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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연의 직장탐구생활]시말서도 징계?…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등록 2016-05-17 08:58:42   최종수정 2016-12-28 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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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직장을 다니면서 누구나 한 두 번쯤은 크고 작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합니다. 상사에게 호된 꾸중을 듣고 속상해했던 경험도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잘못이 조금 무겁거나, 상사가 다소 까다로운 편이라면 '시말서'라는 것을 쓰기도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시말서는 무엇이고, 이것을 쓰는 것 자체가 혹시 징계는 아닌지 궁금합니다.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시말서는 일을 잘못한 사람이 그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어 온 경위를 자세히 적는 문서라는 뜻입니다. '시말(始末)'이란 단어의 뜻은 어떤 일의 시작과 끝을 가리키는 말로서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시말서는 우리 말로 '경위서'로 순화했지만, 아직은 시말서가 더 많이 통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시말서는 징계의 일종인 '견책 처분'으로 봅니다. 취업규칙의 견책처분 중에 시말서 관련 규정이 있으면 징계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취업규칙에 별다른 규정이 없다면 징계가 아닙니다. 이럴 때는 징계가 아니라 단순한 훈계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시말서를 쓰는 분은 취업규칙을 다시 한 번 들춰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징계냐 아니냐가 취업규칙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렇다면 시말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요.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시말서는 말 그대로 일의 처음과 끝을 자세히 기술한 문서입니다. 일의 경과를 정확히 쓰고, 명백한 잘못을 했다면 반성과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복잡해집니다. 시말서를 쓰는 것 자체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알아둬야 할 점은 시말서는 반성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 잘못했다고 인식을 하면 상관이 없겠지만, 누구도 '죄송합니다'나 '잘못했습니다'라는 문구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시말서를 다시 써오라고 하는 상사도 있을 겁니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등의 문구를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런 지시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상사에게 이 점을 설명하고 시말서에는 사건의 경위와 해명하는 내용을 자세히 적어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시말서 쓰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을까요. 본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 대해 시말서를 쓰라고 한다면 "못 쓰겠다"고 버텨볼까 하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대처가 아닙니다. 오히려 상사의 명령을 불이행했다는 '죄목'이 추가돼 더 무거운 징계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시말서에 본인 과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쓰는 것이 더 현명한 대처라고 합니다. 주장을 입증할 만한 소명자료를 첨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말서가 징계의 일환이고, 정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러면 시말서를 썼다는 이유로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체로 시말서는 훈계를 목적으로 하므로 직접적인 불이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일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시말서를 쓴 횟수에 따라 승진과 연봉협상에 불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시말서가 징계의 일종인 경우에 해당되는 일입니다.

 이훈 노무사는 "시말서는 잘못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훈계를 하는 목적으로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본인이 동의할 수 없는 시말서 작성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조언합니다.

 시말서를 쓰는 직원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로 상처를 주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부하 직원에게 툭하면 시말서를 쓰라고 요구하는 상사라면 이 조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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