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달을 쏘다' 온주완 "제2의 조승우 꿈꿔요"
배우 온주완(35)이 서울예술단의 창작 가무극(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윤동주로 변신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나 그는 "윤동주도 뜨거웠을 때가 있었고 아팠을 때도 있었고, 감정을 표출했을 적도 있었을 것"이라며 "'사람답게 살자'는 것이 극의 엑기스"라고 말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2012년 초연부터 2013년, 2016년 공연까지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 받았다. 일제 강점기에 유려한 시어를 사용, 인생과 조국의 아픔에 고뇌하는 심오한 시편들을 남긴 '서시'의 시인 윤동주(1917~1945)가 주인공이다. 암담한 현실에서 지성인으로서 겪어야 한 정신적 고뇌와 아픔을 섬세한 서정과 투명한 시심으로 노래한 작가다. 평생 단 한 권의 시집만을 사후에 남겼지만 가장 친숙한 시인이다. 대표작 '서시'는 20세기 가장 훌륭한 시로 평가받는다.
온주완 역시 '발레교습소'의 댄서를 꿈꾸는 창섭, '태풍태양'의 인라인스케이터 '쨍', '피터팬의 공식'에서 느닷없이 수영선수 꿈을 포기하는 한수 등으로 성장통을 앓는 청춘의 얼굴을 대표했다. "청춘은 불안정해요. 그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생각하는 자신감도 있고 무모함도 있고 뜨거움도 있죠. 그러니까 어느 청춘이 맞다고 할 수 없어요.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는 시대적 배경에서 시로 표현하는 고통을 청춘에 대비시키고 싶어요." 온주완은 데뷔 13년 차인 지난해 라이선스 뮤지컬 '뉴시즈'의 초연에서 주역 잭 켈리을 맡아 뮤지컬에 도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춤 선생을 한 만큼 이미 알려졌던 춤과 노래 실력은 물론 능숙한 무대매너와 안정된 발성과 연기력으로 "뮤지컬계 숨겨진 보석"이라는 평을 받았다. "기가 막히게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췄다는 인상보다는 무대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졌으면 했어요. 무대는 항상 제게 두려움이에요. 앞으로 작품을 계속 하더라도 그럴 것 같은데, 서서히 자신감으로 바꿔가야죠."
"캐스팅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기 전에 영수 형의 공연 영상을 찾아왔어요. 딱 세 장면만 보고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영상을 보면서 울고 있더라고요." 네 번째 시즌인 이 작품에서 자신이 표현하는 윤동주가 기존의 윤동주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될 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고 했다. "무대로 야심차게 왔지만 떨어져 나간 배우들이 많거든요. 큰 욕심은 없어요. 우선 영수 형이 '윤동주, 달을 쏘다.'하면 떠오르는 얼굴이잖아요. 다음 시즌에 저도 떠오르는 배우 중 한명이었으면 해요." 이번 뮤지컬에 객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온주완은 단원제로 운영되는 서울예술단 배우들과 잘 어울린다. "저는 연기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초창기에 부모님과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한 분이 제 팬이라며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어요. 저는 단숨에 거절했는데 아버지께서 갑자기 '네가 뭔데'라고 하시는 거예요. 네 연기를 보고 알아주는 사람에게 왜 그는지 오히려 질문하시는데, 많은 걸 느꼈죠. 그 때부터 삶의 태도 등이 확 바뀌었어요."
"노래 잘하고 춤을 잘 추는 배우들이 얼마나 많아요. 근데 조승우 선배는 디테일한 연기, 무대에 대한 진심,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해요. 한참 멀었지만 그런 부분을 따라가고 싶어요." '뉴시즈' 출연 이후 배우가 무대에 임하는 태도와 노력이 느껴진다는 온주완은 본인도 무대 위에서 "진짜 열심히 하고 있고, 무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진정성이 보였으면 한다"고 바랐다.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그 진정성은 윤동주에 대한 공감이다. "윤동주가 살던 때의 청춘들이 너무 힘들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하죠. 거기서 스스로의 청춘을 보실 수 있는 공감대를 증폭시키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마음으로 뜨겁게 버틴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오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