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습기살균제 국가 책임 인정 검토…피해보상 체계 전환기 맞나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아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인데 참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지원 확대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피해 대상 인정범위 확대 등 보상 체계에 대한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적절한 수준의 대통령 사과 발언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공약사항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현재 환경단체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피해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6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살균제 피해조사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올해 5월15일까지 4차례 진행됐으며 모두 5584명이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판정결과가 나온 1~3차 조사건중 피해보상 범위에 들어가는 1~2단계 피해자는 전체 982건중 28.5%(280명)에 불과하다. 아직 2015년 이후 접수된 3~4차 신청건에 대한 판정과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신청자들은 피해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최초 급성환자의 폐질환 인정 기준에서 출발해 폐질환, 산모·태아 등의 순으로 곁가지를 치듯 대상을 미온적으로 넓혀왔다는게 그들의 불만이다. 다행히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부가 피해자 구제 등에 나설 뜻을 밝힘에 따라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다수의 사망자와 중환자가 3~4단계 피해자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지원에서 배제됐던 경증환자에 대한 지원요구도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실무부처인 환경부가 피해 인정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과학적 인과규명 연구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역학, 환경보건, 임상전문가 등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언급되면서 정부 관리 책임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박모씨 등 4명이 지난 2012년 1월 가습기 살균제 업체에 대한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데 대해 2015년 "국가 책임이 없다"며 면죄부를 준 상태지만 새정부의 의지에 따라 관리책임에 대한 재조사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 수많은 관계부처가 얽히고 설키면서도 정작 국민안전에 대한 책임은 방기해왔다며 정부의 관리 책임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