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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분쟁 급증…"기획소송이 부추긴다"

등록 2016-05-20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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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 2009년 경기 오산시 운암동 A아파트 입주민 2000여명은 외벽 균열 등 213건을 이유로 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사업 주체의 하자담보책임 기간 10년이 임박했을 때였다.

 당시 자신을 하자분쟁 전문가라고 소개한 A변호사는 가구당 수백만원씩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소송을 주도했다. 하지만 실제 입주민에게 배당된 손해배상액은 청구 금액의 30% 정도다. 이 마저도 변호사 비용 1억3000만원과 안전진단 비용 8000만원을 제하자 실제 가구당 수령액은 20여만원에 그쳤다.

 소송대리인이 입주민의 권익 보호보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한 대표적인 '하자 기획 소송' 사례다.

 ◇하자 소송 매년 급증…"기획소송 80~90% 추정"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전국 225개 건설사를 상대로 160건의 하자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하자 소송에 따른 이행 청구 금액만 약 47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자 기획소송은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집단소송을 내 국가나 대형 기업을 상대로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고, 피해자별 소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변호사와 법조 브로커가 수임료나 알선비를 챙기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하자 소송 10건 중 8~9건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공동주택 하자 신청 건수는 2010년~지난해 8월 7741건에 이른다. 2010년 69건에서 2011년 327건, 2012년 836건, 2013년 953건, 2014년 1676건, 지난해(8월 기준) 2880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 중 하자 판정을 받은 경우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2428건에 그쳤다.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257건이었고 조정결렬 1000건, 조정불응 91건, 각하 46건, 취하 308건, 계류 732건 등이었다.

 두성규 건산연 연구위원은 "하자 소송 중엔 변호사나 법조 브로커가 입주민들을 현혹해 제기하는 경우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경제적 이익을 부풀려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입주민과 건설사 등 당사자간 갈등·분쟁을 심화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지연시킨다"며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거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자 소송 단골메뉴, 콘크리트 균열

 하자 소송의 단골 메뉴는 콘크리트 균열이다.

 하자소송에서 공사별 보수비는 철근콘크리트(50.9%), 마감(21.6%), 조경(6.2%), 지붕 및 방수(4.7%), 급·배수 및 위생설비(4.1%) 공사 등 순으로 나타났다.

 철근콘트리트 하자는 균열, 박리, 들뜸, 철근 노출 및 부식, 중성화, 변색, 철물 미제거 등이다. 이 중에서도 균열은 건축물 내·외부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하자소송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런 소송의 주요 쟁점은 콘크리트 균열 허용 폭을 얼마까지 인정하느냐 여부다. 그 동안에는 건조환경(옥내)에서 0.4㎜, 습윤환경(옥외)에서 0.3㎜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대법원은 2012년 4월13일 판결을 통해 "빗물 침투 등으로 철근이 부식되고 균열이 확산하면 구조체의 내구력이 감소하는 등 건조물의 기능상·안정상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며 0.3㎜ 이하 미세균열도 하자로 인정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12월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을 개정했다.

 개정 기준에 따르면 콘크리트 균열의 폭이 0.3㎜ 이하인 경우라도 철근이 배근된 위치에 철근길이 발향으로 균열이 발생하거나 미장 부위에 발생한 미세균열 및 망상균열(골재 안에 불순물이 많이 들어가서 생기는 균열) 등이 미관상 지장을 초래하면 하자로 보도록 했다.

 공동주택의 외벽 균열 등 하자 보수 후에는 전면 도색이냐, 보수 부분 도색이냐를 두고도 분쟁이 많다.

 대다수 입주민은 하자의 범위가 기능상·안전상 지장 외에 미관상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포함되므로 전면 도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도 지난 2009년 6월 5일 "외관상 보수의 흔적이 남게 되는 경우 미관상 하자가 발생해 거래가격 하락 등이 예상된다"며 "전체 도장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보수한 부분의 도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발한다.

 대구지방법원은 2009년 6월5일 "외벽 균열을 전체 도장으로 보수할 경우 부분 도장보다 과다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하자' 정의 불명확성도 소송 늘려

 하자는 '대상물이 본래의 존재 및 목적하는 바에 따라 지니고 있어야 할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거나 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변형이 생기는 등 문제가 되는 것'을 통칭한다.

 주택법 시행령 제59조 제1항에 따르면 하자의 정의는 '공사상의 잘못으로 인한 균열·처짐·비틀림·침하·파손·붕괴·누수·누출 작동 또는 기능 불량, 부착·접지 또는 결선 불량, 고사 및 입상 불량 등이 발생해 건축물 또는 시설물의 기능·미관 또는 안전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서덕석 한라대 건축학부 교수는 "주택법시행령은 일부 현상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있을뿐 대상을 지정하지 않아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며 "본래 갖춰야 할 성능에 대해서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원거리 조사, 육안 조사 등 하자 조사 방법에도 한계가 있고, 주택 성능 규정 및 설계 등 기술표준 역시 모호하다"며 "이는 소비자와 공급자 간 갈등을 키워 하자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기술 정의를 구체화해 오해로 인한 분쟁을 줄이고 공동주택표준계약서를 거주자 눈높이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사는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는 설계 및 시공기술을 개발하고 소비자 역시 사전에 충분한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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