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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연기는 꽤 괜찮은 '가짜놀음'이죠"

등록 2017-03-18 12:19:55   최종수정 2017-04-04 09: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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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17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한석규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석규는 영화 '프리즌'에서 교도소 안의 절대권력인 '익호'로 등장한다. 2017.3.18(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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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뭔가를 이루고 완성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완성은 없는 거니까요.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구나 싶었죠. 안 하게 되든지 못하게 될 때까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석규는 살아오면서 느낀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풀어놨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한석규이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 그동안 느꼈던 아쉬움을 표했다. "전에는 제가 연기하는 게 꼴보기 싫었어요. 눈이 '멍 때린다'고 해야 하나. 이제 그나마 좀 눈에 뭔가 사연이 담겨 보여요. 마흔은 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속 연기에 대해서도 "3년 정도 지나봐야 그 영화가 쓸 만한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영화 '상의원'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55점짜리'라고 점수를 매겼다. 자신의 영화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영화로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았다. "이번 영화 '프리즌'도 3년이 지난 다음에 혼자 점수를 매겨보게 되겠죠"라고 덧붙였다.

 "젊었을 때는 뭘 해낸다는 것에 꽤 많이 정신이 팔려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별 것 아니구나 싶었죠. 나이를 먹고 주변사람의 죽음 같은 것을 보기도 하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것 아니겠어요? 이제는 뭐가 되든 말든 그건 상관 없고 계속 한다는 게 중요한 거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참 복이 많은 놈이구나'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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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17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한석규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석규는 영화 '프리즌'에서 교도소 안의 절대권력인 '익호'로 등장한다. 2017.3.18(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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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 '프리즌'에서 교도소 안의 절대권력으로 등장하는 '익호'로 그는 강렬한 악인의 이미지를 발산한다. 흔히들 강한 액센트의 사투리를 넣어가면서 캐릭터를 완성하는 배우들이 많지만 그는 서울말을 써가면서도 충분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사투리를 쓰면서 연기한 적은 없거든요. 제가 완전 서울놈이예요. 사투리를 쓰면서 연기할 때는 오히려 베를린에서 영어를 쓰면서 대사하는 그런 느낌일 것 같네요."

 대신에 '익호'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연구했다. 예전에 한 과학다큐멘터리에서 본 하이에나의 세계를 떠올렸다고 했다. 모계사회로 이뤄지는 하이에나 집단에서는 수컷이 무리에서 쫓겨나 공격당하는 일이 많은데 공격당한 뒤의 그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코가 찢기고 눈알이 빠질 정도인데도 살아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다른 무리를 찾아 나서죠. '저게 익호다' 그런 생각이었어요."

 당초 제목에는 '영원한 제국'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다. 한석규는 그 제목이 더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 사회에서 '익호'란 인물은 계속 등장하지 않겠느냐"며 "그런 게 나현 감독이 얘기하고 싶었던 주제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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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17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한석규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석규는 영화 '프리즌'에서 교도소 안의 절대권력인 '익호'로 등장한다. 2017.3.18(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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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최근 방영돼 인기를 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낭만닥터에서는 캐릭터를 고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예요. 제가 가진 기본적인 것을 그대로 갖다 써도 되는 인물이죠."

 그러면서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자신의 고민을 내비쳤다. 과거 몸을 다쳤을 때인 2000년대 초반 '내가 하는 연기가 다 가짜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제가 가짜를 하고 있으니 상대방도 가짜죠. 가짜의 액션을 받아쳐서 가짜의 리액션을 해야 하니까 이게 미치고 팔짝 뛰겠는 거죠. 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상대방에 대한 리액션이 나오겠습니까. 저 사람은 더 가짜 같은데."

 하지만 이제는 이 '가짜놀음'의 의미를 어느 정도 찾은 듯하다고 했다. 가짜를 통해 진짜의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는 게 배우의 일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말해주는 것이 연기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이 가짜가 하는 가짜놀음이 꽤 괜찮은 거예요. 우리 직업군, 소위 문화예술이라는 일은 가짜만 갖고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가짜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죠. 진짜를 이야기할 때 진짜로만 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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