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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3년' 관광경찰대, 길 안내가 주업?

등록 2015-11-27 09:54:40   최종수정 2016-12-28 15: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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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13년 10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관광경찰 출범식에서 대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출범 3년째를 맞은 관광경찰대가 '길 안내' 등 관광 불편처리 기관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외국인 대상 불법행위 근절'이라는 애초 취지와 다른 길을 걷는 탓이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관광경찰대는 지난 2013년 10월 서울(경찰 52명·의경 49명)에서 처음 출범해 부산(35명), 인천(24명) 등 3개 본부로 확대됐다. 총원은 160명이다.

 주요 업무는 관광지 범죄예방 및 기초질서 유지, 외국인 관광객 대상 불법행위 단속·수사,외국인 관광객 불편사항 처리 등 관광 치안서비스다.

 ◇경찰인지 가이드인지 '오락가락'

 경찰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최근 제출한 '관광경찰 활동실적'에 따르면, 관광경찰대는 지난 2013년 10월16일부터 2015년 9월30일까지 총 17만632건의 실적을 보고했다.

 문제는 이 중 95.8%(16만3541건)가 '관광안내 불편처리'라는 사실이다. 경찰 본연의 역할인 단속과 수사는 4.2%(7091건)에 그쳐 주객이 전도돼 버렸다.   

 단속·수사 실적 내용은 '가격미표시'가 15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관광버스 1186건, 택시(콜밴) 1001건, 무자격 가이드 688건, 무허가 숙박업 653건, 자격증 미패용 510건, 외국환관리법 192건, 호객행위 176건, 미전담 여행사 63건, 원산지 미표시 55건, 상표법 24건, 기타 1029건 등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수치로만 계산하면 관광경찰 1명당 약 2주(16.5일)에 한 번꼴로 단속·수사 실적을 올리는 셈이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불법행위 근절이라는 출범 당시 목표와 한참 멀어진 듯하다.

 그나마 실적을 올리고 있는 단속·수사도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타 부서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시행해 얻은 결과물이 많다.  

 실례로 지난해에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와 합동으로 외국인 관광객 상대 동성애 성매매를 알선한 업자 등 16명을 검거했고, 서울 중구청과 함께 불법영업 콜밴·택시기사 64명을 적발했다. 

 이를 두고 관광경찰대는 "부처 간 협업의 모범적 사례의 하나"라고 자평하지만, 이는 독자적인 영역 구축에 실패한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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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관광경찰대 활동실적을 보면 전체의 95.8%(16만3541건)가 '관광안내 불편처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경찰 본연의 역할인 단속 및 수사는 4.2%(7091건)에 그쳐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email protected]
 전체 수사팀 인력도 19명(서울 8명·부산 8명·인천 3명)에 불과해 실질적인 단속·수사에 나서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나머지 인력은 순찰팀(경찰관 75명·의경 49명 포함)에 중점 배치돼 있어 사실상 '관광안내 불편처리'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그마저도 1명당 하루에 1~2건의 '관광안내 불편처리' 실적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관광경찰대 관계자는 "한국에 관광경찰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다"며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누구든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단속·수사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1건을 단속하고 수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단순 건수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지자체와 업무 중복…"관광산업 육성 기여 의문"

 관광경찰대가 우리나라 관광산업 육성에 이바지하는 역할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책정보통계센터가 지난 5월 발표한 '2014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광안내 서비스 만족도는 2013년보다 6.6%p 상승한 75.9%(매우 만족 25.3%·만족 50.6%)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전부터 관광안내 서비스 만족도는 2011년 56.0%, 2012년 69.0%, 2013년 69.3%로 증가 추세였기 때문에 관광경찰대만의 공로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서울시는 광화문·남대문시장·동대문·삼일교·시민청·신촌·이태원역(지상)·이태원역사·잠실·홍대입구·명동·김포공항 등 12곳에 '고정식 관광안내소'를 운영 중이다.

 올 1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서울시(자치구 제외)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관광안내원 114명(전체 정원)이 외국인들에게 제공한 '관광안내 불편처리' 서비스(1330콜센터 제외)는 53만152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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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관광경찰  세부 활동실적을 보면 2년간 단속·수사 실적은 가격미표시 1514건, 관광버스 1186건, 택시 1001건, 무자격 가이드 688건, 무허가 숙박업 653건, 자격증 미패용 510건, 외환관리법 192건, 호객행위 176건, 미전담 여행사 63건, 원산지 미표시 55건, 상표법 24건 등에 불과하다. [email protected]
 더불어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10개소가 신사동·삼청동·홍대·광장시장·신촌·북촌·이태원·명동·동대문·남대문 등에서 운영 중이다. 관광경찰대 센터(홍대·명동·이태원·동대문)와 인접해 있다.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관광통역안내원 84명(전체 정원)은 2인1조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을 순회하면서 통역, 지리정보, 관광코스 소개 등을 안내한다. 관광경찰대 순찰팀의 '관광안내 불편처리' 업무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실적은 더 많다. 관광경찰대 순찰팀 대비 부족한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올 1월부터 10월까지 안내 업무 104만5337건을 수행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관광경찰대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활동 실적을 보면 대부분 정보 제공과 길 안내 역할이다"며 "관광경찰대가 관광산업 육성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단순히 외국어 구사 능력이 있다고 관광경찰 기능에 적합한 직무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관광경찰이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고, 내실 있게 운영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광안내 불편처리' 실적 검증 절차 無

 '관광안내 불편처리' 실적 보고 절차 자체만으로도 허점이 많다.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고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지를 검증하는 절차는 없다. 결국, 해당 경찰관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처지다.

 경찰 내부에서도 "단순한 길 안내일지라도 쌓이다 보면 인사고과에 반영될 수 있으므로 실적을 허위 보고할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관광경찰대 관계자는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당사자가 단순 건수, 안내 건수, 불편 건수 등 양식에 맞춰 실적 보고서를 작성한다"며 "경찰이 허위 작성을 할 리 없다. 게다가 관광안내 불편처리 실적은 인사고과에서 거의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임무를 실제로 수행했는지를 현장에서 일일이 검증할 여력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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