 11월, 그것도 2016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12일) ‘특수’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이례적인 기록이다.

 여세를 몰아 14일에는 45만3300명을 추가해 누적 관객 수 311만3175명을 기록했다. 15일 오전께 300만 관객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허물며 가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검은 사제들’은 국내에서 드물게 '엑소시즘'을 소재로 택했다. 장르도 ‘호러’라고 해야 할지,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둘을 합쳐서 ‘미스터리 호러’라고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만큼 낯설다.  

 여고생 '영신'에게 숨어든 마귀를 축출하기 위한 ‘김 신부’(김윤석)와 신학생 ‘최 부제’(강동원)의 활약이 주된 내용이다.

 실제 러닝타임 108분짜리 이 영화의 절반 가까이(40분)를 ‘구마(驅魔) 의식’으로 채운다.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호러 영화는 ‘엑소시스트’(1974) ‘콘스탄틴’(2005)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2010) 등 할리우드 영화로는 심심찮게 접해왔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1998년 ‘퇴마록’(감독 박광춘) 이후 정말 오랜만이다.  

 사실 많은 영화 전문가가 개봉 전 이 영화를 두고 소재와 장르가 독특한 데다 특정 종교와 밀접해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흥행세를 보니 ‘호’가 완전히 우세를 점한 듯하다.

 호에는 역시 강동원의 티켓파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극장 관객의 절반은 강동원을 보러 온 여성들이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은 그 여성들과 함께 온 남성들이다”는 그럴듯한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유야 어쨌든 이 영화 덕에 한국 영화의 소재와 장르적 한계가 모처럼 무너지는 것처럼 이 영화를 발판 삼아 도약기를 맞은 것이 있다. 바로 ‘스크린X’다.

 스크린X는 CJ CGV(대표 서정)와 카이스트가 공동개발한 세계 최초 다면 상영 시스템이다.

 기존 영화관이 관객 정면의 스크린 하나로 상영하는 것과 달리 스크린X는 좌우 벽면까지 확대(270도)해 총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국내 외에 걸쳐 총 162개 특허를 등록 또는 출원했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를 통해 세상에 처음 공개했으며, 이후 CGV 여의도, 홍대를 비롯해 국내 46개 CGV 극장, 총 77개 상영관, 미국 LA 마당과 라스베이거스 AMC 극장, 태국 방콕 메이저 시네플렉스 등 해외 3개국 7개 상영관에서 운용 중이다. 

 CJ CGV는 올해 5월 개봉한 김혜수, 김고은의 범죄 드라마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을 ‘스크린X 버전’으로도 상영했다. 다만 일반 촬영본을 스크린X용으로 재편집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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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의 미스터리 호러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스크린X 버전’.
 그러나 ‘검은 사제들’은 아예 처음부터 일부 분량을 스크린X를 염두에 두고 촬영했다. 모두 25분 정도다.

 덕분에 이 영화를 영등포, 용산. 홍대 등 전국 26개 극장에서 스크린X 버전으로 보는 관객은 주요 시퀀스 중 일부에서 ‘비(非) 스크린 X 버전’에서는 볼 수 없는 신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상영 초반 가톨릭 교회와 사탄의 오랜 전쟁과 구마의식을 소개하는 장면, 영신의 몸에 숨어든 마귀가 김 신부와 최 부제를 겁박하기 위해 쥐와 바퀴벌레 떼를 모으는 장면 등이 그것들이다.  

 특히, 구마의식 시퀀스 중 마침내 마귀의 형상을 드러내는 영신과 그럴수록 더욱 격렬하게 기도하는 김 신부,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도 간절히 라틴어로 기도문을 읊조리는 최 부제 등 세 사람 얼굴을 클로즈업한 신을 스크린 3개에 하나씩 띄워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은 스크린X이기에 가능했다.

 비 스크린X 버전에서는 영신의 얼굴만 나오니 그야말로 몰입감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스크린X 영화가 많지 않은 탓에 아직 전용관이 없고 스크린X를 겸하는 상영관만 있다 보니 좌우 영상을 특수 마감한 벽면이 아니라 평범하게 마감한 일반 상영관 벽면에 그대로 영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탓에 좌우 스크린 해상도가 정면 스크린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스크린X 버전으로 ‘검은사제들’을 관람한 기자가 이를 지적하자 CJ CGV는 “처음 받은 지적이다”면서도 “새로 생기는 스크린X관에 지적해준 내용을 반영하고, 기존 상영관에서도 리뉴얼할 때 보완해 나가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머지않아 훨씬 또렷한 좌우 영상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에서 김 신부는 영신에게 숨어든 마귀에게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네 이름이 무엇이냐? 말하라!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번에는 기자가 이미 이 영화를 봤거나 앞으로 볼 관객에게 김 신부를 흉내 내 감히 주문해 보련다.

 “강동원만 보지 말고 영화를 보라. 그리고 한 번 더 볼 것이라면, 딱 한 번만 볼 것이라면 스크린X로 보라.”

 아 참, 신의 장난일까. 마침 첫 스크린X 영화 ‘더 엑스’의 남자 주인공도 강동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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