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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영화 ‘내부자들’, ‘이태원 살인사건’ ‘도가니’처럼?

등록 2015-11-22 16:30:48   최종수정 2016-12-28 15: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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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영향력이야 TV만 틀면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드라마가 크겠지만, 제약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영화는 그에 비해 영향력은 다소 작지만, 표현이 좀 더 자유롭다. 현실을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요즘 영화의 영향력이 TV 드라마의 그것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수많은 동시기 상영작 중 자신이 직접 선택해 적잖은 돈을 내고 관람한 만큼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관객이 영화 속에서 그려진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미디어가 앞다퉈 뉴스로 다루는 것도 모자라 관객 스스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알리기까지 하니 그 파급력은 점점 빨라지고, 영향력은 갈수록 거대해진다.  

 실제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감독 홍기선)을 비롯해 2011년 ‘도가니’(감독 황동혁), 2012년 ‘26년’(감독 조근현), 2013년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4년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올해 ‘연평해전’(감독 김학순), ‘베테랑’(감독 류승완) 등은 깊은 울림으로 우리 사회를 적잖이 뒤흔들었다.

 이제는 “영화가 현실을 바꾼다”고 해도 누구나 수긍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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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한 장면.
 이들과 궤를 같이 하되 더욱 화끈한 작품이 나왔다. 지난 18일 전야 개봉한 ‘내부자들’이다. 2010년 103만명을 모은 ‘파괴된 사나이’. 2012년 131만명을 들인 ‘간첩’ 등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이 영화는 2012년 한겨레 오피니언 훅에서 연재된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당시 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이를 촉발하는 오염된 시스템 문제를 짚어가며 한창 인기를 누렸으나 돌연 3개월 만에 연재를 중단했다.

 이를 두고 한때 ‘외압설’이 돌기도 했지만, 윤 작가는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 10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 스스로)‘정치를 예리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내성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과연 창작자로서 잘하고 있는가’라는 깊은 회의감으로 연재를 중단했던 것”이라고 부인했다.  

 다행히 영화는 외압 논란 없이 대기업(오리온 그룹 쇼박스) 투자도 받고, 이병헌·조승우·백윤식 등 정상급 배우들도 캐스팅하는 등 순조롭게 제작됐다. 극장에도 무난히 걸려 정식 개봉(19일) 이후 3일째인 21일까지 111만명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질주하고 있다.

 영화에서 전개되는 내용은 관객이 그간 미디어를 통해 피상적이나마 접해왔던 여러 사건들을 연상시킨다.

 우 감독은 ‘고위층 별장 성 접대’ ‘폭력 조직 선거 개입’ ‘스폰서 검사’ ‘대기업 노조 파괴’ ‘대기업 비자금 조성’ ‘불법 대선 자금’ ‘정계, 재계, 관계, 언론계, 조직 폭력계 커넥션’ 등 일련의 사건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더욱 리얼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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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한 장면.
 여기에 이병헌은 복수심에 불타는 정치 깡패 ‘안상구’를, 조승우는 출세와 성공을 위해 줄달음치는 흙수저 검사 ‘우장훈’을, 그리고 백윤식은 정치판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노회한 일간지 논설주간 ‘이강희’를 각각 맡아 명불허전 연기로 힘을 보탰다.

 덕분에 관객은 13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 동안 대한민국 정치판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배경이야 ‘여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이고, 제작사는 노파심에서 자막으로 “특정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 없다”고 강조하기는 했다.

 그러나 내년 4월13일 열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미 치열한 당내 헤게모니 쟁탈전에 접어든 여야 정치권이 모두 바짝 긴장하기에 충분할 듯하다.

 특히 이 영화가 다룬 각 사건 관련 인사들은 지금껏 많은 영화가 일으킨 재수사, 재조명 등 갖가지 사회적 파장을 떠올리면서 좌불안석이 될 것으로 매우 보여진다.

 ‘내부자들’이 ‘11월 비수기’ ‘청소년관람불가’ ‘보기 불편한 장면(난교 파티·신체 절단 등)’과 같은 숱한 한계를 딛고, 2001년 ‘친구’(감독 곽경택)이 세운 역대 청불 영화 최고 흥행 기록(약 820만명)을 경신할 정도로 대박 흥행한다 해도 몇 년 뒤 더 화끈한 속편이 탄생하게 될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 달렸다.

 정치권이 이 영화를 계기로 180도 변신해 우리나라를 감독이 소재로 써먹을 ‘희대의 사건’과 배우가 연기할 ‘문제적 인물’이 없는 ‘헤븐조선’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속편 제작이 전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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