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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 논란]'비중 높은' 차·철강·조선, 정규직화 고심 깊어

등록 2017-06-05 14:46:56   최종수정 2017-06-13 08: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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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윤종오(왼쪽부터) 무소속 의원과 유홍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 등 노조원들이 비정규직원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06.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동현 유자비 기자 = 문재인 정권에서 제조업의 사내하도급을 엄격하게 규정할 경우 자동차·철강·조선업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현행법상 파견이 금지돼 있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까지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판례가 대법원까지 이어질 경우 원청기업이 직접 고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어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불법파견 논란을 줄이고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국산차업체 5사의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소속 외 근로자 수 비중은 13.4% 정도다.

 현대차는 전체 7만7140여명 가운데 1만200명, 기아차는 3만8940여명 가운데 4710명, 한국지엠은 1만8980여명 중 2900명, 쌍용자동차는 5770명 중 890명, 르노삼성은 5000명 중 840명 등이다. 

 현대·기아차는 사내하도급 문제를 둘러싼 잇따른 소송으로 인해 현대차는 올해까지 6000명, 기아차 내년까지 1049명을 특별채용하기로 노사합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추가적인 사내하도급 인력의 정규직 채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정부의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생산 물량을 조절해야하는 제조업 특성상  노동 유연성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은 생산 물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는 정규직으로 한번 채용시 고용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판매 부진으로 생산물량이 떨어지면 고정비가 올라가게 되고, 결국 차량 가격에 반영돼 가동률이 또 저하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자동차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지만 현재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여건상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생산성 차원에서 경쟁력있는 임금체계 구축, 노동유연성 확보가 함께 논의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선업종의 경우 본사 직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본사 직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 소속 정규직 근로자는 1만1301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357명이다. 하지만 공시에 나와있지 않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5000여명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분야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는 1만3974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949명 등으로 집계됐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1만370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98명 수준에 불과하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5000여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용접, 배관, 배선, 도장 등 배를 만들 때 단순 작업이 필요한 부분에 많이 투입되고 있다.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협력업체 직원들을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으로 요약된다.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정직원으로 인정, 고용을 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경우 기업 경쟁력 위축은 물론, 조선업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꺼번에 2만명의 정직원을 채용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는가"라며 "업종별 특성에 맞춰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도 고민은 크다.

 포스코의 경우 본사 소속 정규직 직원들은 1만6345명, 비정규직 직원들은 304명이다. 하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1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도 본사 소속 정규직 직원들은 1만1057명, 비정규직 직원들은 198명이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6000명에 이른다. 이들 업체들 역시 협력업체 직원들을 모두 원청이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기업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을 원청이 고용을 한다면 좋겠지만 원청 직원들보다 많은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돌릴 경우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며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기업 죽이기 정책을 펼치는 꼴"이라고 각을 세웠다.

 제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파견이라는 고용형태는 IMF 때 김영삼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으며 노동시장 유연화 조건을 수용, 김대중 정부가 근로자 파견법을 통과시키면서 나왔다"며 "지금은 정상적으로 가야 하지만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럽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가 오히려 월급은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청이 하청근로자를 모두 고용해야 한다고 서두를 경우 기업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은 이미 지난 정부때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며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우리나라 기간산업에는 파견을 허용하되 근로조선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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