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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천만 예약 '히말라야' 신파라 더 기쁜 이유

등록 2015-12-25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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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의 ‘박무택’(정우·왼쪽)과 ‘박정복’(김인권)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신파(新派)’.

 사전적 의미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연극 형태.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일본의 신파극을 모방하기도 했으나 점차 고유한 대중적 정서를 위주로 했다”다.

 글자 그대로 보면 신파는 약 100년 전 일본에서 건너온 새로운 연극 스타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구파(舊派)’도 그런 구파가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신파는 지금도, 아니 이 순간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황정민·정우의 휴먼 드라마 ‘히말라야’ 얘기다.

 지난 16일 함께 막을 올린 최민식의 ‘대호’(감독 박훈정)도, 전 세계 극장가를 초토화하고 있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감독 J J 에이브럼스)도 감히 이 영화를 넘어서기는커녕 넘볼 수도 없게 만드는 높고 큰 장벽이 바로 신파다.

 이제 신파는 한국 영화에서 전반부는 배꼽 빠질 정도로 사정없이 웃기다 후반부는 눈물 콧물 질질 짜며 봐야 하는 ‘코믹 휴먼 드라마’를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두 가지가 잘 조합돼야 관객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히말라야’는 정말 잘 만든 신파다.

 전설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그의 후배 산악인 고(故) 박무택 대원, 그리고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등반에 나섰던 휴먼 원정대의 비장한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만큼 ‘코믹’을 살짝 떼는 예의를 차리기는 했다.

 하지만 전반부에서 ‘박무택’(정우)과 그의 친구 ‘박정복’(김인권)이 벌이는 코미디는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한다.

 그러다 후반부로 넘어가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하산하던 박무택이 악천후 속에서 조난했다 숨지는 이야기나 그를 구하기 위해 한밤 영하 40도의 혹한을 뚫고 산 위로 달려간 박정복의 희생정신, 산사나이의 우정과 의리로 위험천만한 길을 떠나는 ‘엄홍길’(황정민)과 동료 대원들 이야기는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정도다.

 관객은 티슈나 손수건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고, 극장 측은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에도 상영관 안 조명을 한동안 꺼두는 배려가 필수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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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 속 ‘엄홍길’(황정민)
 ‘히말라야’는 우리나라에서 신파를 제일 맛깔스럽게 버무린다는 평가를 듣는 윤제균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2012년 ‘댄싱퀸’(약 406만명)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감독(이석훈), 배우(황정민, 라미란) 등 다시 뭉쳐서 내놓은 작품이다.

 특히 윤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국제시장’(약 1426만명)을  지난해 이맘때 들고 와 신파의 창대함을 과시한 적 있다. 황정민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인생 최초로 ‘천만 배우’가 됐다.

 연출자 이석훈 감독은 또 누구인가. 신파 연습작인 ‘댄싱퀸’을 성공한 데 이어 신파가 없는 정통 코미디인 사극 ‘해적’으로도 2014년 약 867만명을 모았던 그다.  

 이런 두꺼운 밑밥은 극장가 극성수기에 이 영화가 ‘대호’ ‘스타워즈’ 등과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나 ‘스타워즈’가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을 모두 보기 좋게 깨뜨리고, 23일 개봉 8일 만에 누적관객  200만명을 돌파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기자는 개봉일 바로 다음날인 17일 일반 관객들과 섞여 이 영화를 본 뒤, 곧바로 주위 영화인들에게 “역대 18번째 1000만 영화 탄생”을 예언했다. 크리스마스이브였지만 평일이었던 24일 하루에만 37만명을 추가한 것을 보고 이제 더욱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 사전에서 언급한 “대중적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이야기가 신파다.  

 ‘히말라야’는 물론 그 이전에도 관객을 웃고, 울린 데 힘입어 흥행한 신파 코드 영화들을 폄훼하는 일부 시각도 있긴 하다. 25일 오전 2시 현재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관람객(8.92)이나 네티즌(8.07)의 후한 평가와 달리 이른바 ‘전문가’라는 기자·평론가(5.47) 평가가 박한 것이 그런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영화가 무엇인가. 즐기려고 보는 것 아닌가.

 웃으면서 세상사 스트레스를 날리고, 그래도 남아있는 가슴 속 응어리는 울면서 토해낼 수 있게 하는 신파야말로 2016년 병신(丙申)년 새해를 맞아 한국 영화계가 국민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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