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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중독③]디지털 노예해방 선언 ‘디지털 디톡스’ 운동 확산

등록 2016-04-19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6: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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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디지털 중독’을 치유하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몸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요법처럼 ‘디지털 독’도 빼내자는 것이다. 다르게는 ‘디지털 단식’‘디지털 금식’‘디지털 다이어트’라고도 한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된 이 시대에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상은 실로 발칙하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그렇게)하지 않아선 안 될 만큼’ 디지털 중독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 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돼 인생을 낭비하고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첫걸음은 ‘일정 시간 거리 두기’부터

 중독 정도에 따라 처방은 달라지겠지만 상태가 경미하다면 일상생활에서 시간을 정하고 거리를 두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러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메신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수면장애나 눈 건강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더욱 경계해야 한다. 처음에는 금단 현상 탓에 몸이 근질거리겠지만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질 수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제안한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으로 첫걸음을 떼어보는 것은 어떨까.

 침대로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말 것, 이메일 계정을 수시로 확인하지 말 것(로그아웃), SNS와 모바일 메신저의 ‘알림’ 기능을 꺼놓을 것,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대신 종이책을 볼 것, 온라인 접속 시간을 측정해 통제할 것 등은 그래도 해 볼만 해 보인다.

 미국 뉴욕대에서 미디어 생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수잔 모샤트 작가 겸 시사해설가의 저서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에도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 방법이 나온다. ‘침실은 미디어 금지구역으로 선포하라’ ‘저녁 자리에 미디어를 갖고 오지 마라’ ‘따분함을 두려워 말라’ 등이다.

 ◇“혼자 안되면 전문가와 상담…벗어나니 새 삶 펼쳐져”

 #1. 하루 평균 10시간 넘게 게임을 하던 중학교 2학년생 정민식(가명)군은 열흘째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치유 캠프에서 사용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기 없이도 잘 지낸다. 대신 친구들과 함께 텃밭도 가꾸고 야외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게임을 하지 못해 예민해지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밖에서 공놀이도 하고 뛰어놀다 보니 점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이렇게 노는 것이 인터넷 게임보다 재밌는 것 같아요. 집에 돌아가더라도 게임은 하지 않을래요. 엄마도 좋아할 것 같아요.”

 #2. 직업이 없던 20대 중반 남성 박명수씨(가명)는 외출을 꺼리고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살았다. 게임을 하면 현실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하지만 자괴감은 점점 깊어졌고 벗어나고 싶어졌다. 혼자 힘으론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박씨는 용기를 내 국가에서 운영 중인 ‘스마트쉼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박씨의 상태는 상담을 통해 조금씩 나아졌다. 가족과의 갈등도 어느덧 사라졌다. 그는 더 나아가 진로에 관해 고민을 나누고 구직 활동과 직업 훈련에 참여하면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박씨는 “디지털 중독을 극복하려고 해도 잘 안 될 때는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게임에서 벗어나니 삶 자체가 자유로워졌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다른 사람도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3. 남희식씨(가명)는 중학교 1학년생 아들 때문에 늘 골치가 아팠다. 아들이 자꾸 거짓말을 하고 스마트폰과 게임에만 빠져 살았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그냥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기로 했다.

 스마트쉼센터에선 강압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양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욕과 운동, 외식 등을 통해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 보라는 제안도 받았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 끝에 아들이 적대감을 풀고 자신에게 점차 마음을 연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 아들은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에서 일반 사용자군으로 바뀌었다.

 해외에서도 디지털 디톡스 운동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없이 자연에서 아날로그 삶을 경험하게 하는 캠프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면 숙박비를 깎아주는 등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선 범정부 차원의 예방교육과 상담, 청소년 대상 치유 캠프, 건강한 스마트 문화 운동 등 캠페인, 스마트폰·PC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 보급 등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문제와 관련해 지출한 예산은 2014년 272억7700만원, 2015년 274억100만원에 달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산하에 스마트폰 중독 전문 상담기관인 ‘스마트쉼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17개 시·도 18개로 상담사가 각 3명씩 배치돼 디지털 중독 치유를 돕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며 “예방 교육과 치유 캠프 운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고하는 한편 과몰입 상태에 빠졌을 경우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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