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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강산 두 번 바뀐 뒤 맞은 '인디펜던스데이', 그 속의 중국

등록 2016-07-06 06:53:32   최종수정 2016-12-28 17: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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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에서 중국 배우 안젤라 베이비가 연기한 주요 캐릭터인 중국인 파일럿 ‘레인 라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996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가 무려 20년 만에 돌아왔다. 속편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다.

 전작을 연출한 SF, 재난영화의 대가 롤랜드 에머리히(61)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20년 전 외계인 침공을 받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이를 간신히 물리치고 복구에 몰두해온 미국 주도의 지구가 '지구 독립 20주년'을 자축하려는 때에 외계인이 더 큰 규모로 보복 침공해 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전작의 주인공 ‘스티븐 스티브 힐러’는 1편에서 미션에 성공하고 살아남았으나 20년 사이 죽은 것으로 처리돼 이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힐러를 열연했던, 그때도 현재도 할리우드 스타인 윌 스미스(48)가 출연료, 스토리 등의 문제로 출연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외계인과의 전면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 대통령 ‘토마스 J. 피트모어’(빌 풀만), 외계인 모선에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승리하는 계기를 마련한 천재 공학박사 ‘데이비드 레빈슨’(제프 골드브럼), 레빈슨의 철없는 아버지 ‘줄리어스 레빈슨’(주드 허시), 외계인 전문 괴짜 과학자 ‘오쿤’(브렌트 스피너) 등 인기 캐릭터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채 재등장한다.

 비록 이들 중 지난 세월 스미스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한 배우는 없지만, 다사다난했던 지난 세월 그들이 영화 속에서나 영화 밖에서나 잘 지내줬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전작에서 어린이였던 힐러의 아들, 피트모어 대통령의 딸이 성장해 아버지들을 대신해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이 흥미롭다. 다만 당시 어린이 배우들은 그 배역을 다시 맡지 못해 아쉽다.

 복수를 위해 더 먼 우주에 머물던 외계인이 지구로 달려온다는 설정에 따라 20년이 흘렀으나 외계인의 기술 수준은 거의 진보하지 못한 상태로 그려진다.

 이와 달리 지구인은 파괴된 외계인이 남긴 앞선 과학 문명을 흡수, 소화한 덕에 달은 물론 멀리 토성에까지 우주 기지를 건설할 정도로 놀라운 과학 발전을 이룩한 상태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획기적인 우주 시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외계인 침공이 한 차례도 없었던 덕 또는 탓이겠다.

 20년 만에 속편이 만들어진 영화가 이 작품뿐이다 보니 그 설정 하나하나가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 뭔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기자를 가장 놀랍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중국의 변화한 위상이다.

 전작에서 중국의 존재는 거의, 아니 전혀 없었다.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호주 등은 외계인 침공을 받는 지역으로 그려지거나 언급됐으나 중국은 '간체자'든, '한자'든 어느 것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랬던 중국이 속편에서 주요 캐릭터를 두 개(달 기지 사령관, 여성 파일럿)나 차지하고, 외계인 침공에 맞선 지구 방위군의 주요 구성 국가로 존재한다.

 실제 중국은 1996년만 해도 덩샤오핑(1904~2007)의 개혁 개방 정책에 힘입어 간신히 세계를 향해 문을 연 공산국가에 불과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은 최강국 미국과 세계 패권을 겨루는 신흥강국, ‘G2(Group of 2)’의 하나로 부상했다.

 15억 인구, 외화 보유액 3조2000억 달러의 거대 시장은 전 세계가 경외하는 대상이다. 콧대 높은 할리우드가 중국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는 13일 국내 개봉하는 할리우드 범죄 액션 ‘나우 유 씨 미 2’도 그렇다. 2013년 1편 성공에 힘입어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2편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중국인 것. 메가폰도 전작을 성공한 루이스 리터리어(43) 감독이 아닌 중국계 존 추(38) 감독이 잡았다.

 이웃 나라 중국의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중국 영화나 한중 합작 영화는 물론, 중국인이 주요 캐릭터를 차지하거나 주된 배경으로 나온 할리우드 영화 역시 국내에서 성공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6월22일 개봉한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의 국내 누적 관객 수는 5일까지 143만7272명에 그치고 있다.

 흔히 “전 세계에서 중국과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런 의식이 작용해서일까. 지난 역사에서 중국은 사대(事大)의 대상이었고, 일본은 35년의 아픔을 준 가해국이니 더욱 아이러니하다.

 얼마 전 기자와 친한 어느 감독은 “그동안 중국은 기술력은 뛰어나만 인건비는 저렴한 한국 영화인을 초빙해 일했지만, 이제는 바로 할리우드와 작업한다. 중국은 더는 우리 ‘밥’이 아니다”고 지적해 놀라움을 안겨줬다.

 한류의 종말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신감도 좋고 자존감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세는 대세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어서 깨닫고 서둘러 직시해야 한다.

 한 편으로는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이용할 방법을 찾고, 다른 한 편으로는 중국을 진짜 우습게 여길 역량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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