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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토지에 '제사' 위해 조성한 '묘지'…관습법상 허용 여부 공개변론

등록 2016-08-24 12:00:00   최종수정 2016-12-28 17: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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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다음 달 22일 '분묘기지권' 인정 여부 공개변론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다른 사람의 토지에 묘지를 만든 사람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제사용으로 주변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 인정 여부를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다음 달 22일 오후 2시 A씨가 자신의 토지에 묘지를 만든 B씨 등을 상대로 낸 분묘철거 등 청구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권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묘지를 함부로 철거하거나 훼손할 수 없다는 전통적 윤리관과 과거 다수의 국민이 묘지를 설치할 수 있는 토지를 소유하지 못했고 장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다른 사람의 토지에 묘지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 등이 반영돼 인정돼 왔다.

 하지만 최근 분묘기지권에 대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과 분묘기지권이 등기 없이 성립할 수 있는 권리로 토지소유자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준다는 점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씨는 강원도 원주시 일대 임야를 두고 한 종중과 소유권 분쟁 끝에 2009년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A씨는 종중 후손인 B씨 등에게 자신의 토지에 만든 6기의 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2011년 소송을 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다른 사람의 토지에 허락 없이 묘지를 만들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지를 관리·점유했다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고 인정해 왔다.  

 토지소유자와 묘지를 관리할 연고자 사이에 존속기간에 관한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묘지가 있는 동안 유효하고, 토지 사용료도 별도의 약정이 없었다면 소유자에게 낼 필요가 없다고 인정해 논란도 불렀다.

 이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2001년 시행되면서 분묘기지권에 대한 이론이 변경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사법은 법 시행 이후 설치된 묘지에 대해 시한부 매장을 하도록 규정을 뒀다.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은 2015년 개정을 통해 30년을 기본 기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년간 묘지를 점유한 경우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뒀다.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얻지 못하고 묘지를 만든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공개변론을 열고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묘지를 만들어 20년간 점유한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상 유효한 것인지 등을 놓고 원고와 피고 측 대리인과 참고인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가 원고 측 참고인으로 참석해 분묘기지권을 반대하는 논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피고 측 참고인으로 이진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분묘기지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예정이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이 생중계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조상숭배 사상 및 전통적인 묘지 수호 이념과 토지 소유권 존중,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양 가치의 대립과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공개변론을 통해 청취한 양측의 변론, 민사법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분묘기지권에 대한 사회의 법적 확신 유무, 헌법 등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 가능성에 관한 판단 기준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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