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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왜 분노해야 하는가

등록 2016-01-12 10:12:23   최종수정 2016-12-28 16: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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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왜 분노해야 하는가…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펴냄/ 467쪽/ 2만2000원

 “낙수 효과는 허구였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경제는 21.1% 성장했다. 삼성전자 직원의 임금 상승은 경제성장률의 두 배였으나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경제성장률의 4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전체 노동자의 81%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성장은 대다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것이었다.…삼성전자 직원의 고속 임금 상승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삼성전자만 오른 것’이다.”(336~337쪽)

 반세기 넘게 초고도 성장을 기록하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됐다. 한국 경제의 관심은 언제나 ‘성장’에 집중돼 있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왜 나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라고.

 ‘왜 분노해야 하는가’는 불평등에 관한 책이다. 2014년 가을, 전작인 ‘한국 자본주의’에서 정의로운 경제를 외쳤던 저자가 후속작을 통해 한국의 불평등을 진단했다. 저자는 원인을 '원천적' 분배 실패에서 찾았다. 그리고 미래의 주역인 청년세대에서 그 해법을 찾았다.

 장 교수가 던지는 화두는 세 가지다. 그것은 ‘왜 불평등해졌는가’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누가 바꿀 수 있는가’다.

 기존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빈부 격차, 즉 ‘가진 것’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의 몫까지 더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라는 판단이었다. 해소 방안도 복지를 통한 재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전혀 다른 해법을 내놓는다.

 “불평등이 심화한 근본적이고 더 중요한 원인은 성장의 성과가 국민과 중소기업에 분배되지 않고 재벌 대기업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해법은 복지를 통한 ‘재분배’ 이전에 성장의 성과 만큼만이라도 임금으로 보상받는 ‘원천적 분배’를 바로잡는 것이다.”(454~455쪽)  

 저자는 ‘가진 것’보다는 ‘버는 것’의 격차가 현재의 불평등을 낳았다고 진단한다. 재산이 아닌 소득(임금) 불평등이다. 소득 불평등은 고용 불평등에 기인한다. 임금 격차가 확대하는 이유는 고용 불평등과 기업 간 불균형 때문이다.

 해결 방안은 ‘재분배’를 뛰어넘는 ‘원천적 분배’에서 찾는다. "세금을 거둬들여 다시 나눠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임금과 고용 불평등을 직접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럼 누가 이런 불평등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바로 ‘미래의 주인’인 청년세대다. 저자는 ‘3포’ ‘잉여’ 등 절망의 단어에 갇힌 청년세대에게 "아파하지만 말고 분노하라"고 권한다.

 “청년세대의 분노는 정의롭지 않은 한국의 현실을 바꾸는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점이다.”(39쪽) “이 책은 처음부터 3포 세대와 잉여 세대를 만들어낸 한국 경제의 불평등한 구조를 파헤치는 것이었다”(382쪽) “집필 동기는 불평등 분석이 아니라 청년세대들에게 불평등한 현실에 분노하고,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와 소망에서 출발한 것이다.”(456쪽)

 장 교수는 경영학과 경제학 학자이자 실천 운동가다. 미국 휴스턴대학교 경영대학 재무학과 교수로 처음 강단에 선 뒤 1990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6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어 국내에 ‘경제민주화’ 바람을 일으켰다. 고(故) 김대중 15대 대통령 당선인 경제개혁정책 총괄책임자, 안철수 18대 대통령 예비후보 캠프 국민정책본부장을 맡아 국가 경제정책을 설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의 실천주의적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소득, 분배와 관련한 방대한 경제지표를 통해 불평등한 현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교정하기 힘든 ‘재산 불평등’ 대신 정책과 제도로 교정 가능한 ‘소득 불평등’ 문제임을 증명했다. 바로 이 책의 빼어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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