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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오류 범했으며, 용서를 구합니다"

등록 2016-06-21 08:52:42   최종수정 2016-12-28 17: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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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IBK증권 거짓 해명만 믿고 소비자 민원 기각 뒤늦게 오판 깨달은 금감원, 소비자에게 사죄 사건 재조사·IBK증권 제재 계획 아직 없어  

【서울=뉴시스】김정환 김지은 기자 = "우리 원이 IBK투자증권의 제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귀하에게 통보하는 오류를 범했음을 인정한다. 귀하의 용서를 구한다."

 무소불위 권력기관인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이 지난 4월 한 민초(民草)에게 머리를 숙였다. 멀쩡한 시민을 하루 아침에 금융사기범으로 내몬 금융기관의 '갑질'을 바로잡아 임무인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그들의 말만 믿어주며 행여 다칠세라 감싸기에 몰두했음을 고백하며 사죄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후 2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막강한 ‘보호자’로 회귀한 상태다.

 A(48·경기 오산시)씨는 지난 2014년 11월1일 자신의 신용(체크)카드와 통장이 모조리 도난·분실·거래정지·사고계좌로 등록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확인해보니 그해 9월11일 그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IBK투자증권(대표이사 신성호) 영업점에서 개설한 CMA 계좌에 대해 IBK투자증권 측이 4일 뒤인 9월15일 '금융사기 계좌'로 등록하고, 1개월15일이 지난 같은 해 10월30일 이 정보를 은행연합회 전산망을 통해 금융권과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해 자신의 금융상 신분에 그런 족쇄가 채워졌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A씨는 화들짝 놀라 IBK투자증권에 항의했다.

 그러자 IBK투자증권은 항의 접수 3일 만인 같은 해 11월3일 해당 계좌를 '금융사기 계좌'에서 해지했다. 이런 사실은 은행연합회에도 통보돼 전산기록 삭제가 이뤄졌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알고 은행에 가서 신규 계좌를 개설하려던 A씨는 직전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이미 은행 전산망을 통해 퍼진 '기록'이 여전히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 식물인간' 신세는 2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A씨는 여전히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신규 통장이나 체크카드 신규발급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기존 통장을 이용한 단순한 입·출금 거래와 기존 소유한 체크카드 사용만 가능할 뿐이다.

 이 모두가 IBK투자증권이 A씨를 상대로 한 거듭된 잘못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IBK투자증권은 ▲화성에 직장을 둔 A씨가 경기도 분당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한 점 ▲계좌를 개설한 뒤 1000원을 입금한 점(타행이체 수수료로 700원을 부담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남) 등을 이유로 그의 계좌를 처음부터 '금융사기 계좌'로 등록하고, 이를 본인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본인 확인 의무를 완벽하게 마친 것처럼 전국은행연합회 전산망을 통해 금융권과 공유했다.

 더 큰 문제는 IBK투자증권이 감독기관인 금감원에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A씨가 관련 민원을 제출하자 금감원은 IBK투자증권 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자 IBK투자증권은 금감원에 "A씨 계좌를 2014년 9월15일 전자금융사기 의심계좌로 등록했다 2014년 10월31일 전자금융사기계좌로 변경 등록했다. 이런 사실을 등기우편으로 A씨에게 통보해 본인확인 의무를 다했다"면서 우편물 발송 영수증 사본과 증빙서류(경위를 적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이를 받아본 뒤 A씨 민원을 기각해버렸다.

 그런데 A씨가 IBK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과정에서 IBK투자증권이 금감원에 보고한 내용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IBK투자증권은 A씨 계좌를 애초 사기의심계좌가 아니라 사기계좌로 등록했다. 또 A씨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리는 데 등기우편이 아닌 일반우편으로 발송했다.

 IBK투자증권은 금감원에 낸 것과 같은 영수증 사본을 법원에도 제출했다. 기재된 금액은 1통 320원씩 2통 640원이다. 대한민국에서 우체국 옆집에 등기우편을 보내도 320원, 아니 640원보다 비싸다. 금감원이 영수증만 제대로 봤어도 등기 우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반우편이라 수신인이 나오지 않는다. IBK투자증권이 A씨에게 등기가 아니었다면 일반우편이라도 보낸 것이 사실인지 의혹을 제기할 만하다.

 금감원은 A씨의 거듭된 사실 확인 요청과 민원 제기는 물론 정보 공개 신청까지 거부하다 지난 1월 결국 자신들이 IBK투자증권의 거짓 보고에 속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인정했고, 4월에는 이런 오판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고도 정작 IBK투자증권에 대해 지금껏 제재를 하기는커녕 사실 재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에 관해 금감원 한윤규 금융투자국장은 "해당 건과 관련해 (지금까지)검사에 들어가지는 않았다"면서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안이면 바로 검사에 착수하지만, 개별 건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 조사를 나갈 수 없어 축적해뒀다 (검사대상으로) 선정되면 검사한다"고 했다.

 IBK투자증권에 대한 과태료 처분 등 제재와 관련해 한 국장은 "해당 법 조항에는 금융사기계좌 등록 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하게 돼 있다"면서도 "IBK투자증권은 등기로 한다는 것을 일반 우편으로 바꿨다. 절차상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는 있으나 아예 보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처벌 조항에 부합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누군가에게 보냈는지도 모르는 일반 우편물 영수증을 제시했음에도 "(A씨에게) 우편으로 보낸 사항은 영수증과 증빙서류 등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결국 금감원은 A씨에게 사과까지 해놓고도 실제로는 IBK투자증권의 허점투성이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편 들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 조사부터 제재까지 앞으로도 이뤄지지 않으리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감원은 이 사안이 피해 금액도 없는 데다 대포통장 등 사기범죄를 막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진 개인의 희생으로 본 듯하다"며 "선량한 국민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경우 개인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일어나는 만큼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피해자 구제를 해야 하는데 너무 안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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