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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쓰레기로 보석 만드는 21세기 마술④…업사이클링은 글로벌 ‘대세’

등록 2016-01-20 09:03:59   최종수정 2016-12-28 1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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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스위스 프라이탁의 업사이클링 제품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업사이클링 산업이 걸음마 단계인 한국과 달리 구미 선진국의 그것은 고속 질주하는 중이다.

 선도적인 업체가 앞서 지난 1993년 탄생한 스위스 국민가방인 ‘프라이탁’이다.

 마르크스와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가 어느 비 오던 날 우연히 타폴린 소재의 방수천으로 덮인 트럭을 보며 불현듯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방수천으로 가방을 만든다면?’

 스위스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지만, 비가 많이 와 가방을 메고 다니면 가방 속 물건이 비에 젖는 일이 많았다.

 형제는 곧바로 중고 방수천을 구했고, 디자인 전공자다운 실력을 발휘해 가방을 만들었다. 차량 안전띠를 어깨끈으로 사용했고, 폐자전거 고무 튜브로 가방 모서리 부분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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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일본 뉴즈드의 업사이클링 서류가방.
 이렇게 탄생한 방수 가방은 자전거족을 시작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정부도 환경보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프라이탁의 방수 가방은 스위스 국민 80% 이상이 갖고 있고, 매년 40만 개 이상을 전 세계로 수출해 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이 업체가 가방 제작을 위해 연간 사용하는 폐기물은 방수천 350톤, 자전거 튜브 1만8000개, 차량 안전띠 15만 개에 달한다.

 국내에는 서울 중구 명동, 용산구 한남동 등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데 가방 하나가 20만원이 넘지만, ‘명품’으로 알려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프라이탁의 성공은 다른 나라에도 영감을 줬다.

 병원이나 군에서 버린 옷감을 재료로 옷이나 가방을 만드는 핀란드 ‘글리배호프’를 비롯해 ‘양말을 똑같이 맞춰 신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슬로건 아래 버려진 티셔츠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양말 3짝을 한 켤레로 판매하는 미국의 ‘솔메이트삭스’, 폐타이어를 이용해 신발을 제작하는 인도네시아 ‘인도솔’ 등 현재 전 세계적으로 250여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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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16년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코트라 지음, 알키 펴냄)
 이로 볼 때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새해를 맞아 저술한 ‘2016년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알키 펴냄)에서 가장 먼저 다룬 글로벌 트렌드가 ‘업사이클링’인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코트라는 이 책에서 연간 산업폐기물을 4억 톤가량 쏟아내는 일본에서 성업 중인 업사이클링 기업 여러 곳을 소개한다.

 도쿄돔 지붕에 쓰인 방수천으로 만든 서류가방, 버려진 학교 의자 등받이를 활용한 옷걸이를 현지 110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뉴즈드’, 폐타이어로 가방, 지갑, 스피커,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제조해 업사이클링 본고장 스위스 등 유럽에까지 수출하는 ‘몽구 디자인’, 자투리 바닥재, 소방관 유니폼, 폐타이어, 차량 안전띠 등으로 만든 가방으로 현지 최고급 백화점까지 진출한 ‘샐리라벨’ 등이 그들이다.

 조은진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은 “업사이클링 제품은 폐기물로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대량 생산이 어렵고, 단계마다 사람에 손을 거쳐야 하므로 제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일본 업사이클링 업체들은 이런 한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고급 브랜드 전략을 택했고, 일본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친환경적인 의식으로 기꺼이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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