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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미래다②]'잠깐의 방황' 학교 밖에서 찾은 꿈

등록 2015-12-29 09:34:37   최종수정 2016-12-28 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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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광주광역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청소년 작업장 1호점 '생각하는 손' 공방. (사진=광주 학교밖지원센터 제공)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잠깐의 방황이었을 뿐 꿈을 꾸니 우리도 달라졌다."

 형욱(가명·18)이는 대안학교에 다닐 당시만 해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서툴고 무뚝뚝한 아이였다. 하지만 광주광역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광주센터)가 운영하는 청소년 작업장에서 직업훈련을 받 고난 뒤부터 적극적인 아이로 탈바꿈했다. 

 형욱이는 광주센터가 청소년 작업장 1호점 '생각하는 손' 공방을 시작할 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예전에는 어떤 분야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목공예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꿈을 키워나갔다.

 형욱이는 "처음에는 목공예를 잘 배워 개인 공방을 열고 싶었는데 최근에는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생겨 영상·촬영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센터는 올해 7월 광주 시내 와이즈파크에 청소년 작업장 2호점 '락(樂}다방'을 열었다. 아이들이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 등 대형 커피 전문점의 별명에 착안해 직접 이름을 지었다.

 현재 '락다방'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 4명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동갑내기 친구들끼리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고, '레몬 청' 등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영(가명·17)이는 "일반적인 아르바이트와 다르다"며 "락다방은 사회로 나가는 징검다리이자 도약대"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광주센터는 지난해 10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과 삼성SDS 임직원 후원(3년간 2억원)을 받아 청소년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청소년 작업장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성취감, 자존감 등을 키우고 있다. 청소년 작업장은 이들에게 또 다른 배움터인 셈이다.

 ◇"문제아 아니다"…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미래

 201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대책'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학생 6만~7만 명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은 현재 약 28만 명으로 추산된다.

 박윤범 광주센터 팀장은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지나친 학업 부담이나 집단 따돌림 등 다양하다"며 "가정 해체로 살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뿐더러 사회적 편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정책적 지원이 부족했음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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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광주광역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청소년 작업장 2호점 '락(樂}다방'. (사진=광주 학교밖지원센터 제공)
 2013년 여성가족부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기관 종사자 설문조사(1440명)' 결과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주된 어려움은 지원체계 부족(18.4%), 낮은 자존감(12.9%) 등이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의 낮은 자존감은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 등 편견 탓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들의 건강한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박 팀장은 "학교 밖 청소년은 비행 청소년이나 문제아일 것이라는 편견에 시달린다. 그래서 자꾸 음지로 숨는 것"이라며 "그동안에는 목표가 없었을 뿐 나쁜 아이들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학교 밖 청소년은 우리나라 학교(교육)가 낳은 피해자로 봐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정부 지원 걸음마 단계…개선·보완 절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 5월 여성가족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같은 달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전국 202개소의 '꿈드림(꿈=Dream)'이라 불리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할 예정이다.

 김성하 공감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범정부적 차원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은 시작 단계다. 아직 많은 부분에서 개선·보완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청소년이 진·취학 등 미래를 위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학교 밖 청소년이란 용어를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학교 안 학생, 학교 밖 학생' 혹은 '학교 안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으로 단일화하고, '학생증' 혹은 '청소년증'으로 같이 발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지원센터 운영 인력 고용 안정, 여성가족부의 각 시·군·구 (학교 밖 청소년) 자체 실태 조사 적극 지원, 폐교 등 유휴공간의 청소년 전용 공간 재활용 등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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