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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에게 맞고 산다…노(老)-노(老) 학대의 무서운 진실

등록 2016-06-14 15:37:45   최종수정 2016-12-28 17: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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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용//노노학대 관련 사진
고령화시대의 어두운 단면…노인학대 10건 중 4건이 노인간 발생  해마다 증가…그중 87.6%가 배우자·자녀 등 친족에 의해 저질러져  "단순한 가정사 아냐…자립생활 여건과 복지서비스 마련해야"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 1. 치매를 앓고 있던 A(92)할머니는 아들(62)과 공동명의로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생활이 어려웠던 아들은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렸다. 하지만 사업은 망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들은 담보였던 집을 경매처리하고 받은 2억원을 빚 갚는데 썼다. 그러고는 행방불명 됐다. A할머니는 치매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상태에 약도 챙겨먹지 않았다. 집은 강아지 배변이 쌓이고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등 비위생적인 상황이었다. 60대 아들은 90대 어머니가 강제퇴거를 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당일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 2. 미혼 남성 B(62)씨. 그는 정신장애 3급으로 어머니가 숨진 뒤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등 영양섭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대인기피증세까지 보였다. 키 170㎝에 50㎏이 안 되는 몸무게, 볼은 움푹 패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눈이 혼탁해 실명 위기 상태였으며 머리는 헝클어지고 손톱은 1㎝ 가량 길어 휘어진 모습이었다. 집안에 쓰레기를 둔 채 생활해 건강도 좋지 않았다. 구청 공무원이 찾아와 집 안 청소와 건강검진 등을 권유했지만 '간섭하지 말라'며 일체 거부했다. 지원요청을 받은 광주노인보호전문기관은 B씨를 설득해 치료받도록 했고 집안 환경도 개선했다.

 # 3. C(66·여)씨는 술을 마신 남편(71)으로부터 신체, 정서적 학대를 받아왔다. 만취상태가 되면 C씨에게 칼로 위협하며 폭언을 일삼았다. 수차례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받아주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들 부부의 갈등 요인은 C씨의 외도였다. C씨가 야학에서 만난 14살 연하남을 만나는 등 결혼생활 동안 여러 명의 남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다. 남편은 술에 취하면 이에 대한 분노감을 표출됐다.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이른바 '노(老)―노(老)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 노노학대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다른 고령자를 괴롭히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배우자 간의 학대와 고령의 자녀에 의한 부모 학대가 노노학대의 다수를 차지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다.

 노인학대하면 젊은 층으로부터만 당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가해자의 연령층 또한 높아지고 있다. 노인이 된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학대받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행위자 4224명 중 연령이 60대 이상인 학대행위자는 1762명으로 전체의 41.7%를 차지했다. 노인학대 10명 중 4명이 노노학대에 해당함을 나타낸다.

 노노학대 비율은 2011년 전체의 30.2%(3866명 중 1181명), 2012년 34.1%(3854명 중 1314명), 2013년 34.3%(4013명 중 1374명), 2014년 40.3%(3876명 중 1562명)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노학대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고령의 자녀가 부모를 학대하는 경우, 고령자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배우자 학대, 고령자 스스로가 자신을 돌보지 않는 자기방임, 친족관계가 아닌 고령의 타인 간에 벌어지는 학대 등이다.  

 이 가운데 자기방임은 노인 스스로가 최소한의 의식주 해결이나 의료처치 등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외부 보호기관이나 관련 단체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하지만 거부한 경우도 해당된다.

 지난해 노노학대 행위자 1762명 가운데 무려 87.6%(1543명)가 피해자 본인을 포함한 친족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우자·자녀 등 친족 52.4%(923명), 피해자 본인 35.2%(620명) 등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닌 남편·아들·며느리 등에 의한 피해자가 다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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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용//노노학대 2015
 피해자들은 자기 자식이나 배우자를 전과자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대 유형은 전반적인 노인학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유기, 방임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으로 ▲노인에 대한 폭언과 폭행 ▲노인을 제한된 공간에 강제로 가두거나 거주지 출입통제 ▲노인을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행위 ▲노인의 소득·재산·임금을 가로채거나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의식주 관련 보호를 제공치 않는 것 등이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노인 부부 사이의 갈등, 고령 자녀들의 부모부양에 대한 부담감, 노인시설에서 일어나는 따돌림 등이 노노학대를 증가시키는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노노학대 대책 마련에 있어 피해노인과 학대행위자 모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이현민 부장은 "노인이면서도 노인에 대한 특성 이해가 부족해 학대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노인층도 60세 이상, 75세 이상 등 세부 유형별로 구분해 노인이 되면 나타날 수 있는 신체·심리적 변화 나 학대 예방·대응법 등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노노학대는 단순한 가정사가 아니라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할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교수는 "고령화 사회지만 연금제도나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부실한 점 등 사회적, 생활적인 면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정이 폭력, 학대 등으로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양적으로 늘어나는 사실보다 왜 해소가 되지 않는가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며 "과거 치료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정기검진 활성화 등의 체계를 마련하고 노인이 되더라도 빈곤 없이 자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이 되면서 갖게 되는 죽음에 대한 불안, 고립감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 및 여가생활 등의 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며 "이외에 공공임대주택이나 노인임대아파트 등을 통한 주거문제 해결 등 노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에 재정적 투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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