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벗어나려면]①지난해 1만3513명…‘4번째’ 한국인 사망 원인

등록 2016-10-10 16:40:00   최종수정 2016-12-28 17: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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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27.9%는 암에 의한 사망으로 인구 10만명당 150.8명이다. 자살률은 26.5명으로 전년 대비 0.7명 감소했다. 반면 알코올 관련 사망률은 9.3명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악성 신생물(암)’이다, 무려 7만685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뒤를 심장질환(2만8326명), 뇌질환(2만4455명) 순으로 이었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 원인 통계’에서다.

 그러나 남겨진 자신의 가족은 물론, 병마와 싸워가며 1분 1초라도 더 살기 위해 몸부림친 사람들과 그 가족을 더욱 통탄하게 하는 허무한 죽음도 있다. 죽지 않아도 되는 데도 고의로 죽은 사람들. 바로 자살자들이다.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모두 1만3513명이다. 전년보다 323명(-2.3%) 감소했다. 그래도 하루 평균 37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0~30대 젊은 층에서는 암을 제치고 죽음의 이유 1위에 등극했다. 40~50대에서는 암에 1위를 내주긴 했지만 2위를 지켰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통계에서 자살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대부분 연령대에서 감소한 덕이지만, 70~80대 고령층 자살은 전년 대비 오히려 더 늘어 충격을 주고 있다. 70대는 8.5%, 80대는 6.4%가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무려 25.8명을 기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 12.0명의 두 배가 넘었다. 2위 일본(18.7명)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앞서 2013년부터 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가장 낮다. 지난해 1.24명으로 전년(1.205명)보다 살짝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꼴등에 머물렀다.

 꼭 태어나야 할 아기는 안 태어나고 계속 살아도 될 사람들이 자꾸 죽어간다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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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한번만 더' 동상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16.09.09  [email protected]
 위클리뉴시스가 ‘자살 공화국’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그 오명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20~30대 사망원인 ‘암’ 제치고 1위

 #1.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이 지난 8월26일 오전 7시11분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넥타이와 스카프로 나무에 목을 매 숨졌으며,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체중을 지탱하지 못해 시신이 나무에서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지나가던 주민이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비리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오전 9시30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2, 야구 해설가로 시대를 풍미한 하일성(68)씨가 지난 9월8일 오전 7시56분께 서울 송파구 삼전동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하씨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해설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2006년~2009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 기간 국가대표 야구단장으로 활동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사기 등 혐의로 피소되는 등 시련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3. 지난 3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펜션에서 20~30대 남녀 5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중 방 안에서 발견된 이모(34·서울), 정모(38·여·대구), 유모(23·경기 파주시), 정모(26·부산)씨 등 4명은 숨진 상태였고, 거실에서 발견된 김모(35·전남 순천시)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완쾌했다. 방 안에는 유서 4장과 수면제 10여 정, 화덕에 타고 있던 연탄 3장이 놓여 있었다. 김씨는 자신이 거주 중인 원룸에 유서를 남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달 28일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뒤 같은 달 30일 순천시 순천만 정원 인근에서 만난 뒤 이동해 이 펜션에 투숙하다 자살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4. 지난 6월11일 오후 3시27분께 강원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한 아파트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김모(81)씨가 투신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은 김씨는 오랫동안 암으로 투병해 온 점으로 미뤄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5. 지난 8월2일 서울 노원구 한 학원 화장실에서 초등학생 A(12)군이 가방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자살로 판명됐다. A군은 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도중 화장실에 가겠다며 교실을 나섰는데 이때 가방끈을 들고 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학교나 학원에서 집단 따돌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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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16.09.09  [email protected]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부와 명예를 한 손에 쥔 인기인, 인생 황혼기의 80대 노인, 아직 철모르는 나이인 초등학생, 아직 인생을 꽃피우지 못한 20~30대 젊은 층까지 다양한 사람이 갖가지 이유로 스스로 소중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은 큰 차이가 없었다.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나이가 많든 적든, 건강하든 못 하든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모두 1만3513명에 달한다.

 전년보다 323명(-2.3%) 감소한 규모다. 그래도 하루 평균 37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살은 무려 7만68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악성 신생물(암)', '심장 질환'(2만8326명), '뇌 질환'(2만4455명)에 이어 네 번째 큰 한국인의 사망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암 등을 모두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40~ 50대에서는 암에 1위를 내주긴 했지만 2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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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자살률을 비교했을때 평균이 12.0명인것에 비해 한국은 25.8명(2015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email protected]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해 대부분 연령대에서 자살 사망자가 감소했지만, 70대는 8.5%, 80대는 6.4%가 각각 증가하는 등 고령층 자살은 전년 대비 오히려 더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무려 25.8명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0.7명(-2.7%) 감소한 것.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 12.0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2위 일본(18.7명)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13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자살 사망률 1위를 달성했다. '자살 공화국'이라는 우려 섞이고 자조적인 표현이 어울린다.

 가수 겸 산소주의 생명운동가 이광필 한국연예인자살예방센터장은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남과 비교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기에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병이나 빈곤을 겪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풍요 속에서 자살이 되레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예방 조치와 함께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사회적인 배려가 절실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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