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혈세 낭비" "유가족 갑질"…세월호 향한 막말 난무

등록 2017-04-04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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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목포신항이동이 임박한 30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진실을 인양하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17.03.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지난달 23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누렇게 녹슬고 부식이 된 선체 앞에서 유가족들은 할 말을 잃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이를 지켜 본 수많은 사람들은 이제라도 미수습자 수습과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무사히 인양작업이 끝나기만을 기원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극우 세력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세금 낭비’ 등 비하 발언이 난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사모’ 등 과격 발언 쏟아내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3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 단상에 올라 ‘비용’을 이유로 세월호 인양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 아나운서는 “세월호를 이제 건져내니까 오늘도 밤이 되니 광화문 앞에 또 기어 나와서 축제판을 벌이고 있다”며 “저는 처음부터 세월호를 건져내야 한다는 것에 반대했다. 인명을 귀하게는 여기나 바닷물에 쓸려갔을지 모르는 그 몇 명을 위해서 수천억을 써야겠냐”고 외쳤다.

 이어 “(촛불단체는) 아직도 세월호 7시간을 운운하면서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치우지도 않아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치솟게 만든다”면서 “마음 같아선 제가 불도저를 들고 가서 (세월호 천막) 다 밀어버리고 싶다. 이제 세월호를 건져졌으니 진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고 과격한 발언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같은 ‘생명’임에도 지난달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에서 숨진 3명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대변인은 “(지난달 10일 탄핵반대집회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사인과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사인도 제대로 규명도 되지 않았는데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지도부만 잡아간다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카페에도 ‘수년 동안 근거 없이 대통령 탓으로 몰아 결국 탄핵에 이르는 결정적인 원인 제공했다’ ‘세월호 인양에 천문학적 국민세금이 들고 있으니 세월호 유족들에게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등 세월호 인양을 비방하는 글이 난무하다. 희생자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이 과하다는 글도 있었다.

 박사모 회원인 아이디 ‘상산**’는 지난달 28일 인양과정에서 발견된 유골이 동물 뼈인 것으로 밝혀지자 “그놈의 뼈다귀 몇 개 찾겠다고 이렇게 수천억 혈세를 쏟아 붇고 XX. 세월호 저주에 갇혀 표류하는 이 나라가 미쳤다”고 거친 비난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수천억뿐인가요. 대통령님 괴롭히고 스트레스 준 시간은 돈으로 환산도 못 한다’ ‘대통령이 지금껏 세월호에 발목 잡혀 제대로 된 국정운영 한번 시원하게 못 하고 온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제 자식 때문에 피눈물 흘리나.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오나. 나는 진짜로 내 자식 죽은 해골 찾겠다고 온 국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이런 짓은 죽어도 못 한다’ 등 옹호하는 댓글도 쏟아졌다.

 이런 장면은 일부 ‘친박’(친박근혜)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연출되는 것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세월호 인양 작업에 약 1020억원(상하지셀비지 계약금 916억원·이외 비용 10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소식에 ‘왜 내가 낸 세금을 거기에 쓰느냐’ ‘국민혈세가 줄줄 새어가네 우리 국민 등골 빠진다’식의 댓글이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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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정경재 기자 = 8일 전북 전주시 오거리광장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주최한 태극기 집회가 열린 가운데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고 있다. 전북에서 탄기국이 주최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2017.03.08.  [email protected]
 ◇여론 뭇매에도 계속 주장 펼쳐

 한 네티즌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대면서 인양에 혈세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hwa****’는 “세월호 사고는 어디까지나 교통사고다. 교통사고의 경우 차주나 보험사에서 수습 비용을 부담한다”면서 “왜 우리가 낸 피 같은 세금을 세월호 인양에 쓰나. 청해진해운이 부담하든가, 인양을 주장한 유족들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세월호 인양을 유가족 ‘갑질’로 해석하기도 했다.

 아이디 ‘zon2****’는 “유가족 갑질이 끝도 없구나. 극혐이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줄도 모르고 어리석은 것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다수 네티즌들은 ‘그럼 세금을 어디다 쓰려고?’ ‘세금은 이런 곳에 쓰라고 있는 것’ ‘세월호 피해자들도 우리 국민이었기 때문에 세금을 들이는 것’이라는 등 반박이 이어졌다.

 이처럼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일명 ‘오피니언 리더’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세금 낭비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그 시작이 일반인이 아닌 유명인사, 정치인 등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2015년 자신의 사회관계방서비스(SNS)에서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말자. 괜히 사람만 또 다친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들자.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고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어 김 의원은 “인앙하는 데 최소 1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이다. 국민 혈세로 천문학적 인양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 민간선박을 인양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고 주장을 펼쳤다.

 전 교수는 “이런 현상은 사실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해서 대중이 관심을 갖게 하기보다 무시해버리는 게 나을 수 있다”며 “그러나 대중의 편승을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이런 비상식적이고 상처를 주는 말을 공개적으로 내뱉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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