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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쓰레기로 보석 만드는 21세기 마술③…리브리스 장민수 대표

등록 2016-01-20 09:03:44   최종수정 2016-12-28 1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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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리브리스 장민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무실에서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있는가 싶은, 낡은 건물들이 밀집한 좁은 골목 안 어느 작고 허름한 공간에서 2016년 한국의 두 가지 희망이 싹트고 있다.

 하나는 업사이클링 산업, 다른 하나는 청년 창업이다.

 리브리스 장민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리브리스는 폐자전거 부품을 이용해 시계, 탁상조명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다.

 ‘리브리스(REBRISRE)’라는 상호는 영단어 ‘Re(리·다시)’와 ‘Debris(더브리스·쓰레기)’를 합쳐 ‘쓰레기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업사이클링 업체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장 대표는 1987년생, 만 29세의 청년창업자다.

 그렇다고 그가 취업난에 지쳐 어쩔 수 없이 이 1인 스타트업을 차렸다면 오해다.

 그는 국민대 기계자동차공학부(06학번)를 지난해 2월 졸업했다.

 가고 싶은 회사를 골라가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취업전쟁에서 절대 유리한 공학도, 그것도 자동차 공학 전공자다. 실제 그의 과 동기들은 국내 유수의 완성차 업체에서 일한다.

 하지만 장 대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취업 대신 대학 4학년 재학 중에 창업했다. 처음은 자기 집 옥탑에서 공방처럼 하다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지난해 현재의 장소로 확장 이전했다.

 문래동을 택한 이유는 이 지역에 각종 기계 부품 작업장이 밀집해 밀링 작업 등을 할 때 나는 소음 등에 대한 우려가 적고, 주변 장인들에게 잘 모르는 것을 배울 수도 있어서다. 그는 “제 작업장이 이 동네에서 가장 조용해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장 대표는 처음부터 환경보호니, 업사이클링이니 하는 거창한 생각으로 이 사업을 펼친 것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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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리브리스 제품.
 “예전부터 제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그걸 시도하려니 남들과 좀 다르게 해보고 싶더라고요. 초기 자본이나 체계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새 부품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비용이 덜 드는 쪽을 생각한 것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평소 자전거를 타면서 익히 알고 있던 버려지는 자전거에 주목했답니다.”

 장 대표는 사회적기업 ‘두 바퀴 희망자전거’와 손잡고 폐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두 바퀴 희망자전거는 폐자전거를 수거해 수리한 뒤 재판매하거나 수출하는 일을 합니다. 폐자전거에서 재사용 가능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 중 스프라켓, 체인 링 등을 제가 사 오죠. 애초 고철로 녹여 톤 단위로 팔리는 부품들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가져온 폐부품들을 직접 하나씩 깨끗이 세척한 뒤 녹 방지 작업을 한다. 이어 갖가지 색깔을 입힌다. 그런 다음 체인링은 분침과 시침 등을 올려 시계로 만들고, 스프라켓은 전선을 설치하고 전구를 부착해 조명기구로 탈바꿈시킨다.

 생각보다 작업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 한 번에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손도 많이 간다. 그만큼 가격도 비싼 편이다. 작은 시계는 2만원, 큰 시계는 4만원, 전등은 6만원이다. 서울 홍대 앞과 건대입구의 편집숍들과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는데 아직은 인지도가 낮아서인지 많이 팔리지 않는다.

 장 대표는 “아직은 친구들 연봉의 반도 안 되는 매출이죠”라면서도 “하지만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면서 찾는 분이 계속 늘어나 기뻐요”라고 즐거워한다. 

 그의 고민이 향하는 지점은 역시 더욱 다양한 제품군이다. 리사이클링이 아닌 업사이클링 사업이기에 갖는, 어쩌면 당연한 고민이자 욕심이다.

 장 대표는 “업사이클링 자체가 버려지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거잖아요. 업사이클링에서 가치가 빠진다면 그냥 재활용품에 지나지 않죠, 그래서 폐기물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그는 사업 분야를 굳이 자전거에만 국한할 생각은 아니다. 브랜드명을 자전거를 상징하는 단어로 짓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분간은 자전거에 집중하려고 한다. 자전거에서 아직 활용하지 못한 폐부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모든 부분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버려지는 자전거가 서울에서만 한 달에 6000대에 달하는데 그중 일부만 재활용될 뿐 나머지는 폐기되거든요. 폐부품은 물론이고요, 폐자전거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다면 부디 귀띔해주세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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