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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눈물④]경비원 다수는 '고용불안'...3개월짜리 '쪼개기' 계약도

등록 2016-07-26 08:06:43   최종수정 2016-12-28 17: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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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서울 지역 아파트 대부분은 외부 관리회사에 위탁관리하는 방식으로 경비인력을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경비원 5명 중 1명은 위탁관리회사가 교체될 때 계약이 해지되고 있다. 또 경비원에게 퇴직금을 주지않으려고 3개월씩 계약하는 '꼼수'도 만연한 상황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2월 펴낸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중 관리회사에 위탁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85.9%로 나타났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관리하는 아파트는 14.1%에 그쳤다.

 ◇아파트 위탁관리가 80%…직접고용은 13% 불과

 아파트 관리와 고용형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공동주택관리법 제5조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은 공동주택에 대한 관리방식을 결정해야한다. 관리방식은 자치관리와 위탁관리가 있다.

 자치관리 방식의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장을 선임하고, 공동주택 관리 업무를 총괄하게 한다. 이 경우 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를 대신해 경비원 등 노동자를 고용한 후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직접고용이 가능하다. 또는 경비업무와 미화업무 등을 용역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간접고용을 하기도 한다.

 위탁관리 방식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은 관리회사 소속으로 고용되며, 위탁관리회사가 재하도급을 준 용역회사 소속으로 고용되기도 한다. 2차 간접고용까지 발생하는 구조다.

 현실에서 아파트 관리 방식은 위탁관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 지역 분양아파트 1863단지 중, 위탁관리 단지 비율은 82.4%, 서울 지역 임대아파트 172단지 중에서 위탁관리 방식을 택한 단지 비율은 79.7%이다.

 이 보고서는 자치관리라 하더라도 경비, 미화 업무를 용역회사에 하도급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간접고용 비율이 최대 9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내에 아파트 경비원 대부분이 간접고용 상태라는 이야기다;.

 경비원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는 위탁관리회사가 47.6%로 가장 많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하청계약을 맺은 용역회사가 25.4%로 나타났다. 73%가 위탁관리회사나 하청계약을 맺은 용역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경비원은 13.6%였다.

 문제는 위탁관리하는 방식으로 경비원을 간접고용하지만, 입주자 대표회의가 사실상 '사용자'라는 점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관리회사 소속 직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경비원 K씨는 "인사 관련된 사항은 관리회사에 보고를 하지만 임금, 근무시간, 업무방식 등에 대해서는 관리회사가 관여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관리업체 교체되면, 대다수 또는 전원 계약해지 22%

 대부분 위탁관리 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되다보니 경비원들의 고용상태는 상당히 불안했다. 조사에서 관리업체가 교체될 때 경비원 대다수가 재고용된다는 응답은 51.2%로 나타났고, 전원이 재고용된다는 응답은 25.9%였다. 반면 대다수가 계약해지된다는 응답은 17.1%, 전원 계약해지는 5.8%이었다. 용역업체가 변경될 경우 경비원 대다수 또는 전원이 계약 해지되는 경우가 22.9%나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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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원들의 고용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위탁계약 기간도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해서 관리하는 경우 위탁계약기간은 평균 1.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들은 약 1년을 주기로 상당한 고용불안에 놓여 있는 셈이다. 경비노동자가 현재 용역회사에 소속된 기간은 평균 31.2개월(2년 7개월)이었으며, 같은 아파트에서 평균 1.72개의 위탁관리 회사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대다수 아파트들은 평균 1~2년을 주기로 위탁관리회사를 교체하고 있으며, 위탁관리회사가 변경되더라도 경비원들은 1~2개의 회사를 거치면서 기존 아파트에 계속 근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5명 중 1명의 경비원들은 계약이 해지되고 있다. 실제로 경비업무 중 가장 힘든 점을 물은 질문에 9.5%의 경비원들은 고용불안을 꼽았다.

 ◇퇴직금 주지 않으려고 3개월마다 근로계약

 아파트 경비원이 근로계약이 초단기로 이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한 3개월짜리 계약이 벌어지고 있다.

 SH공사와 희망제작소가 올해 6월 실시한 '서울 아파트 경비근로자 고용및 근로환경 조사'에 따르면 과거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져왔으나 최근 그 기간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65세 이상의 고령 경비원만 골아서 촉탁직을 강제로 하기도 하고, 2개월마다 사직서를 강요하는 아파트도 있다. 3개월마다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는 단기근로계약을 반복하는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다.

 경비원 강 모씨는 "내가 일하는 아파트는 직접관리 방식이었다가 얼마전 용역으로 바뀌었다"고 말한 뒤 "자치관리 때는 고용계약을 1년 단위로 했는데, 지금은 3개월 단위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모씨는 "3개월마다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쓰는데 일을 그만둬도 퇴직금을 못받고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또 경비원 송모씨는 "용역업체에서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하는데, 3개월마자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아가는 방식"이라며 "순종하지 않으면 계약대로 즉시 해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단기계약에도 퇴직금을 지급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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