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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VS 2015④]지금의 성보라는 취업할 수 있을까

등록 2015-12-11 06:44:17   최종수정 2016-12-28 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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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서울대생 '성보라'(류혜영)가 동생 '덕선'(혜리)과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장면. (사진=CJ E&M 제공)
대학진학률 30%→80%…취업은 더 힘들어지고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1988년 대학생은 한국 사회에서 조금은 특별한 존재였다. 당시 이들은 '한국 사회의 지성'으로 불리며 문화와 담론을 주도해 나갔다. 대학생이 주도하는 정치 시위와 집회는 정국을 흔들었고, 대학가요제는 가요계를 넘어 대중문화를 주도했다. 

 그래서인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보라'(류혜영)는 '쌍문동 미친 X'라고 불리는 독보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서울대에 들어간 소문난 수재인 그의 눈치를 보느라 동생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바쁘다.

 2015년 대학생은 남보다 '특별'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00만명에 달하는 이들은 대부분 학점과 스펙을 주무기로 하는 취업 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정치와 사회 이슈에 관한 논쟁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를 토익과 유학, 취업에 유리한 우선순위들이 채우고 있다.

 '응팔'의 대학생들이 '특별한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7년 동안 변화한 대학진학률을 보면 어느 정도 유의미한 변화를 볼 수 있다.

 ◇대학생이 특별했던 '사회'…고교 졸업 후 취업도 상당수

 일단 1988년에 대학은 누구나 갈 수 있었지만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었다. 적어도 숫자로는 그랬다. '응팔'에 나오는 성보라 같은 소위 '똑똑한 아이'가 들어가고, 그런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대학 자체가 강력한 '스펙'으로 작용했다.

 또 이 시기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취업률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 당시에 대학 진학은 자의든 타의든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취업하는 것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는 선택지 중 하나였다는 얘기다.

 이를 자세히 보면 1988년 대학진학률은 36.4%에 불과했다. 고교 졸업자 중 3명 중 1명만이 대학에 갔다. 1990년 대학진학률은 33.2%, 취업률은 33.8%였다. 학교를 구분해서 보면 일반계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은 47.2% 취업률은 9.8%, 실업계 고등학교의 진학률은 8.3%, 취업률은 76.6%로 나타났다.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절반 정도는 대학에 가고,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학생은 대부분 취업했다는 얘기다. 이는 '대학에 간다' 자체가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대학 진학 여부에 따라 고등학교 입학부터 일반계와 실업계로 나뉘었고, 실제로도 졸업 후에는 진학과 취업으로 인생의 진로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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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호 기자 = 대학진학률·대졸자 취업률 추이 비교 [email protected]
 그러나 이 같은 사회구조는 1990년대에 들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1990년대부터 대학진학률은 매년 5%에 육박할 정도로 솟구쳤다. 모두 대학에 가는 시대가 개막했다. 1992년까지 34.3%를 유지하던 대학진학률은 1994년 38.6%로 높아졌고, 1994년 45.7%까지 치솟았다. 이후 1995년 51.4%, 1996년 54.6%였다 1997년에는 60.1%로 올랐다. 4년 뒤인 2001년 대학진학률은 처음으로 70%를 돌파했으며, 2004년에는 80%까지 넘었다.

 대학진학률이 정점을 찍은 해는 2008년이다. 이때 대학진학률은 83.8%에 달했으며, 취업률은 5.8%에 불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의 대부분이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이후 대학진학률은 조금 꺾이는 양상을 보였는데 2010년 대학진학률은 79%, 취업률은 5.4%였다.

 ◇누구나 대학에 가고, 더 경쟁하는 2015년  

 대학진학률이 이렇게 치솟은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학 정원은 80년대 초반 60만 명 수준에서 1988년에는 130만 명까지 늘었다. 이후 문민정부의 대학 정원 자율화에 따라 대학 정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0년 전국 대학생 수는 158만 명이었지만, 1995년 221만명, 2000년 313만여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09년에는 340만명,  올해는 330만명9000명 수준이다.

 이처럼 '모두가 대학에 가는' 시대는 오히려 어려운 환경을 낳았다. 고교 졸업자들이 대학에서 가질 수 있는 학력과 학벌 이상의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극명하게 떨어졌다.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1970∼1980년 60~70%를 넘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으나 1980년대 이후 급격히 감소해 현재 50%대로 낮아졌다. 2004년 66.8%, 2005년 74.1%에서 2010년 55.0%, 2011년 58.6%까지 낮아졌다. 2013년 59.3% 2014년 58.6%만이 취업했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박민숙 연구원은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취업시장에서 '대졸'은 당연한 것이 돼 버렸다"며 "채용 문화와 시스템 변화도 필요하고, 대학과 상관없이 기술이나 전공을 살린 취업이 가능한 구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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