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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남자' 이근찬 PD "다양함 듣는 열린사회 됐으면"

등록 2017-06-05 09:08:29   최종수정 2017-06-13 0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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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tvN '문제적 남자'의 이근찬 PD가 서울 마포구 CJ E&M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04. [email protected]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100회 돌파
"정답쫓기보다 답을 찾는 과정에 집중"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똑같은 오프닝은 없다. 출연진들에게 게스트에 대한 힌트도 매주 다르게 주고, 패턴화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이하 '문제적남자') 이근찬 PD는 "보통 다른 예능이나 토크쇼는 출연진들이 와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뇌섹시대'는 오프닝 회의를 한다"면서 "그것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2월 26일 첫 전파를 탄 '문제적 남자'는 제작진이 수학·과학·언어·논술 등 분야를 넘나드는 질문을 주고 출연진이 답을 찾는 과정을 퀴즈쇼다. 토크쇼. 방송 2주년에 100회를 넘기며 tvN의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대해 이근찬 PD는 "우리나라에서 퀴즈쇼가 많이 활성화됐지만, 외국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며 "외국 토크쇼는 포맷도 재밌고 특이한 케이스가 많다. 예전부터 토크쇼에 관심이 많았고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뇌섹남'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뇌섹남은 '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여 부르는 신조어.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

 이 PD는 "출연자들이 게스트가 누구인지 모르고 맞이하는게 덜 알려진 사람한테는 어떻게 보면 실례다"며 "하지만 출연자들이 잘 모르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로 모를 것이고, 그 때부터 함께 알아간다고 생각한다. 시청자 눈높이랑 최대한 맞추고 싶어서 대본없이 간다. 그것이 리얼리티를 좋아하는 시청자들한테는 좀 더 와닿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뇌섹남 실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창의적인 것과 연결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보통 토크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서로 이야기하고, 정통 퀴즈쇼는 문제를 푼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왜 이 문제가 좋은 문제고 왜 풀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해외 기업에서는 창의적인 인재를 뽑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어떻게 창의적인 사람들을 어떻게 뽑고 있는지 접근하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찾다보니 굉장히 재밌는 문제들이 많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PD가 생각하는 뇌섹남의 정의를 묻자 그는 "한 단어로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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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tvN '문제적 남자'의 이근찬 PD가 서울 마포구 CJ E&M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02. [email protected]
"예전에는 한 우물만 깊게 파서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했다. 요즘은 답만 도출하기 보다는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사고의 길이 많이 열려있는 사람들이 뇌섹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문제를 접했을때 영어·한자·숫자 등 문제에 접근하는 법이 보 통 3~5가지이고, 풀다가 막히면 포기하는 식이다. 사고의 문을 더 열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계속 고민하는 사람이 요즘 시대의 뇌섹남인 것 같다."

 자극적인 소재와 유머가 넘쳐나는 예능 세계에서 '문제적 남자'는 단연 눈에 띈다.

 방송인 전현무를 비롯해 배우 하석진·김지석·그룹 페퍼톤스 멤버 이장원·방송인 타일러 라쉬·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매주 한 명의 게스트가 함께 머리를 싸매고 문제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답만 쫓는 게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멤버들이 내놓은 답이 창의적이거나 논리적인 경우에는 정답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답'이라며 칭찬하는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낸다.

 이 PD는 "얼마 전 창의력 학회에서 '문제적 남자'에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상을 줬다. 사람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그게 답인지 아닌지는 모른다"며 "어떤 때는 엉뚱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이 정답으로 몰고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빠른 길, 직선인 길을 원한다. 그래서 '정답이 뭐야'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연진들이 문제를 풀다 막히면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또 문제로 간다"며 "그 과정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한 과정들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열려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매주 일요일 밤 11시, 출연진들이 '일요일밤의 즐거움'이라고 외치면서 등장한다.

 다음은 이 PD와의 일문일답.

 -문제가 프로그램의 핵심인 것 같다. 난이도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문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회의의 많은 시간을 이 부분에 할애한다. 게스트에 따라서 문제 유형이나 형태를 바꾸는 편이다. 자문위원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문제 난이도에 대한 조언도 듣는다. 난이도 조절도 당연히 저희끼리 한다. 저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 문제를 멤버들이 금방 풀고, 너무 쉽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2~3시간이 걸리면서 끙끙 댈 때도 있다. 난이도 조절을 한다고 하는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것이다. 그래서 참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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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tvN '문제적 남자'의 이근찬 PD가 서울 마포구 CJ E&M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04. [email protected]
-자문위원에게 어떤 부분을 조언받냐.

 "문제 유형마다 자문위원이 여러 명 있다. 여러 가지를 다 검토하는데, 문제의 답이 단답형이 아니다. 또 다른 답들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인지, 다른 관점으로도 풀 수 있는 문제냐 아니냐에 대해 판단을 한다. 또 문제가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많이 물어본다."

 -매회 고난이도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매번 문제를 다 풀어볼 것 같다.

 "모두 다 풀어본다. 회의를 하면 다른 예능은 대부분 서로 의견을 내면서 '이게 재밌어', '저게 재밌어' 등이라고 말하는데, 저희는 회의를 하면 다 시험을 보는 자세다. 출연자들이 다 똑똑한 사람들이니 일단 저희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안 내려고 한다. 각자 잘하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모두 다르다. 그런 것들도 조율하면서 문제를 내고 있다."

 -시청자 문제도 등장한다.

 "시청자들이 문제를 굉장히 많이 보내준다. 성냥개비 문제를 많이 보내오는데,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도 많다."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반응이 궁금하다.

 "우리 프로그램은 서로 일단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아이랑 꼭 같이 본다는 학부모가 있었고, 고3인데도 이 프로만은 부모님과 같이 본다는 학생도 있었다. 100회 특집을 하면서 가족끼리 소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출연했던 학부모 한 명은 '아이가 사춘기라서 이야기를 잘 안하는데,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같이 이야기를 한다'며 저희한테 '너무 고맙다'고 했다. 100회 특집을 하면서 프로그램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도 시청자들한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책임감이 더 느껴졌다.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다."

 -실제 녹화 분위기는.

 "가끔 게스트들이 와서 놀라는 경우가 있다. 보통 스튜디오에서 에어컨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은데, 에어컨 소리만 난다는 것이다. 에어컨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힌트를 안 주면 집에 어떻게 가냐'고 놀라는 사람들도 많다."

 -출연진들은 실제 겪어보니 어떻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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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tvN '문제적 남자'의 이근찬 PD가 서울 마포구 CJ E&M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04. [email protected]
"방송에서 보는 느낌 그대로다. 처음부터 이 친구들한테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대본도 없이 할테니까 이야기하고 싶으면 하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말으라고 했다. 전현무씨 빼고 다른 멤버들은 예능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김지석씨는 천재성이 있고 촉이 너무 좋다. 정답에 대한 힌트를 말할 때 저희도 깜짝 놀란다. 박경이야 워낙 다재다능한 친구라 이야기할 게 없고, 하석진씨는 지구력있게 깊이 파는 스타일이다. 이장원씨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지식이 많은 친구다. 전현무씨는 재치있고 타일러는 언어적으로 뛰어나다."

 -녹화 도중에 출연진들에게 초콜릿을 주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나.

 "어저께는 거의 9시간 녹화했던 것 같다. 초콜릿을 먹고 뇌가 막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개를 대입해서 주구창창 풀 수 있는 문제도 있겠지만, 한 때 떠오를 때 풀 수 있는 문제도 있다. 힘들어하고 답답할 때 환기시키라는 의미에서 초콜릿을 준다."

 -태국 포상휴가를 앞두고 있다.

 "14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태국을 간다. 회사에서 시청률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니까 좀 더 잘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포상한 것 같다. 출연자들이 뜻깊은 일이라면서 다들 좋아했다."

 -프로그램 관련해서 소망이 있다면.

 "섭외 전화를 하면 처음에는 부담된다고 해놓고 막상 녹화 진행되면 재밌어하고 문제 푸는 것을 즐긴다. 또 나오고 싶다고 많이들 이야기를 해준다.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모시고 싶다. 이 프로그램을 퀴즈쇼로 보느냐, 토크쇼로 보느냐 이런 이야기도 많다. 저는 그냥 문제를 가지고 하는 토크쇼라고 생각한다. 송중기·임시완·타블로·성시경·이적씨 등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PD로 기억되고 싶은지.

 "TV라는 매체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이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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