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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박보영·수지도 참패…여주 원톱 영화 대박은 언제?

등록 2015-11-29 16:33:32   최종수정 2016-12-28 15: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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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보영 주연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국민 여동생'도, '국민 첫사랑'도 한창 기세등등한 '수컷'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여동생 박보영의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와 국민 첫사랑 배수지(그룹 미쓰에이 멤버)의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는 지난 25일 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이병헌·조승우·백윤식의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이 쌓아놓은 공고한 아성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개봉 첫날 5만9756명, '도리화가'는 4만9217명을 각각 들이는 데 그친 것. 각각 2, 4위다.

 이와 달리 '내부자들'은 앞서 11월18일 전야 개봉해 1주일여 된 이날 25만1195명을 모으며 1위를 지켰다. 이날까지 누적관객은 226만3761명이었다.

 '내부자들'은 28일께 300만 관객 돌파가 확실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을 명중시키기라도 하듯 이날 46만4290만명을 추가해 누적관객 316만4670을 기록했다. 역대 청불 영화 최단기간 300만 기록 경신이다.  

 이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줄곧 8만5722명을 끄는 데 머물며 개봉일부터 줄곧 지켜온 2위를 9만6800명을 모은 강동원·김윤석의 '검은사제들'(누적 481만8477명)에게 내주고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누적 관객은 25만9116명이다. '도리화가'는 5만3704명(누적 18만4973명)을 모았다. 4위를 지킨 데 안도해야 할 처지다.

 두 영화는 각기 "가진 것은 열정뿐인 20대 여성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기"('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판소리를 남성에게만 허락했던 조선시대 성차별에 도전한 여성의 이야기"('도리화가') 등 공감을 살 만한 주제 의식과 15세('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와 12세('도리화가') 관람가라는 유리한 상영 등급도 갖추고 대입 수능 특수까지 기대했으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내부자들'의 턱밑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2월3일 할리우드 영화 '하트 오브 더 씨'(감독 론 하워드), 한국영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 등 신작들이 개봉하면 더욱 움츠러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두 영화가 부진한 이유를 찾아본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역시 '여성 주인공(여주) 원톱 주인공 한국 영화의 한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두 영화가 여주가 아니라 남주(남성 주인공)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물론 두 영화는 각각 정재영·오달수·배성우('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류승룡·송새벽·김남길('도리화가') 등 걸출한 남배우들이 옆과 뒤를 받쳤지만, 원톱 주인공은 여배우다.  

 국내 극장가에서 여성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여성은 동성 친구, 연인이나 이성 친구와 영화를 본다. 심지어 혼자 보는 여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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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수지 주연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의 한 장면.
 하지만 남성은 혼자 영화 관람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보기를 원하는 데 연인이 됐든, 친구가 됐든 여성과 함께 본다면 그에게 영화 선택권을 맡긴다.

 문제는 여성 관객들이 여배우가 원톱 주인공인 한국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여배우 원톱 영화가 잘 팔리지 않으니 제작사는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제작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투자사는 지갑을 열기를 꺼린다.

 동시기 상영작인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헝거게임: 더 파이널'(감독 프랜시스 로런스)을 보자.]

 2012년 1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감독 게리 로스)부터 시리즈를 마감하는 이번 작품까지 원톱으로 박보영과 1990년생 동갑내기 여배우인 제니퍼 로런스를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로런스는 201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감독 데이비드 O. 러셀)으로 2013년 1월 제70회 골든글로브, 2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대스타로 성장, 시리즈에 보은했다.

 "공포영화도 싫고, 엑소시즘 영화는 더 싫은데 강동원이 나와서 봤어요." 강동원·김윤석의 '검은사제들'(감독 장재현)을 본 한 여성 관객의 말은 한국영화에서 남배우의 '초강력' 티켓파워와 여배우의 한계를 방증한다.

 하지만 "그런데 영화를 보니 박소담 캐틱터가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강동원 보러 갔다 박소담 팬이 돼서 나왔죠"라는 그의 말은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성 원톱 영화도 색안경만 벗고 보면 얼마든지 재미있고 감동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보영의 새내기 연예기자 '도라희'나 배수지의 조선 최초 여성 판소리 명창 '진채선' 캐릭터도 박소담이 열연한 마귀에 들린 여고생 '영신' 못잖게, 아니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여성 관객들이여, 이번 기회에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그대들의 것임을 제대로 증명해 보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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