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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뭉친 1차세계대전 연합국 영·프·러…IS 공동대응 가능할까

등록 2015-11-26 18:33:20   최종수정 2016-12-28 15: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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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백악관에서 24일(현지시간) 개최된 미국, 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프랑스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지만 IS 격퇴 작전에서 러시아의 역할에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프랑스 양국은 야만적인 테러단체 IS를 격퇴하는데 단합돼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에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 2015.11.25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1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 테러 이후 1914년 세계 제1차 대전 당시 연합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다시 연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영-프-러 3국을 기반으로 한 연합국은 1918년 11월 독일이 항복하면서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 전쟁을 ‘유럽 전쟁’(European War)이라고 명명했던 미국은 막판에 연합군에 합류했다.

 100년이 지난 2015년 11월,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라는 ‘공공의 적(敵)’에 맞서기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댔다. 알카에다와 IS 등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미국이 전진하면 유럽이 뒤를 따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프랑스와 러시아가 모두 최전선 앞으로 나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상군 파병에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러시아는 첫 지상군을 파병했다. 쿠웨이트 일간 알라이는 최근 고위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지상군이 시리아 반군 점령지를 탈환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의 피해당사자인 프랑스는 대(對) 이슬람국가(IS) 공습을 위해 미국과 나란히 전면에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프랑스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프랑스는 지금 전쟁 중이며 응징은 무자비할 것”이라며 “승리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도 하나의 연합군으로 맞서 싸우자”고 연설했다. 파리테러보다 더 많은 사상자(약 191명 사망・1800명 부상)를 냈던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나 2005년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지하철・버스 폭탄테러(52명 사망・770여 명 부상)에서도 현지당국은 이처럼 격한 반응을 쏟진 않았다.

◇핵 항공모함까지…공격수위 올리는 프랑스

 프랑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를 통해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 IS에 대한 공격을 퍼부었다. 샤를 드골 호는 지중해 동부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이라크 북부의 IS 거점인 모술과 라마디에 공습을 가했다. 프랑스 군은 항모에 탑재된 라팔 전투기들이 IS를 공격하는 지상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작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지난 23일 ‘프랑스의 반(反) ISIS 연대: 주요 국가들은 어디쯤 서있나’란 제하의 기사에서 “파리테러 후 국제적 군사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랑드 대통령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등 프랑스가 IS를 격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BBC는 ‘프랑스, 항공모함 이용한 IS 타격 개시’란 기사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고, 중동 지역에서 존재감이 있다. 때문에 안보를 높이고 (러시아와의) 합의에 이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IS 공습을 위해 프랑스군에 키프로스의 영국공군기지(RAF)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23일 올랑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 또한 시리아에서 IS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 굳센 신념이라며 국제테러리즘을 저지하기 위해 프랑스와의 공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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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AP/뉴시스】프랑스 파리를 23일(현지시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15.11.23
◇‘안보파트너 명성’ 노리는 영국

 ‘파리테러’는 영국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5년간 주로 국내 정치나 경제문제에 집중하면서 군사력 후퇴 조짐을 보여온 영국은 최근 발표한 ‘전략적 방어·보안검토’(SDSR)를 통해 이런 방향에서 벗어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국방력이 더 이상 약화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다.

 캐머런 정부가 지난 23일 의회에 제출한 SDSR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핵무기 전력 강화와 테러 대책 등을 위해 국방예산을 1780억 파운드(약 312조원) 증액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SDSR은 안보 전략에 관해 영국 정부가 발간하는 가장 중요한 문건이다.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와 함께 영국에 대한 위협과 이에 대한 군 대응능력을 검토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책임자 말콤 찰머스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SDSR 보고서가 (테러에 대한 대응능력 향상 등) 단순히 국방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영국이 신뢰할만한 안보파트너로서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방향전환은 국경을 기준으로 국방을 수호하는 것과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리즘 간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는 상황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20일 “국경없는 세계에서는 우리가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할 때, 더 이상 고국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전쟁 위협에서 국방을 지키는 것과 국경을 초월하는 위협을 막아낼 필요성을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전략적 방어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미국-러시아 ‘신냉전’…계속되는 불협화음

 그러나 지난 24일 시리아 터키 접경지대에서 나토 동맹국인 터키 공군 전투기가 러시아 전폭기(Su-24)를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IS 격퇴를 위한 공조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파리테러 후 모처럼 미국․ 프랑스 등 연합군과 손을 잡는 듯했던 러시아가 다시 예전처럼 독자 행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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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3일 이란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만나 회담하던 중 웃고 있다. 2015.11.26.
 실제 러시아가 터키 영토를 사정권에 둔 최신예 미사일의 시리아 배치를 선언한 뒤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25일 AP통신은 러시아가 최신예 S-400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시리아 라타키아 공군 기지에 배치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전투기 격추 직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IS가 아닌 시리아 온건 반군만 공습하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와 협조하지 않는 국외자(outlier)다”며 “우리는 65개국이 연합하는 반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국가는 이란과 러시아 뿐이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전폭기가 격추 사건 후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푸틴이 우리의 해법을 시험하고 있다”며 펜타곤 전 고위 자문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점점 심해지는 러시아의 공격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 국영매체 RT(러시아타임스)는 25일 “미국이 러시아를 불안정하게 하려고 터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러시아는 IS 격퇴에는 서방과 뜻을 같이 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서방과 갈등을 빚어왔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내전과 공습이 치열한 시리아에서 거미줄처럼 복잡한 각국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조율없이 벌이는 군사작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다”고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의 의미를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와 터키는 영토침범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BBC 등 외신들은 터키와 러시아간 갈등이 극에 치닫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브스에 글을 기고하는 더글라스 밴도는 “터키 영공을 침해해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시킨 터키의 무모한 결정이 제3차 세계 대전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가디언은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이 외교적으로 얽히고 설킨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야부즈 바이다르 칼럼니스트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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