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돌 포장, 100억 낭비하고 8년도 안돼 퇴출

등록 2016-10-10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5:19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땜질 보수한 광화문광장 대로 돌 포장.  (사진 = 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한때 광화문광장의 명물로 관심을 모았던 차도 돌 포장이 7년4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퇴출됐다.

 초기 건립비용보다 보수·유지비용이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유산

 차도 돌 포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광화문 일대 광장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구체화됐다.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도시 광장이나 도로는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까는 대신 올록볼록한 돌을 촘촘히 박아 고풍스러운 인상을 준다.

 걷는 문화가 뿌리내린 유럽에서는 이 같은 도로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당초 청계천 차도와 같은 사괴석으로 시공하기로 했던 것을 교통처리계획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직사각형 화강석 포장으로 변경돼 시공됐다.  

 사괴석이 주행속도를 저하시키고 평탄성과 노면표시 시인성이 불량하다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의견에 따라 이를 최소화하기에 적합한 직사각형 화강석으로 계획을 변경했으며, 돌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하고 돌 사이 틈새를 줄여 소음을 줄이도록 했다.

 돌 포장을 계획하게된 것은 안전문제도 한몫 했다.

 당초 서울시는 경복궁 앞과 광화문 사거리까지 차로를 모두 없애고 생긴 공간 전체를 광장으로 조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심 교통체증을 우려한 반대 때문에 처음 뜻을 접어야 했다.

 현재의 광화문광장 면적은 일종의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차로가 많이 남아 있어 혹시라도 있을 차량의 광장침입이 우려됐다.

 울퉁불퉁한 표면이 차량 속도를 자연스레 줄여 과속차량의 광장 내 침입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돌 포장은 아스팔트를 대체하는 광화문광장 차도의 포장재로 낙점됐다.  

 ◇겉보기는 괜찮았다지만…

 2009년 처음 선보인 돌 포장은 광화문 광장과 마찬가지로 장안의 화제였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울퉁불퉁한 차도가 눈길을 끌었다. 단조로운 도로에 ‘유럽풍’의 패션을 입혔다는 호평도 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4계절 기후차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돌 포장을 배겨나질 못했다.

 비가 오면 투수 문제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광화문 광장 개장 이후 장마철이면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는 물난리에 돌 포장이 한몫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게다가 도로가 좁아지면서 버스 등 차량 진입이 몰리면서 균열이 일상화됐다. 언론에는 광화문 광장 차도 균열과 침하가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차도의 돌(화강석) 포장을 아스팔트 포장으로 정비한다고 5일 밝혔다.  [email protected]
 특히 싱크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광화문 광장 차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까지 치부됐다.

 ◇예고된 ‘혈세낭비’ 어쩌라고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차도는 포장한지 8년째 접어들며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 됐다.

 돌과 돌 사이와 돌(강성)과 기존 아스팔트층(연성)을 고정시켜주는 시멘트 붙임몰탈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파손된 구간이 나날이 늘어났다.

 2009년 6월 돌 포장을 한 뒤 지난 9월까지 7년4개월간 광화문광장 차도구간 돌 포장 침하·파손으로 인해 보수한 면적은 총 9090㎡에 이른다. 이는 전체 면적 2만2867㎡의 약 40%에 달하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차도 어떻게 변하나

 서울시는 우선 1단계로 총 공사비 9억8000만 원을 투입해 파손 상태가 심한 세종대로 사거리~광화문광장 중앙 횡단보도(215m) 구간을 전면 교체한다. 10월 말 포장공사에 들어가 11월 초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실작업은 14일로 예상된다.  

 포장공사는 교통통제 후 2개 차로씩 정비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종로구, 경찰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교통처리계획을 수립, 대시민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나머지 광화문광장 중앙 횡단보도~광화문 삼거리(340m) 구간은 파손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2017년 이후 파손 추이를 보면서 정비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스팔트로 깐다지만 내용은 이전보다 충실해졌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중차량 교통량을 분석하고 외국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구성이 좋은 '개질 SMA(Stone Mastic Asphalt)'로 포장하기로 했다.

 '개질 SMA'는 내유동성을 극대화한 아스팔트 혼합물로 시가 '14년부터 버스전용차로에 적용하고 있다.

 ◇어림잡아 100억원 허공에 날려

 서울시는 초기 공사비용(약 70억원)의 40.6%에 해당하는 약 28억원을 보수비로 썼다. 지난해에만 9억원의 보수비가 고스란히 투입됐다.

 이 같은 비용은 일반 아스팔트에 비해 8배 이상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아스팔트로 환원되면서 그동안 쏟아 부은, 초기 공사비용과 보수비를 합쳐 100억원 가까운 돈은 모두 허공으로 사라지고 만 셈이다. 잘못된 예측과 낙관은 모두 시민의 혈세낭비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