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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인간 대신 공룡이 진화하다니…'굿다이노'

등록 2016-01-17 10:43:59   최종수정 2016-12-28 16: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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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굿다이노’(감독 피터 손)의 포스터.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고,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이 포스터만 보게 된다면 우리는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이라고 짐작하게 될까.

 일단 상식을 토대로 본다면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인류의 조상인 한 꼬마와 멸종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살아남은 공룡 한 마리가 우정을 나누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훈훈하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이겠구나’고 생각하기 쉽다.

 포털사이트의 간략한 영화 소개에 나온 “외모, 성향 뭐 하나 닮은 것이 없는 알로와 스팟이 우연한 사고로 엮이게 되면서 알로의 가족을 찾아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대목까지 본다면 꼬마 이름이 ‘알로’, 공룡 이름이 ‘스팟’이겠거니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극장가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톰 하디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황정민·정우의 ‘히말라야’(감독 이석훈), 이병헌·조승우·백윤식의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등 국내외 대작들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굿다이노’는 우리 예상과 180도 다른 이야기다.

 포스터 속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맞다. 원시인과 공룡의 우정을 그린 것도 옳다. 그러나 알로가 공룡이고, 스팟이 원시인이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한 줄거리는 이렇다.

 지구가 운석과의 충돌을 간신히 피하면서 멸종 위기를 넘기게 된 공룡은 진화를 거듭해 모습은 공룡이지만, 현생 인류처럼 말도 하고, 농사와 목축도 하는 만물의 영장이 됐다.

 어느 날 초대형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의 알 3개에서 새끼 공룡들이 태어나는데 가장 큰 알에서 오히려 가장 몸집이 작고 성격이 약한 공룡이 탄생한다. 알로다. 늘 형제들의 놀림감이 되지만, 부모 공룡은 그를 믿어주며 아낌없이 격려한다.

 겨우살이를 위해 비축해놓은 식량을 누군가에게 계속 도난을 당하자 아빠 공룡은 알로에게 창고지기를 맡긴다.

 알로가 범인을 잡고 보니 원시인 꼬마다. 공룡에게 진화할 기회를 빼앗긴 탓인지 인류는 진화하지 못한 채 네 발로 달리고, 짐승처럼 킁킁거리며 냄새도 잘 맡는다. 말하는 대신 으르렁대고, 하울링까지 한다.

 범인을 잡아 혼내주라고 아빠가 명령했지만, 착하고 소심한 알로는 주저주저하다 그만 꼬마를 놓치고 만다.

 화가 난 아빠는 도난 사건이 더 일어나지 않도록 혼내줘야 한다면서 알로를 데리고 꼬마를 추격한다.

 산속 깊이 들어와 꼬마를 더는 뒤쫓기 힘들어졌을 때 갑자기 계곡 물이 불어난다. 아빠는 알로를 구하고, 대신 죽고 만다.

 가장을 잃고 비탄에 빠진 알로와 가족들. 또다시 창고에 침입한 꼬마를 발견한 알로는 복수심에 불타 그를 추격하다 길을 잃은 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그때 꼬마가 나타나 알로를 구한다. 알로는 그에게 스팟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악연으로 만났던 둘의 우정은 이렇게 시작한다.

 집으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에서 스팟과 함께 온갖 역경과 숱한 고비를 넘기는 사이 ‘겁쟁이’ 알로는 아빠가 생전에 했던 말처럼 ‘두려움을 이겨내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는’ 공룡으로 자라난다.  

 그렇다. 공룡은 의룡화한 인간이고, 원시인은 모습만 사람인 동물, 그중에서도 인간의 오랜 친구인 개의 조상이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실 우리가 이런저런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익히 봤던 로드무비나 성장 드라마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지켜본 101분 동안 나는 할리우드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고, 제대로 감동했다.

 사람과 동물,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인데 그들은 어떻게 사람을 공룡으로, 개를 사람으로 바꿔 놓아 이런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일까.

 할리우드의 특별한 스토리텔링 기술,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할 법한, 사람과 공룡을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사실상 획일화한 구도를 벗어나 상상의 우주에서 마음껏 유영한다.  

 국내 대중문화계는 총인구 5153만 명에 불과한 비좁은 시장에 머물 수 없다. 반드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해야 하고, ‘굿다이노’를 제작한 디즈니·픽사와도 제대로 맞붙어야 한다.

 그렇다.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도 이런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좋은 교훈을 주는 영화가 ‘굿 다이노’다. 그런 의미에서 이만큼 착한 공룡 이야기가 또 있을까.

 아 참, 이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그런 발상의 전환을 해낸 인물이 디즈니·픽사 최초의 동양인 감독인 재미교포 피터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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