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떨어진 IS(이슬람국가), ‘종말’ 도래하나

등록 2016-05-02 10:43:07   최종수정 2016-12-28 16: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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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까=AP/뉴시스】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올해들어 조직의 존립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월 14일 시리아 락까에서 검은 옷을 입고 행진하는 IS 대원들. 2016.04.28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지난해 130명의 사망자를 낳은 파리 연쇄 테러로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올해들어 조직의 존립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될 정도로 세력이 크게 위축되는 모양새다. 미국, 프랑스, 영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이란은 물론 아랍국가들까지 가세하면서 한때 악명을 떨치던 IS는 이제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IS는 지뢰, 부비트랩(위장폭탄), 자살차량 폭탄테러, 저격수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저항했지만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정부군이나 쿠르드 민병대, 자유시리아군(FSA) 등 반군과의 전투에서 밀려 주요 영토를 잇따라 상실했다. 지난해 12월 말 시리아와 바그다드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라마디를 빼앗긴데 이어, 시리아에서도 올해 3월 말 역사적인 고대 도시 팔미라를 상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IS는 사이버상에서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IS를 상대로 기존의 첨단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공습에 그치지 않고 최근 사이버전도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사이버전의 주요 목적은 IS의 의사소통 체계를 무력화하고 정교한 해킹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IS 조직원을 교란시키는 작전도 포함됐다. 또 IS의 자금줄을 끊는 작전에도 사이버 공격이 활용된다. 예컨대 컴퓨터 연결망을 혼선시켜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거나 조직원 모집 및 작전 수행에 이용했던 암호를 변경하고 가짜 지령을 내리며 메시지를 바꿔치기하는 전략이다. IS의 온라인 이체에 혼선을 주고 잘못된 계좌로 돈이 지불되게 하는 방식으로 재정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이에 따라 IS가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며 IS의 세력 확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리아·이라크서 세력 크게 위축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얼마 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IS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는 분명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중순 미국중앙정보국(CIA)의 본부에서 국가 안보 요원들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탄력을 받고 있으며 그 탄력을 유지할 작정이다”고 IS 격퇴 작전을 낙관했다.

 실제로, IS는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큰 면적의 영토를 잃고 조직원을 선발하려는 노력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석유관련 시설에 집중된 공습과 폭격으로 인해 재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처럼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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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AP/뉴시스】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올해들어 조직의 존립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13일 이라크의 대테러특수부대가 히트 지역을 장악한 뒤 IS 깃발을 흔들며 축하하는 모습. 2016.04.28  
 그러나 IS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며 힘을 얻고 있어 급진적인 테러조직을 격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에 대한 복잡한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내 보수적 성향의 정책연구단체로 알려진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의 중동 분석가 제임스 필립스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수세에 몰렸지만 리비아, 예멘,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과 같은 다른 곳에서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또한 브뤼셀, 프랑스, 독일,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공격적이다”고 신화통신에 말했다.

 IS는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130명의 사망자를 낸 잔혹한 공격을 실행에 옮긴 것뿐만 아니라, 올해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230명이 부상 입힌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그러한 공격은 테러리스트(IS)가 그들의 근거지 밖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랜드 코포레이션(RAND Corporations)의 정치과학자 콜린 P. 클라크는 IS조직을 파괴하고자 노력 중인 미국과 그 동맹국은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에 말했다. “분명히 IS는 리비아, 이집트 시나이 반도는 물론 최근 들어 아프가니스탄과 방글라데시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이라크와 시리아의 밖으로 침투했으며, 소말리아에서 필리핀까지 다른 영역으로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클라크의 분석이다.

 특히 리비아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의 거점 밖에 위치한 IS의 근거지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미국은 전쟁으로 파괴된 리비아에서 IS를 쫓아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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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2014년 11월 자료 사진으로, 미군 주도 연합군이 시리아 북동부 코바니의 IS 진지에 공습을 가하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IS는 점령지 상실과 이탈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테러 공격에 한층 힘을 쏟고 있다. 2016. 3. 20.
 중동에만 초점을 맞춘 서방 주도의 반테러 작전으로, IS는 지금 전쟁으로 파괴된 리비아에서 점점 영토를 빼앗으며 지배력을 늘려 가고 있다. 이 지역에서 IS는 조직원을 늘리가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으며 분석가들은 IS의 전투대원이 지금은 수천 명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IS 무장세력이 정부군에 비해 수적으로는 열등하지만, IS 핵심 지도부의 조직에 대한 광적인 믿음 혹은 충성은 전투력을 상당히 증가시키고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말했다. 일부 조직원들이 간혹 이탈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IS의 조직을 받치는 ‘뿌리’는 아직은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IS가 유럽에서 테러 공격을 실행에 옮긴 것처럼 리비아를 공격의 거점으로 삼고 튀니지, 이집트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미국 정보당국 역시 유럽 내 IS 테러조직 운영을 경고하면서 유럽의 대테러에서 원활한 정보공유와 협력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4월 말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주최 조찬 모임에서 IS가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서도 비밀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래퍼 국장은 “미 정보 당국은 영국, 독일, 이탈리아에 IS조직의 테러음모 증거를 계속 목격하고 있다"며 “IS가 유럽 난민위기를 이용하고 있다. 유럽에서 IS 비밀조직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IS 테러 관련 관심이 프랑스와 벨기에에만 집중되고 있지만, 현재 영국과 독일에서도 당국이 IS 관련 테러용의자를 체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알카에다와의 전쟁에서 교훈 얻어야”

 중동 분석가 제임스 필립스는 IS를 이념적으로, 군사적으로 패배시키는 것은 첫 번째 도전보다 훨씬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스는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무슬림들, 특히 유럽의 젊은 무슬림들에게 ‘칼리프를 회복하겠다’는 IS의 주장은 순전히 선전이라는 것을 확신시켜줘야 한다”며 “IS의 약속은 지구상의 천국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지구상의 지옥”이라고 말했다. 군사 영역에서, 미국은 IS가 장악한 영토를 빼앗기 위해 많은 동맹국들의 대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필립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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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술=AP/뉴시스】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올해들어 조직의 존립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사진은 지난 2014년 6월 16일 이라크 모술에서 IS 지지자들이 깃발을 들고 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2016.04.28  
 클라크는 비록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잔존자가 남아 있고 위험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알카에다의 중심부를 물리친 미국의 알카에다에 대한 이전의 싸움에서 배워야 할 많은 교훈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IS에 대한 이전의 싸움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그 조직은 핵심부가 약해진 후에도 여전히 세력을 갖고 있고 매우 오랫동안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이어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를 물리친 후에도, 당분간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IS의 분파와 동맹 세력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미국이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IS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많은 기간이 필요할까. 독일의 한 정치과학자는 IS의 돈이 고갈되어 결과적으로는 3년 안에 칼리프 국가라고 불리는 IS 영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쾨테대학의 헤럴드 뮐러 교수는 오스트리아 A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석유 수입의 감소가 영토국가로서 IS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세, 갈취, 납치, 인신 매매, 마약 밀매, 전쟁 전리품과 같은 소득원과 함께 석유는 IS 조직에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글로벌 유가 하락 뿐만 아니라, IS가 운영하는 유전과 정유공장, 운송로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 결과로 석유 수입은 최근에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뮐러 교수는 지적했다.

 주요 소득원인 석유 수입 감소는 IS 조직원들의 월급 삭감으로 이어지거나 혹은 조직원의 가족에게 필요한 금전적인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물과 전기가 모두 부족할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IS가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에 IS를 배신하는 탈영병의 높은 수치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이념적인 이유로 싸우는 유럽의 지하디스트와는 대조적으로 IS를 위해 싸우는 조직원들의 대다수는 빈곤국 출신이어서 그들에게 ‘페이(보수)’는 더 중요하다고 뮐러 교수는 말했다. 뮐러 교수는 IS의 월급에 불만을 품은 조직원들이 점점 늘어나 쇄도한다면 조지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뮐러 교수는 IS는 테러 네트워크로써 존재감을 잃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집단적인 전력(戰力) 손실은 서방 국가를 포함해 더 많은 테러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IS와 싸우기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해온 IS의 석유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을 계속 해야 한다고 뮐러 교수는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정보당국은 경찰, 군인은 물론 IS의 무기 구입을 위한 금융 거래를 감시하는 금융 당국과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터키도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IS로부터 석유 밀매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뮐러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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