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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아프리카서 '당나귀 싹쓸이' …가격급등· 환경오염· 암거래 심각

등록 2016-10-09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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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중국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전에는 소비하지 않던 고급 식자재까지 무섭게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세계 식자재 싹들이 현상이 일어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샥스핀(상어지느러미)부터 제비집까지, 연어부터 참치까지 중국인이 먹기 시작하면 씨가 마른다는 농담까지 생겼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요량이 때로는 너무 많아 단일한 자원을 고갈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에는 당나귀이다. 중국인들이 당나귀 가죽을 재료로 만든 보약의 일종 아교(阿膠)를 애용하면서 상대적으로 흔한 가축 당나귀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영국 BBC 방송, 미국 CNN 방송 등은 ‘아프리카 대륙 당나귀 위기’를 주목하면서,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에 특정 보약의 재료인 당나귀 가죽 수요가 폭증하면서 아프리카의 당나귀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의 유별난 당나귀 사랑

 '하늘에는 용의 고기 땅에서는 당나귀 고기가 최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중국인의 당나귀 사람은 남달랐다.

 당나귀 고기는 중국인이 주로 먹는 육류는 아니지만 북부 지역에서는 당나귀 고기를 식용으로 이용하고, 일부 기업이 생산하는 당나귀 고기 가공육 제품은 전국 대형마트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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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월마트 가짜 당나귀 고기 리콜 사태는 중국내 매장에서 판매되는 '오향 당나귀 고기(Five Spice donkey Meat)' 제품에서 다른 고기의 DNA가 검출되면서 월마트 측이 관련 제품을 전부 리콜한 사건이다. 제조업체가 값싼 여우고기를 당나귀 고기로 둔갑해 사용한 것이다.

 중국인의 당나귀에 대한 특별한 사랑은 당나귀 가죽을 고아서 만드는 아교(阿膠) 때문이다. 중국에서 아교는 감기부터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여러 질병을 다스리는 고가 보약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빈혈을 치료하고, 영양불량이나 체질허약자에게 적합하며, 생리불순이나 하혈, 태동불안, 또는 출산 후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효과가 좋아 부인과의 묘약으로 효능이 부풀어지기도 했다. 

 중국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당나귀 아교나 당나귀유가 들어간 건강제품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국에 당나귀 수출

 중국에서 당나귀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축이었지만, 농촌 현대화로 방앗간을 돌리거나 운송용으로 쓰이던 당나귀가 줄어들게 됐다. 지난 1월 중국 국가축산통계연보에 따르면 1990년대 1100만마리에 달하던 당나귀는 최근 600만마리까지 줄어들었다.

 국내 공급으로는 부족하자 무역업자들은 당나귀를 찾아 세계로 나갔다. 이 과정에서 나이지리아와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나귀 수출 대열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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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제르는 지난해 당나귀 2만7000마리를, 올해에는 8만마리를 수출했고 140만 마리 당나귀를 보유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4만 5000마리가 도살됐다.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중국으로 당나귀를 수출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수출 증가로 짭짤한 외화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그 부작용이 곧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이들 국가에서 당나귀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서민은 당나귀를 구하기 어려워졌으며,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다른 고기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당나귀들을 도살해 가죽을 벗기기 위한 도살장이 곳곳에 설치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과 질병확산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부르키나파소의 발로레 마을에서는 당나귀 피가 상수원으로 흘러들어 가 주민들이 도살장을 공격해 폐쇄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2011년 프랑스 사업가와 중국 소유주가 손잡고 세운 이 도살장은 한때 매일 150~200마리의 당나귀가 도살됐다.

 ◆심각한 환경오염·암거래 등 문제 대두

 당나귀 가죽은 주로 중국으로 수출됐고 고기는 베트남에 일부 수출됐지만 나머지 사체가 곳곳에 방치되면서 심각한 환영오염이 발생했다. 결국 마실 깨끗한 물이 없게 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던 것이다.

 무분별한 당나귀 도살의 악영향이 확산되자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 정부는 급기야 당나귀 수출·도살 금지령을 내렸다. 부르키나파소 당국은 또 도살장을 정비하고 당나귀 사육법을 보급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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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당나귀가 멸종위기 동물도 아니니 신중한 대책을 마련해 중국의 이런 수요를 혜택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 중국연구센터의 엠마누엘 에그비노바 교수는 "젤라틴(아교)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높은 수준의 당나귀 사육과 도살 체계를 갖춘다면 당나귀는 중요한 수입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수익을 노린 아프리카 국가 내 경쟁과 여전히 성행하는 암거래다. 부르키나파소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점을 노려 케냐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중국과의 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당나귀 아교 수요가 늘어 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블랙홀과 같은 중국의 이런 수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CNN은 아프리카 공급국가들이 직면한 도전은 당나귀 교역이 자신들에게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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