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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부검 통해 본 자살]방치된 유가족…'베르테르 효과' 직접적 피해자

등록 2016-07-03 15:17:33   최종수정 2016-12-28 17: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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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1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생명존중 교육자료 및 수기공모전 수상작을 한 시상식 참가자가 살펴보고 있다. 2016.06.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한국이 '자살공화국'란 오명을 뒤집어쓴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로 인한 평균사망률(2012년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최다를 기록했다. 2위 헝가리(19.4명)나 3위 일본(18.7명)보다 최대 10명이상 많다. 

 유가족까지 범위를 넓히면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유가족에 대한 정책은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미 해외에서 주변인이나 유명인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연구가 상당부분 진전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스웨덴에서 발표된 '자살사망자들의 가족 자살력 연구'(2014년 조사)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 유가족의 자살률은 일반 가족(4.6%)보다 2배 높은 9.4%를 기록했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중앙심리부검센터를 열고 '심리부검'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정서적인 문제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진행하는 심리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심리부검(Psycholgical Autopsy)'은 자살 유가족에 대한 면담을 바탕으로 사망에 이르는 순간까지 고인의 삶을 재구성함으로써 자살에 대한 원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4~2015년 자살자 121명의 유가족 151명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을 실시한 결과 유가족 10명중 8명(86.8%)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자살해 느끼는 우울감 비율은 24%로 비경험자 17.7%를 6.3%포인트 앞섰다. 또 심각한 경우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21.3%로 비경험자 9.9%를 2배이상 상회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심리부검 참여자가 많지 않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심리부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지난해 성인 남녀 1467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심리부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전체의 13.8%에 불과했다.

 또 가족의 자살 사건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심리부검을 받지 않은 경우도 많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최은화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살에 대한 편견이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알려질까봐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또 자신의 사정을 속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도 많지 않아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심리부검을 해본 유가족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자살률 제고에 심리부검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심리부검을 신청한 유가족 108명중 6명(63.0%)이 '만족', 27명(15.0%)이 '매우 만족' 등 88.0%가 '만족한다'고 답한 바 있다.

 대신 심리부검에 참여한 일부 유가족의 경우 경찰조사와 심리부검을 병행하면서 겪은 이중고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대한 해소 대책은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경찰서에 배치된 정신건강 전문가나 경찰과 심리부검센터의 공조 등을 통해 유가족들이 정서적인 부분에서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종 중대 의대 교수는 "한국인의 자살에 대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심리부검이 활성화 돼야 한다"며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유가족들이 자살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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