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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의 연예특급]상처만 남은 대종상, 한국의 아카데미상은 언제쯤…

등록 2015-11-25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5: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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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준비 과정부터 갖가지 논란을 일으켰던 '제52회 대종상 영화제'가 결국 사상 최악의 오점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 밤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대종상 시상식은 시상자도, 수상자도 안 보이는, 국내 영화사에 남을 '사건'이었다.

 갖가지 이유로 남녀 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했고, 감독, 심지어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도 대거 불참해 타인이 상을 받아 전해주는 '대리 수상식'이 진행됐다.

 대신 상을 받으러 나온 수상자는 뻘쭘한 표정을 지었고, MC들(신현준·한고은)은 어쩔 줄 몰라 연신 땀을 흘렸다. TV 생중계로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는 황당한 상황에 폭소를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분노했다.

 사실 대종상은 오래전부터 "공정하지 못하다" "몰아주기다" "주최 측의 운영이 문제다" 등 갖은 비난 속에 점점 빛을 잃어가며 연말에 그냥 진행되는 영화 행사로 낙인 찍힌 지 오래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최악'은 아니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었지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작품의 배우들을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수상에 눈물을 흘리며 영화 못잖은 감동을 안겨준 배우도 없었다.

 관객은 이전보다 공정해지고 발전한 대종상 영화제를 기대했다. 왜냐하면 영화 산업이 성장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현실감이 높아지면서 관객 눈높이는 더욱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0년 전과 비교해 한국영화는 괄목상대한 발전을 했다. 다양한 장르의 도전, 할리우드와 비교해 흠잡을 데 없는 탄탄한 플롯, 관객을 초반부터 몰입하게 하는 서사는 분명 한국영화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배우들 역시 외모 승부가 아니라 캐릭터와 메소드 연기를 통해 창조력과 표현력도 훨씬 세련돼졌다.

 그러나 한 해 여름에 국민의 5분의 1이 봐야 달성할 수 있는 '1000만 영화'를 두 편('암살' '베테랑')이나 낼 정도로 영화 산업 중흥기를 맞은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어야 할 영화제만 역주행한 셈이다.

 한국의 대종상도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같이 회원제를 도입해 전문 회원 수천 명이 각자 역할을 맡아 당당하게 활동하며, 공정한 평가로 수상 작품과 수상자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심사위원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일반인이 봐도 이번 대종상 심사위원 모두가 영화 전문가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심사위원에 왜 변호사, 방송사 이사장 같은 영화 비전문가들이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 제67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9명만 봐도 심사위원장 제인 캠피온을 비롯한 감독 5명, 윌리엄 데포 등 배우 4명이 모두 영화인이다.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 상을 주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대종상 집행위원회도 문제지만, 배우들이나 감독들도 대종상의 운영 방식과 시스템에 반기를 들어 집단으로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도 대종상의 걸어온 역사에 반한 행동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더라도 배우들이나 감독들이 참석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인정하는 영화제였다면 수상자들은 자랑스럽게 집행위를 신뢰하고, 시상식에 기꺼이 참석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종상 집행위와 영화 관계자들, 배우들, 감독들이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대종상도 종은 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이호규 남예종 연기예술학과 교수·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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