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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쇼크]국내 산업계도 '당황'…차 등 수출산업 타격 우려

등록 2016-06-24 16:07:57   최종수정 2016-12-28 17: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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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유예 불구 FTA 대체 협정없으면 가격경쟁력 잃을 수도  직접 타격 없어도 유럽시장 장기적 침체 등 따른 파장 우려

【서울=뉴시스】산업부 =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24일 결국 가결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일단 실제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당장 업계에 급격한 파급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TA(자유무역협정)효과가 사라지는 상황 등이 예상되면서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들의 수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유 등 일부 기업들의 경우에도 관세 부과체계가 바뀌면서 가격경쟁력 등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국내에서 EU와 FTA를 맺지 않은 미국, 중국, 대만 등과의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더이상 그 혜택을 얻기 어려워진 것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물론 유럽 내 전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자동차·타이어 등  FTA효과 사라져 관세 기준 변동…수출 차질 우려

 대표적인 수출산업인 자동차업계는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이 EU에서 최종 탈퇴하기까지 2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지만 브렉시트가 유럽의 소비심리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또 영국으로의 수출도 FTA효과가 사라지면 관세인하 혜택이 줄어들게돼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유럽에서 85만4920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19.5%에 달하는 16만6852대가 영국에 판매한 물량이다. 쌍용차도 영국(6000여대)을 포함해 지난해 유럽에서 2만여대를 수출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EU와의 FTA 체결로 배기량 1500㏄ 이상 자동차를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7월부터는 배기량 1500㏄ 미만 자동차도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만약 영국과 새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이전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는 10%의 수입 관세를 부여받게 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일단 유예기간 동안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전반적인 유럽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며 "향후 영국이 새로 맺을 무역협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업계도 대비책 마련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유예기간 동안 협정을 새로 맺지 못하면 승용차 공기타이어의 경우 4.5%의 수입관세가 적용된다.

 유럽지역은 한국타이어의 경우 매출액 기준 30%, 금호타이어의 경우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인 만큼 관련업계는 향후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유럽 외 지역 수출이 더 많은 만큼 직접적으로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예기간 동안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역시 브렉시트의 여파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항공기에 넣는 제트유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한·EU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게 되면 EU와 FTA를 맺지 않은 미국, 중국, 대만 등과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돼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최근 3년간 영국에 수출한 제트유 물량은 연간 4억9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EU와의 FTA로 관세 4.7%가 철폐되며 상당한 이득을 얻었지만 이 같은 효과가 사라질 우려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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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북해산브렌트유의 가격 급락 등도 예상되고 있다. 다만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브렌트유 도입이 많지 않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섬유업계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과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수출 품목 탄성사 5% 이상 포함한 편물의 경우 새 협정을 맺지 못하면 6%의 관세가 부과된다. 특히 섬유 산업은 B2B거래(기업 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유럽 의류나 타이어 등 각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수출 물량 외에 유럽 기업들과의 B2B 수출 물량도 우려할 점"이라고 언급했다. 

 ◇전자 등 일부 업계, 당장 영향 없어도 장기적으론 우려 가능성

 국내 글로벌 전자업체들도 관세와 직결되진 않지만 향후 유럽시장 내의 매출 감소 등 추가적인 여파가 닥칠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휴대전화나 메모리 등의 수출품목은 한·EU FTA 전에도 무관세 적용대상이어서 관세로 인한 우려는 덜하지만 연쇄 경기침체가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13∼2015년 국내 전자기업들이 영국에 수출한 휴대전화는 연평균 221만유로 규모다. 메모리(214만유로) 전자부품류(78만유로)까지 합치면 같은 기간 평균 대(對)영국 전체 수출금액 중 11.2%를 차지하는 규모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다. 영국재무부는 지난달 브렉시트로 인해 자국 GDP(국내총생산)가 최대 6% 떨어지고 실업률은 최대 2.6%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탈퇴로 영국의 소비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국내 전자기업도 매출에 일정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세계 대비 유럽 내 매출 비중은 13.2%(4조3187억원)로 국내 총 매출(3조8147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LG전자 역시 11.6%(1조5536억원)으로 무시할 수 없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중 영국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는 곳도 없고 영국 시장 자체도 크진 않지만 유럽에 끼칠 영향이 문제"라면서 "아무래도 외환과 금융, 환병동성 등으로 성장 불안감이 촉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전체 경기가 위축되면 한국 전자기업들의 유로존 매출과 이익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 및 해운업계는 영업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유가, 환율 등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런던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같은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항공사들의 경우는 일단 영국행 노선 자체가 많지 않아 브렉시트로 인한 영업활동 지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45개국 118개 국제노선을 운항 중인데 영국에는 1일 1편의 여객기를 띄우는 정도다.

 국내 해운업체들 역시 현지에서 영업활동을 벌이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영국 역내에서 운항을 하는 현지 해운업체들에게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 선박 발주 회복세가 한층 더뎌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EU 교역량이 줄면서 세계 물동량 자체가 감소할 수 있어 선박 발주시장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안전자산으로 금융이 집중되면서 선주사들이 선박을 발주할 때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선박 발주 회복세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브렉시트 가결로 달러 가치가 올라간다면 달러 결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조선업계에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내수 중심의 사업인 만큼 브렉시트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전반적인 경기 악화시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향후 여파를 지켜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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