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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세제개혁, '부자증세' 큰 틀···본격 증세 논의 '내년 이후로'

등록 2017-06-29 16:49:16   최종수정 2017-07-04 09: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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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7.06.27. [email protected]
국정기획위, 文정부 조세개혁 방향 발표
 부자 증세 공식화…목표는 소득재분배 강화
 큰 틀 세웠지만 법인세 인상·면세자 축소 등 민감이슈는 중·장기과제로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혁 밑그림이 드러났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고 서민층에 대한 지원은 확대해 소득재분배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이나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 근로소득 면세 비율 축소 등 민감한 이슈는 특별위원회를 통해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증세 논의는 내년 이후로 미룬 것이다. 새 정부가 당장 본격 증세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금감원연수원에서 새 정부 조세개혁 방향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새정부 조세개혁의 전체적인 방향은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다.

 국정기획위는 과거 부자감세 정책으로 세제가 왜곡, 조세·재정정책이 소득재분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득양극화가 심화된다고 봤다.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재분배정책으로 인한 소득재분배 개선률은 10.1%로 독일(42.5%), 프랑스(41.7%), 영국(32.1%), 캐나다(26.8%), 미국(22.8%)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3월 구조개혁평가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조세·재정정책이 재분배 역할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정부는 조세정의 실현, 공평과세를 세제 관련 국정철학으로 삼고 이를 위해 부자감세와 서민지원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대기업,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 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산층, 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은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새 정부가 부자 증세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향후 5년간 세제 정책의 초점이 부자감세 해소에 맞춰질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큰 방향은 드러났지만, 법인세 인상 등 부자 증세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해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충실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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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 대변인은 "다만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했기 때문에 올해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추진 가능한 세제개편을 하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조세재정 개혁 과제는 논의 기구의 합의를 거쳐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국정기획위는 올해 세제개편안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지만, 영세사업자나 서민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부자 증세와 관련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국정기획위는 올해 하반기에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법인세 인상이나 수송용 에너지 세제개편 등 찬반 대립이 첨예한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가 여러 차례 대한민국의 재정 건전성은 OECD 중 최상급인데 재정을 통한 소득 재분배가 최하위라고 권고했다"며 "이 때문에 재정을 조금 더 운영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다. 그런데 새 정부가 5월에 급하게 출범했기 때문에 7월까지 올해 조세 개혁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특별위는 하반기 중 논의에 착수해 내년에야 로드맵과 추진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구체적인 정책은 빨라야 내후년부터 적용된다는 뜻이다.

 방향을 정하긴 했지만 새정부가 당장 본격적으로 증세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가 70%가 넘는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증세를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작용했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절반에 육박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 축소나 주세 개편 등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세제개편은 언급조차 피하는 모양새다. 서민 증세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대책 관련 공청회 준비 과정에서 경유세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초기인 만큼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증세론을 일찌감치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46.5%에 이르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 축소와 관련해서는 새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부자 증세 원칙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근로소득세 면세율 축소와 관련해 "이론적으로 맞는 이야기지만 고소득자들이 자기 소득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고 있느냐는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고액 재산가들,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부담이 그에 상응하게 커지고 있느냐가 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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