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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혁모의 연기선생 왈]진정한 ‘중친연가’를 위하여

등록 2015-12-15 09:14:12   최종수정 2016-12-28 1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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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중친연가’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으면 어떤 이는 중국음식점, 어떤 이는 포장마차, 어떤 이는 중국영화 제목 같다고 답한다.

 중친연가는 요즘 필자가 시작한 동영상 연기교육프로젝트 제목이다.

 어느 날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친구 영민이가 뜬금없이 연기를 가르쳐달라고 나를 찾아왔다. 마치 사춘기 아이들처럼 또렷한 이유도 없이 무작정 연기를 가르쳐 달라 졸라댄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3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둔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다. 이때쯤이면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시간적으로도 정신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허리가 휠 나이인데…. 아니, 다른 사람들 같으면 중·고교생 자녀의 손을 잡고 자녀 진로 상담을 위해 필자를 찾아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자녀가 아닌 중년 아저씨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위해 연기를 배우겠다고 찾아왔으니 이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영민이는 회화를 공부하다 조각으로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고, 온라인 관련 사업을 했다가 망해 보기도 했다. 또 케이블 방송사에서 사회인 야구중계방송인 ‘야.남.드(야구는 남자의 드라마)’를 5년째 진행하기도 하며, 현재는 인테리어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음악, 미술, 문학, 세계사, 요리 등에 관심과 재주가 많은, 잡학다식한 친구다. 늘 일 벌이는 것이 끊이지 않고, 친구 일에 내 일처럼 나서는 의리파이자 실속 못 챙기는 오지라퍼 이상주의자 같은, 조금은 어른스럽지 못한 태평한 성격이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몇 번 이야기를 해보니 진짜로 연기를 하고 싶고 예능 쪽으로도 방송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 어떻게 하면 영민이에게 연기도 가르치고 연기도 할 수 있게 해주고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튀어나온 기획물이 중친연가다. “중년의 친구에게 연기를 가르치다”의 약자로 제목을 정해서 중친연가!

 방송 관계자에게 영민이를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하기는 어렵고 불편하니 우리가 자체적으로 온라인 영상콘텐츠를 만들어내자!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 사업들이 활발해진 요즘이면 좋은 콘텐츠는 시청자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영민이와 여러 차례 회의하며 콘셉트를 정하고 촬영을 준비했다. 촬영 스태프를 구성하고, 건설업을 하는 친구 인혁이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주변 지인들의 여러 도움을 받아 드디어 촬영을 마치고 본편 편집을 하는 중이다.

 친구를 돕기 위해서 시작된 작은 일이고, 힘만 들 것 같았던 일인데 해보니 재미있다.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 온 친구와 함께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더욱 재미있다. 선생과 제자의 관계로 그동안 많은 스타 연기자들을 가르쳐왔던 필자는 그동안 선생으로서의 틀 안에 갇혀있던 터라 조금은 답답하고 단조로운 생활 속에 살아왔는데 허물없이 편하게 친구에게 연기를 가르치며, 농담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재미진다.

 영민이는 요즘 편집실에서 밤을 새우며 고생스런 일을 하고 있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다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즐거움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필자 역시 그렇다.

 젊음이 다 가고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 나 자신이 사라져 가는 나이에 중친연가는 새로운 희망과 재미와 열정을 찾게 해줬다. 중년이 됐다고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겐 늘 새로운 일과 재미가 생겨나고, 우리에게는 그 일을 할 힘이 아직 있으니….

 안혁모 C.A.S.T. by iHQ 연기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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