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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성과연봉제는 줄 세우기 문화 만들 것"

등록 2016-05-18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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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정부가 120여 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는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해주기를 바란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강력한 공공기관 개혁 추진을 주문했다.

 이처럼 현 정권의 서슬이 시퍼런 탓에 각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목을 매고 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정부는 15일을 기준으로 120개 기관 중에 55개 기관에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거나 이사회 의결이 완료했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는 노예연봉제"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 김주영 위원장은 16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총 빌딩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노동자는 국민의 공복으로서 정부를 대신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그런 공공기관 노동자를 옥죄는 노예 연봉제, 해고연봉제"라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기관끼리 경쟁을 통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과연봉제 추진은 개인 간 경쟁까지 심화해 줄 세우기 문화를 만들고, 직원의 생살여탈권을 쥐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은 현재 어떤 임금체계를 갖고 있을까. 호봉제를 기본으로 연봉제를 혼합한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 기본급은 호봉제로 가져가지만, 성과급 등은 연봉제 형태로 지급한다. 여기에서 정부는 공기업 평가를 통해 성과급의 300%까지 차등지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는 차등지급의 폭을 넓히고, 평가를 개인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개개개인의 성과를 평가해 연봉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고위직은 연 2000만원까지, 하위직도 연 1200만원 이상 연봉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과'와 '평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김 위원장은 이에 관해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각 기관의 설립 목적과 성격이 다른데 단순하게 비교해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개인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성과를 낼 수 없는 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신의 직장'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노예화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냐"며 "정부에 '노(NO)!'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공공기관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과연봉제가 총액 임금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성과연봉제에 대해 "상호약탈식 연봉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총액 인건비는 그대로 둔 채 경쟁을 통해 (임금을) 나눠 먹으라는 것"이라며 "직원끼리 경쟁해 상대방 임금을 빼앗아가는 상호 약탈식 임금제"라고 성토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 이유의 하나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들고 있다. 지독한 불황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서 청년실업 해소는 매우 매력적인 논리로 보인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실제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까.

 그러나 그는 "현재의 성과연봉제로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성과연봉제가 '쉬운해고'와 함께 이뤄진다면 일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의 '평가시스템'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를 동시에 하면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전제한 뒤, "단순히 성과연봉제 도입만으로 청년실업을 해소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논리"라며 "결국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자르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렇게 퇴출당한 사람은 가정이 붕괴하고, 퇴출당하지 않은 사람도 결국 노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종사자들이 극심하게 반대하다 보니 각 공공기관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잖은 진통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도입을 재촉하는 상황에서 도입이 쉽지 않다 보니 회사 측에서 '무리수'를 두는 일도 벌어진다.

 김 위원장은 "각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그러자 노조 대의원을 감금하다시피 해 사인을 받아내거나 직원 개인들을 협박해 동의서를 얻어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 직원 중)젊은 층은 일부 이 제도를 찬성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아니더라"며 "무기명 비밀투표를 보장하면 직원 95%가 반대하는 기관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대국민 서비스"

 김 위원장은 "어떤 조직이든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개선해야 하겠지만 현재 공공기관이 가진 문제는 역대 정권의 정책이 초래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신의 직장' '철밥통' 등 공기업을 일컫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손을 내저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덧씌운 이미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그는 "공공기관 부채에서 직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4대강 사업, 보금자리 주택, 원가 이하 공공요금 등의 사업을 하게 해 공공기관 부채를 키워놓은 것은 정부 아니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정부 정책 때문에 생긴 부채에 대해 방만경영이라고 질타하고, 신의 직장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마녀 사냥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공공부문에서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자부심과 국가에 대한 애국심으로 일하고 있다"며" 그런데 신의 직장 등의 마녀 사냥으로 이런 자부심을 깡그리 무너트리고 있다. 이런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상처"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과 공공부문 노동자 사이의 편 가르기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가슴이 답답하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역대 정부 중 가장 소통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복지 축소와 불통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보다 자율성은 없어졌고, 통제만 많아졌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이 이명박 정부만 하더라도 연맹과 소통을 많이 했고, 실제 소통 창구가 있었다. 간담회를 해 우리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대통령의 의견도 듣는 자리가 수시로 있었다"며 "하지만 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공공기관은 자극적인 이미지로 덧씌워져 있고, 정부는 불통으로 일관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좀 더 이해해주면 좋겠다. 공적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말해 공공기관과 종사자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어린 시선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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