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디지털 중독①]스마트폰 못 놓는 당신, 혹시 '디지털 중독'?

등록 2016-04-19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55:5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인류 문명의 시초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뜻을 어기고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줬다는 이유로 코카서스 산 정상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아야 했지만 그가 건넨 불씨는 분명 인간에겐 ‘축복’이었다.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 기기의 발전도 인류 문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불에 비견할 ‘선물’이라 할 만하다.

 이 문명의 이기(利器)는 그 편리성 덕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 인간 삶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전체 국민의 4분의 3이 넘는 4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꼭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불이 ‘화마(火魔)’가 될 수 있듯 디지털 기기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재앙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없으면 불안”…디지털 중독 매년 증가

 ①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더 즐겁다. ②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려고 해 봤지만 실패했다. ③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진다. ④수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지적받은 적이 있다. ⑤스마트폰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방해가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제공하는 ‘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 문항 중 일부다. 이 중 대다수 문항에 ‘그렇다’고 답했다면 디지털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디지털 중독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이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증상이다. ‘중독’이라는 측면에서 약물, 알코올, 마약 등과 같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의 발전이 인류 문명사의 변곡점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인간이 기기에 종속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김미영(31·여)씨의 일과는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바쁜 아침이지만 밤새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궁금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전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출근길엔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가 쌓이는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하거나 뉴스·인기 검색어를 찾아본다. 직장에선 틈틈이 컴퓨터로 웹서핑한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SNS를 이용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김씨는 동료와의 점심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한다. 가끔 핀잔을 받지만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는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 저녁에 친구와 함께 방문한 맛집에서는 음식을 먹기 전 사진에 예쁘게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집에 와선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화장품을 사고 남는 시간엔 스마트폰 게임을 즐긴다. 잠자리에 누워 자신이 올린 글과 댓글, 유머 글 등을 읽는다. 어느덧 스르륵 잠든 김씨의 손엔 아직도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10대가 중독률 가장 높아…유·아동 절반은 스마트폰 사용

 ‘디지털 중독’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4112만 명(인터넷 이용률 83.6%)을 넘어섰고 스마트 기기를 가진 사람(만 6세 이상)은 78.6%에 달했다. 국내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의 4분의 3을 넘는다.

 스마트 기기 대중화는 ‘디지털 중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비율은 14.2%(인구수 4561명)로 전년도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율은 조사를 시작한 2011년 8.4%에서 2012년 11.1%, 2013년 11.8%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인다.

 중독 위험군 가운데 고위험군은 2.0%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늘었다. 잠재적 위험군은 12.2%로 이 역시 전년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청소년 중독 위험군 비율은 전년 대비 3.7%포인트 증가한 29.2%에 달했다. 30대의 2배가 넘고, 50대의 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10대 29.2%에 이어 20대 19.6%, 30대 11.3%, 40대 7.9%, 50대 4.8% 순이었다. 성인 중독 위험군도 전년도와 비교하면 2.4%포인트 증가하는 등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11.9%)이 여성(10.5%)보다 높았다. 대학생(20.5%)과 무직(18.3%), 미혼(18.0%)이 중독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가 하루 평균 이용하는 시간은 4.3시간이었다. 이에 비해 중독위험군은 5.3시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사용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가 40.3%로 가장 많았고 뉴스 검색(37.2%), 온라인 게임(21.7%) 순으로 이 뒤를 이었다. 중독 위험군에서도 비슷한 양상(모바일 메신저 34.1%, 뉴스 검색 26.7%, 온라인 게임 24.5%)을 보였다.

 가구 소득별로는 월평균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과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월평균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는 중독위험군 비율이 15.4%였는데 소득이 증가할수록 위험군 비율이 감소하다 600만원 이상 가구에서 15.5%로 다시 증가했다.

 만 3~9세 유·아동도 스마트폰을 많이 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유·아동의 5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1.4시간, 나이가 올라갈수록 이용시간과 횟수가 증가했다. 이 중 부모의 33.6%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과다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2시간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은 63.6%에 달했다.

 초등학교 2학년생 어머니 박희진(38)씨는 “아이가 크면서 스마트폰 게임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고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불안해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다시 주곤 한다”며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유·아동 부모의 50.1%가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갈등을 경험했는데 사용 시간이 길수록 갈등도 심화하는 현상을 보였다”며 “유·아동 때 습관을 잘 못 들이면 커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예방 교육이나 앱,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